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경세유표-6] 우리나라 독서율 높이는 스무 방법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무대학원 교수입력 : 2019-01-05 05:00
'교과서' 대신 '책'으로 수업, 50% 소득공제 혜택 등 제안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무대학원 교수

"사람이 독서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이 독서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망한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

"한국과 일본의 법학이 법조문과 판례의 암기해석에 전념하는 해석법학임에 반하여 미국의 법학은 사회의 근본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제안과 처방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것이다."
<안경환 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나의 영화를 만드는 데 밑바탕인 상상력과 창의력은 독서에서 나온다."
<스티븐 스필버그>

"그 나라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알려면 각각 박물관, 시장, 서점을 가 보아라. 세상에서 가성비가 제일 좋은 사물은 책이다. 나는 책을 사랑한다. 책도 나를 사랑한다."
<강효백>


세계 5위 수출 대국, 세계 9위 외환보유고에 빛나는 중견 강국 대한민국, 그러나 우리를 슬프게 하는 지표는 OECD 국가중 자살율 1위, 출산율 꼴찌에다 국민 1인당 독서율 꼴찌 등이다. 특히 성인 10명중 4명이 1년 동안 책을 단 한권도 읽지 않고, 하루 평균 책 읽는 시간 6분 미만이라는 기막힌 독서율 꼴찌는 출산율 꼴찌와 더불어 나라의 미래가 캄캄하다는 징조일 수 있다.

국가별 연평균 독서율은 미래 성장률,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과 직결된다. 낮은 독서율은 창의성이 요구되는 지식 기반 경쟁 사회에서 개인과 국가에 치명적인 손상을 준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교육의 가치는 강조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그 교육의 본바탕인 지식의 인프라스트럭처 ‘독서의 제도화’는 대단히 취약하다. 사회과학과 정책으로만 세상을 변혁시키기 어렵다. 역사는 인간 심성의 심오하고 원대한 문사철(文史哲) 인문학적 고뇌의 결정물을 제도화하여 실천하는 의지와 함께 발전한다.

정책은 제도의 재료이고, 제도는 정책의 완제품이다. 정책의 실행력을 보장해 주는 것이 법과 제도다. 정책은 제도화로서 실현되고 제도화되지 않은 정책은 공염불이다. 따라서 필자는 추상적 어감의 ‘정책’보다 구체적인 ‘제도화’를 쓰고자 한다.

독서. [사진=바이두]


◆‘책 읽기 제도화’ 최선진국, ‘독서 천국’ 핀란드

‘독서 천국’ 핀란드의 15세 이상 독서율(2013년 OECD조사)은 83.4%로 OECD 1위를, 도서관 사용률은 66%로 스웨덴(72%)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한국은 32%). 핀란드는 범정부 차원의 ‘독서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핀란드는 여타 유럽국가처럼 학교 교과 전 과목을 교과서가 아닌 ‘책’으로 수업한다. 별도로 독서 과목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전 교과에 걸쳐 '책'을 교재로 수업함으로써 독서 교육이 자동적으로 이뤄지게 제도화되어 있다.

또 핀란드의 중앙정부는 교육부와 문화부가 통합된 '교육문화부'를 설치, 교육문화부에서 독서 관련 정책을 총괄적으로 기획 집행한다. 교육과 문화와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학교와 공공도서관의 협력이 프로젝트별, 프로그램별로 원활하게 이뤄진다.

핀란드는 학교도서관을 설치하지 않고 공공도서관을 활발하게 이용하게끔, 이를테면 학생들은 교사와 함께 공공도서관을 방문해 거기서 사서와 함께 독서하고 토론하는 등 '독서 생활화의 제도화'를 실현했다.
 

핀란드의 독서 도우미 개 [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이 밖에도 핀란드는 목록에 있는 책을 다 읽으면 수여하는 독서 수료증 제도, 책 읽어주는 할머니, 책이 사람을 찾아가는 이동도서관 버스, 독서 도우미개(dog) 제도 등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국민들이 독서와 친해질 수 있는 각종 멋진 독서교육제도를 창조하여 실천하고 있다.

◆유대인의 창의력은 독서에서 비롯된다

핀란드가 세계 제1의 '독서 법제화 국가'라면, 유대인은 세계 제1의 '독서 습관화 민족'이다. 유대인은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민족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독서를 많이 하는 민족은 유대인이다. 2014년 기준 이스라엘 성인 1인당 평균 연간 독서량이 68권으로, 압도적으로 세계 1를 차지했다. 유대인 가정에서는 아이가 철이 드는 다섯 살쯤, ‘창세기’ 첫 장에 꿀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는 아이에게 입을 맞추도록 한다. 이는 책이 달다는 사실을 가르치기 위한 관습이다.

