'연봉 줄 세우기'식의 소득 순위에 하루동안 혼 빠진 대한민국...연봉 탐색기의 씁쓸한 단면

이경태 기자입력 : 2019-01-12 01:00
한국납세자연맹, 11일 '연봉 탐색기' 서비스 개시했지만, 접속 폭주로 제대로 된 서비스 실행 안돼
줄 세우기 식 문화가 연봉까지 확산되며 문재인 정부의 양극화 심화 현상에 대한 허탈감만 키운 꼴

노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올 경제정책의 성과를 체감하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날 하루종일 대한민국 온라인상에서는 자신의 소득 위치를 파악하려는 직장인들의 아우성만 울려퍼졌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서비스를 개시한 '연봉 탐색기'가 접속 폭주 사태를 빚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끌어온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그동안 소득 양극화를 키워왔다는 지적을 받은 상황에서 연봉 순위는 오히려 상당수 직장인의 허탈감만 키웠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렇다보니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노영민 비서실장의 모습이 다소 근심에 차 보인다. [사진=연합뉴스·캡션=이경태 아주경제 기자]


"'연봉 탐색기' 서비스 운영을 안하느니만 못했다."

지난 11일 하루는 '연봉탐색기'라는 키워드가 N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더구나 하루종일 자신의 연봉 위치를 알아보려는 국민들의 접속 폭주로 '연봉탐색기' 사이트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한국납세자연맹이 기존 서비스에서 새롭게 연봉데이터를 보강해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국민들은 '사이트 없음' 또는 정지된 화면만 볼 뿐이었다. 납세자연맹이 이같은 접속 대란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 만연한 '줄 세우기' 문화가 연봉 탐색기 서비스를 통해 연봉으로 확산됐다는 비난도 뒤따랐다. 심화된 소득 양극화 속 씁쓸한 하루에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혼이 빠졌다. 

'내 연봉 위치는 어디쯤?'

한국납세자연맹은 11일 1년 동안(2016년 기준) 만기 근속한 근로자 1115만명 중 나의 연봉순위와 연봉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는 ‘연봉탐색기 2019’를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연봉탐색기 2019’는 연봉순위 뿐만 아니라 내가 실제로 내는 세금‧실수령액‧절세비율과 연봉에 맞는 각종 세테크팁까지 제공해 합리적인 지출계획을 세우려는 직장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봉탐색기 2019’는 근로자 본인의 연봉을 입력하면 연봉순위는 물론 여기에 입력된 연봉데이타를 근거로 세금 등을 제외한 내 연봉의 실수령액과 내 연봉에서 빠져나가는 공제항목의 분포 및 금액을 분석해 준다.

또 내 연봉이 100만원 인상됐다고 가정했을 때 실제 내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돈과 국가 가져가는 돈이 얼마인지 알려준다.

본인의 한계세율을 계산해 줘서 소득공제가 늘어나면 환급액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세율이 한 단계 상승하는 나의 연봉은 얼마인지 계산해볼 수 있다.

연말정산을 꼼꼼하게 챙길 수 있도록 내 연봉에 맞는 신용카드와 기부금, 의료비에 대한 공제한도와 세테크 팁도 제공받을 수 있다.

접속폭주로 광고수익용 허위 사이트 버젓이 운영

'연봉탐색기' 사이트가 공개되면서 이날 하루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눈과 귀가 이 사이트에 집중됐다. 오후 늦게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잠시 2~3위로 내려갔을 뿐 오전부터 오후 내내 1위를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접속 폭주 속에 오히려 연봉탐색기 사이트는 개점 휴업 상태로 전락했다. 전국민적인 관심에도 서버 과부하 등의 요인으로 제대로된 연봉 순위 확인이 제한됐다.

그 사이 일부 인터넷 사이트는 이같은 뜨거운 관심을 자신의 광고수익을 올리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한 블로그 사이트는 마치 자신의 사이트가 연봉탐색기 사이트인양, 검색 결과로 나오는 사이트에 우회 사이트라고 속이며 페이지를 게재하기도 했다. 해당 페이지에는 온라인 광고 배너가 함께 게재돼 있었다.

한 누리꾼은 "그 사이 머리를 써서 광고 수익을 올리려 했던 사람들도 대단하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민 2번 울리는 '연봉 탐색기'...심화된 양극화의 씁쓸한 단면

문재인 정부들어 소득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1분위 소득계층과 5분위 소득계층간 소득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저소득층의 불만은 더욱 쌓이기만 하는 상황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연봉 탐색기'는 자신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지는 않았을까라는 기대감을 품은 직장인들로 인해 폭주 사태를 빚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부 연봉 탐색기 서비스 결과를 확인한 국민들은 허탈감에 빠지기도 했다.

연봉탐색기에 따르면, 100명 중 1등을 의미하는 상위 1% 이내 대상자의 연봉은 1억4900만원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는 연봉이 8285만원 이상이 돼야 범위 안에 들 수가 있다.

대다수 근로자는 상실감에 빠졌다.

한 시민은 "연봉탐색기가 오히려 우리의 현재 모습을 더욱 처량하게 만든 것 같다"며 "연봉 순위는 모든 국민의 관심대상이지만, 이번 결과에 허탈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우리 경제가 좋지 않고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현상을 쫒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봉 탐색기는 어려운 한국의 서민들을 두번 울리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한 경제학자는 "학력 줄세우기, 경력 줄세우기, 게임성적 줄세우기 등 우리나라 국민의 관심을 끈 것을 보면 역시나 줄세우기가 DNA처럼 배양되는 듯하다"며 "연봉 탐색기 서비스는 취지는 좋지만,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로 인해 간극이 커진 소득 양극화의 체감도만 높였을 뿐"이라고 나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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