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속 이야기] 오늘 같은 강추위에 뜨끈한 '수제비' 한 그릇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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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기자
입력 2019-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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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DB]


매서운 칼바람에 온 몸이 움츠러드는 겨울,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뜨끈한 국물 음식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수많은 국물 음식 가운데 애호박이나 김치를 썰어 넣고 끓인 수제비 한 그릇 어떨까.

수제비는 사전적 정의로 장국을 끓여 부드럽게 반죽한 밀가루를 손이나 젓가락으로 얇게 떼어 끓이는 음식이다. 수제비는 6세기경 중국 고서인 ‘제민요술(齊民要術)’에 ‘박탁’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제민요술'을 보면 밀가루 반죽을 손가락 크기로 주무른 뒤 젓가락으로 끊어서 끓는 물에 넣어 만든다고 설명해 놓았다. 반죽을 손으로 뜯어 넣는지, 젓가락으로 끊어 넣는지의 차이가 있을 뿐 지금의 수제비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초기 수제비를 ‘운두병(雲頭餠)’이라고 불렀다. 그러다 조선 중기 무렵 '손으로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먹는다'는 의미로 '수접'이라고 부르면서 지금의 '수제비'가 됐다. 1950년 6·25전쟁 이후 다량의 밀가루가 구호물자로 유입되면서 수제비는 서민들의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으로 애용됐다.

지금은 현대인들의 별미 음식이지만,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밀 생산량이 많지 않아 수제비는 귀한 음식이었다. 조선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이 엮은 농서 겸 가정생활서인 ‘산림경제’에 보면 ‘영롱발어’라는 음식이 나온다. 메밀가루 반죽을 수저로 떠서 잘게 썬 쇠고기나 양고기와 함께 끓여 만드는 음식이다. 메밀 수제비가 물 위에 둥둥 뜨는데, 그 모습이 물고기가 헤엄치는 듯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약발어’는 메밀가루에 콩가루와 마를 섞어서 수저로 떼어 끓는 물에 넣은 후 익기를 기다렸다가 먹는다고 했다. 

현대에 들어 수제비 종류는 다양해졌다. 밀가루로 만든 밀수제비, 통밀을 갈아 만든 막갈이수제비, 메밀가루로 만든 메밀수제비, 감자녹말로 만든 감자수제비, 칡뿌리녹말로 만든 칡수제비, 어린 보리싹을 볶아 찧어 만든 보리수제비, 보리쌀 겨를 반죽해 만든 겨수제비, 송기가루로 만든 송기수제비 등이 있다. 도토리수제비도 그런 수제비들 중의 하나다. 메밀가루를 익반죽하여 멸치장국에 미역과 함께 끓여낸 제주도의 메밀저배기도 있다.

수제비는 지역에 따라서도 이름이 달랐다. 경기도·강원도에서는 '뜨데기' '뜨덕국'이라 하고, 전남에서는 '떠넌죽' '띠연죽'이라 하고, 경남에서는 '수지비' '밀제비' '밀까리장국'이라 했다. 전남 여수시와 경북 봉화군에서는 '벙으래기' '다부렁죽', 통영에서는 '군동집'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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