유대인은 매주 토요일에 아이와 책을 읽고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을 갖는다. 유대인 부모들의 하루 일과 중 반드시 빼놓지 않는 게 잠자리에 든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이다.

고대 유대인들은 책이 낡아서 책장이 떨어지고 글자가 희미해져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면 사람들이 모여 선지자를 매장하듯 정성을 다해 책을 땅속에 묻어 ‘책의 묘지공원’을 조성 참배했다.

유대인 가정의 화장실엔 반드시 작은 서재가 붙어있고, 유대인들의 묘지에는 책이 놓여 있다. 이는 생명이 다하더라도 공부는 끝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인간은 영원히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는게 유대인의 문화다.

사회구성원들의 행위의 공동패턴인 문화는 관습으로 표현된다. 좋은 습관은 성공의 지름길이다. 개인의 습관이 모여 사회의 관습이 된다. 우리가 선진국의 좋은 법제를 도입하듯 유대인의 좋은 관습을 도입하면 어떠한가? 핀란드의 세계 제1 독서제도와 함께 유대인의 세계 제1 독서관습을 우리의 오늘과 미래에 부합하도록 창조적으로 도입, 실천하면 좋겠다.

◆의정부시의 도서관 서점 멤버십 포인트제

뭐라도 그러하듯이 좋은 법제 역시 머나먼 외국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독서율 높이는 좋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를 하나 소개한다.

의정부시는 2015년 7월 우리나라 최초로 ‘공공도서관-지역서점 멤버십 포인트제’를 제정·시행하고 있다. 시민의 독서율도 높이고 지역 서점도 살리기 위한 이 제도는 관내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반납할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이를 지역 서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시민들은 문화생활의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지역서점은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는 그야말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제도다.

의정부시 공공도서관에서 대출한 도서를 반납할 경우 일반도서는 100포인트, 아동도서는 50포인트를 적립 받도록 하고, 의정부 지역 서점에서 도서를 구입할 때 이 포인트를 현금처럼 쓸 수 있다. 환산액은 1포인트당 1원이며, 하루 최대 적립 포인트는 1000포인트. 포인트는 한해 동안만 적립되며 매년 11월까지 사용할 수 있다. 악용사례가 의심되는 당일 대출·반납은 포인트 적립에서 제외된다.

의정부시는 관련 예산을 2014년 11월 시행된 ‘도서정가제’에 따라 시가 도서를 구매할 때 얻는 할인 부분에서 충당하고 있다. 지자체등 정부공공기관이 매년 도서관 소장 도서를 구매할 때 받는 기본할인(10%) 외에 상품권 등으로 받는 공식 추가할인(5%) 혜택을 포인트로 변경해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이러한 의정부시의 ‘공공도서관-지역서점 멤버십 포인트제’를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으로 확대 보급하면 참 좋겠다.

◆출판사 –도서관 –서점을 사회기반시설(SOC)로 간주, 전폭 지원하라.

첨단과학기술이 수학·물리·화학·생물·지학 등 기초과학에서 나오듯이 세상을 고르고 밝게 하는 좋은 법과 제도도 다양하고 윤택한 융복합 인문학 지식과 교양에서 나온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관념철학자(성리학자)를 지폐인물로 모시고 있는 국민이라 그런지 몰라도 우리 지식인층들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제도개혁보다 근사하지만 공허하고 몽롱한 ‘의식개혁’을 선호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일까? 대다수 언론매체에서 실린 내로라할 저명인사들의 우리나라 독서 관련 논설들을 일견해보니 한탄, 개탄, 통탄, 넋두리 섞인 분석과 진단 뿐이다. 구체적 솔루션이나 처방, 제도개혁 방안은 일언반구도 없거나 있어도 ‘국민 모두 책 읽는 습관을 기릅시다’ 식 하나 마나한 말씀뿐이다.

더구나 이름을 대면 알만한 저명한 한 문화계 인사는 현대 한국인이 인문학 서적을 멀지 않는 원흉은 조선시대 과거제 탓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과거시험 과목이 문학과 철학(성리학)등이었던 덕분에 인문학의 꽃을 피웠다고 생각하는 필자는 동의할 수 없다.

생각해보라, 과거 시험과목도 아닌데 뭐 한다고 반딧불과 눈빛으로 사서삼경을 읽느라(형설지공 [螢雪之功]) 즈믄 밤을 하얗게 새웠겠는가? 만일 오늘날 우리나라의 각종 입사시험, 공무원 시험과목에 문사철이 필수과목이었다면 성인 독서율 OECD 최하위국이라는 불명예의 멍에를 썼겠는가?

