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韓·美 방위비 분담금 협상…트럼프發 청구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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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8-12-1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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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13일까지 사흘간 서울서 개최

  • 최대 2배 1조8000억원 될 수도

  • 美 불만족 땐 관세 폭탄 우려↑

  • 남·북 경협 등에도 영향 줄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둘러싼 '고차방정식'이 시작됐다. 한·미 양국은 11일 서울에서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열 번째 회의를 개시했다. 이번 회의는 오는 13일까지 열린다. 제9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 올해 말 종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지막 협상인 셈이다.

그러나 난관이 만만치 않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9차 회의 후 "상당 수준의 문안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초강수를 뒀다. 미국의 노골적인 압박으로 '트럼프발(發) 청구서'가 날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문재인 대통령은 딜레마에 빠진다. 미국 측으로부터 속도조절 요구를 받았던 남·북 관계 때문에 '방위비 협상의 뒷짐을 졌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증액된 방위비 분담금을 중국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변수다. 방위비 분담금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비용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1.5∼2배 인상 땐 '1조3500억∼1조8000억원'

정부에 따르면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테이블에 오를 3대 의제는 △총액 △유효기간 △증가율 등이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 일부를 한국 정부가 분담하는 내용을 담은 협정이다. 주로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각종 미군기지 내 건설비용, 군수 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쓰인다.

올해 한국 측 분담액은 9602억원가량이다.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은 지난 1991년 처음 체결한 이후, 2014년까지 총 아홉 차례 맺었다. 제9차 협정의 시한은 올해 연말이다. 최악의 경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협상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

최대 난제는 방위비 분담금 '총액'이다. 앞서 9차 회의에서도 총액 타결에 실패하면서 최종 문안을 작성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2배가 현실화한다면, 내년 우리 정부의 부담액은 1조8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외교가에선 트럼프의 발언은 일종의 '협상 전략'으로 본다. 최대치를 던진 뒤 '자국 일방주의'에 부합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미국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1.5배 증액(1조3500억원)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어떤 결과든 1조원대에 달하는 '분담금 폭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진 세한대 부총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한마디로 '올 것이 온 것'"이라며 "방위비 분담금은 한·미 동맹 문제뿐 아니라, 남·북경협과 한·중 관계, 북·미 고위급 회담 등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11일 서울에서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열 번째 회의를 개시했다. 사진은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美 불만족땐 '통상 보복' 가능성 제기

정부의 고민은 마땅한 대응 카드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유추해보면 1조원대 분담금은 '상수'다. 두 배 증액에 방점을 찍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협상을 앞두고, 돌연 국방비 예산을 "7500억 달러 수준으로 증액하라"며 연일 돌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남·북 철도 공동조사의 물꼬가 트인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외면할지 미지수다. 남·북 철도연결 등 경협 사업을 위해선 '추가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다. 우리 정부안만을 고집하다가는 방위비 분담금 이외에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자동차 관세' 등 통상 분야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무기를 주문하기로 했다"며 미국 전략무기 판매와 코리아패싱을 맞바꾸는 '사업가 협상술'을 선보였다.

방위비 분담금에 만족하지 못한 미국이 무역확장법(제232조)에 따라 검토하는 자동차 관세 면제를 외면할 경우,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는다. 업계에선 미국이 한국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5조원가량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맞서 우리 정부는 '상식적인 수준의 인상'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쟁점이 된 전략자산 전개비용 신설 요구는 수용하지 않고, 군수지원 등 기존 항목의 증액 수용 및 증가율 요구 관철 등에서 협상을 타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분담금을 적용하는 2014년 제9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땐 전년(8695억원) 대비 5.8%(505억원) 증가한 9200억원으로 합의한 뒤, 이후에는 물가 인상률을 연동했다. 이는 제6차(8.9% 감액)를 제외하면 제8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2.5%)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증가율이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한국경제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문재인 정부의 상당한 악재"라며 "국회 비준과정에서 야권의 공세에 시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안을 타결하면, 국회 비준 동의 등 협정 발표를 위한 절차는 '올해 말∼내년 초'에 밟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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