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 칼럼]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3가지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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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19-01-0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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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부채',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 등 고질적 문제 해결해야

 

2019년 신년사 발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새해를 하루 앞둔 31일(현지시간) 베이징 중난하이 집무실에서 2019년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시 주석은 전국에 방송된 신년사에서 새해에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맞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력갱생과 고군분투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19년 새해를 맞이해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의 시선은 희망적이지 않다. 40년 전 개혁.개방 이후 지속되던 고도 성장 시대는 이미 저물었고, 미국과의 무역 분쟁의 그늘 속에서 그동안 잠재 되어 있던 중국 경제의 많은 위험 요소들이 적절하게 관리가 될 수 있을 지 큰 관심사이다. 세계 제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이 내수와 부동산 시장 침체 그리고 글로벌 경기 하강 이라는 높은 파고를 넘지 못한다면 이웃 나라인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는 파국으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불거진 글로벌 금융 위기에 이어 다음 금융 위기가 온다면 그 진원지는 중국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경제위기를 이야기할 때 3마리의 회색 코뿔소(Gray Rhinoceros: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만 등한시되는 위험 요인)가 자주 등장한다. '기업 부채',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 등 눈에 보이지만 당장 해결이 힘든 고질적인 문제를 일컫는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의 경제 모델은 기본적으로 부채로 투자하고, 투자가 성장을 견인하는 구조였다. 금융 위기 이후 다른 나라들이 정부 지출을 통해 경기 진작에 나선 반면, 중국은 은행을 통해 신규 주택과 기반 시설, 공장 등의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기업에게 빌려줬다. 이젠 중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에 부채가 중국의 성장을 견인하기 어려워진 상태이다. 그렇다고 당국이 당장 부채 감축(디레버리징)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힘들다. 이미 둔화되고 있는 경제 성장률이 더욱 침체된다면 고용 문제와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중국의 기업부채는 GDP 대비 160%였다. 2016년 말 260%, 2018년에는 270%로 추정되고 있다. '빚의 만리장성' 저자인 중국 경제 전문가 디니 맥마흔 (Dinny McMahon)은 "절대적인 수치로 볼 때, 중국의 부채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면서 "우려 되는 것은 총 부채액이 아니라 부채가 누적되는 속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의 경험을 볼 때, 한 나라의 경제 규모에 지나치게 많은 부채가 아주 빠른 속도로 누적될 경우 대체로 위기가 뒤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실제로 중국의 부채 누적 속도는 현대사에서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최근 부동산 시장의 냉각도 자주 거론 되고 있다. 2000년대로 접어든 이후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폭등을 거듭해 오면서, 중국에서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은 집을 소유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많은 사람들이 평생 모은 돈을 실물 주택에 투자해 왔다. 그러나 최근 공급 과잉으로 신규 주택 판매가 부진하고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중국의 부동산 불패 신화는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에 실패한 투자자들의 항의가 곳곳에서 발생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중국 당국은 부동산 버블이 급속하게 붕괴되는 것을 막아야 할 처지이다. 특히 중국의 지방 정부들은 부동산 개발 업자들이 주택 건설과 토지 매입을 줄일 경우 공공사업으로 지역 경제를 부양 하거나 채무를 상환할 자원이 고갈 되어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부동산은 호 시절에는 성장을 떠받치지만 어려운 시절에는 경기 후퇴를 악화시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경고하는 사람들은 그 가능성의 근거 중 하나로 일반적인 은행 대출에 적용하는 엄격한 규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 모든 비은행 신용 중개, 즉 그림자 금융을 지적한다. 국영 기업이 은행 시스템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자금에 목이 마른 중국의 많은 민간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수요 처를 찾게 마련이다. 그림자 금융 시장이 중국에서 급속히 성장한 이유이다.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없지만 전통적인 은행 대출을 통해서는 돈을 빌리기 힘든 개인들이나 민간 기업들에게 자금을 제공해 주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난 10년 간 몸집을 불려왔다. 또 아직 완공되지 못한 건설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자금을 제공하면서 중국 경제 성장의 한 몫을 해왔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를 야기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처럼 자금 중개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불투명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지난달 발표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의 12%인 1억6천9백만명의 중국인들이 자산관리상품(WMP)이라는 이름의 단기 고금리 온라인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일종의 그림자 금융 상품으로 2년 전에 비해 66% 증가한 수치이다. 중국 내에서 가장 혁신적인 그림자 상품이라고 알려진 P2P(Peer to Peer·개인 간) 온라인 대출 시장도 지난 2~3년 간 2배 이상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그림자 금융 상품에 몰린 막대한 자금은 신용 카드가 없는 개인이나 한계 민간 기업에 대출 된다. 하지만 최근 P2P 온라인 대출 시장에서 채무 불이행, 사기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지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 당국은 마냥 그림자 금융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수 도 없다. 기업들의 디폴트가 급증, 신용 경색이 악화되면 그 충격이 제도권 은행 대출에도 전염돼 더욱 큰 위기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의 규모는 정확히 집계된 것이 없지만 금융권 전체 대출의 2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그 비율이 아니라 통제되지 않는 그림자 금융이 유사시 중국 당국의 개입 능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또 그림자 금융을 대체할 만한 마땅한 대안도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미 소비와 판매 부진 등 중국 경제가 매우 어렵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작년 한해 동안 중국 상하이 주식 시장의 시총은 25%나 감소했다. 만약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해결되지 못하고 장기화 되면 중국의 많은 민간 기업들은 생사의 기로에 설 수 밖에 없다. 중국 당국은 지난 달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민간 기업 보호와 지원책을 내놓았다. 현재 필요한 것은 위기 극복을 위한 단기적 방안도 중요 하지만 중국 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제대로 살펴보고 장기적인 해결책도 마련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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