야구는 룰이다. 야구 경기 전체가 룰에 따라 약동한다. 한데 우리는 반칙(분쟁,위법)에 대한 심판의 판정(재판)만 야구(법)로 착각하고 있다. 법은 재판만이 아니다. 재판을 포함해 인간사회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창조 개선해야할 제도다.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 21세기 선진국과 강대국은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새로운 법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21세기 현대사회에서 법제는 사회변화와 개혁의 수단으로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하며 실정법이란 무한히 변화가능한 법을 의미하게 되었다. 한 마디로 법제를 사회변화와 개혁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21세기 선진국 강대국의 기본 특징이다.

그런데 법제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법제를 운용하기 위한 긍정적인 유인동기가 있어야 한다. 법제의 강제적 수단이 가지는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인센티브의 제공을 통하여 행위자 스스로 행위를 바꾸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출판사–도서관–서점을 고속철-광역철-지하철, 상·하수도와 같은 사회기반시설(SOC)로 간주, 이에 대한 재정 지원과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등 독서의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

이런 총론적 사고에 기반하여 필자는 최근 며칠 밤을 하얗게 지새워 ‘우리나라 독서율 높이는 스무 방법’ 을 구체적 각론으로 초보 구상해보았다. 비록 거칠고 부족하고 유치찬란하더라도 참조하여 주시길 바란다.

◆우리나라 독서율 높이는 스무 방법◆

1.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책’ 선물 한도액을 20만원으로 상향조정(현재 : 일반선물 5만원, 농수산물 10만원)
2. 각급 학교 전 교과에 ‘교과서’ 없애고 ‘책’으로 수업하기(핀란드 비롯 유럽 각국 시행중)
3. 도서구입비 연말정산시 50% 소득공제 혜택(올해부터 30% 소득공제 )
4. 도서구입시 발급받은 영수증 번호의 복권화(로또화) 1등 1억원 이상(매월 1회 공개 추첨)
5. ‘24시간 카페-서점’ 설치 운영 제도화, 이에 대해 재정 지원과 각종 세제 혜택 부여
6. 오프라인 서점을 살리기 위해 온·오프라인 서점 모두 동률의 할인율 가능하게끔 도서정가제 개정(1)* 단, 중·소형서점의 활성화를 위해 중·소형서점에 도서정가제 비적용.
7. 신간 오프라인 서점 출시 일정 기간 경과 후 온라인 서점에 출시하는 선(先) 오프라인, 후(後) 온라인 제도 시행. (스페인과 중국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
8. 종이 출판물의 부가가치세 감세 또는 면세, 서점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대폭 인하
9. 서점 임대료 지원, 임대료 감·면세, 책 광고 감·면세
10. 고교입시, 대학(원)입시, 공무원시험, 공·사기업체 입사시험, 교원임용시험 등 각종 입학, 채용,자격시험(필기·면접)에 '독서' 과목 필수화
11. 대학 입시 자기소개서에 독후감 제출 필수화(현재 서울대학교만 시행 중)
12. 이력서에 학력 경력 사항과 함께 독서 이력 기재 의무 제도화
13. TV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독서 관련 프로그램 의무편성, 비중 강화
14. 개인 단체 국가 기념일에 ‘책 선물하기’를 일종의 관습법으로 정착.
15. 전국의 모든 신생아 및 신혼부부에게 책 선물 제도화(영국의 BookStart 제도 참조)
16. 대통령 비롯 각계 지도층 인사들이 수시로 양서 추천하기 일종의 관습법으로 정착(2)*
17. 대통령, 국회의원, 지자체장 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 입후보시 10~50권 독서 목록 제출 의무화, 선거 벽보등에 애독서 목록과 1줄 독후감 표기하기
18. 고위공직자 인사 청문회시 양서 10~100권이상 목록 제출하고 특정 서적에 대한 토론과 검증
19. 가칭 ‘공인독서사’ 1급 2급 자격증 제도 시행(책 읽고 이야기해주는 전문 직업인)
20. 공공도서관 –서점 멤버십 포인트 제도 전국 확산 (예: 의정부시 제도 참조 )


◆◇◆◇주석
(1)*현행 도서정가제는 출간된 지 1년 이내 책은 인터넷 서점에 한해 10%까지 할인할 수 있도록한 제도 이는 인터넷 시대 초창기 온라인 서점을 육성하기 위해 고안된 낡은 틀이라는 생각.
(2)*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여름 휴가시에만 읽은 책을 공개하고 있으나 미국은 대통령이 수시로 자신의 애독서 목록을 공유하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중국도 시진핑 국가주석 비롯 7인 정치국상무위원 전원 수시로 읽은 책을 공개, 독서를 권장하고 있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