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불괴어천(仰不愧於天)을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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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길 회장
입력 2018-12-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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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옛사람은 고개 들어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고, 고개 숙여 사람에 민망함이 없기(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를 무시로 살피며 살았다 합니다. 그야말로 격동과 격랑의 2018년을 달려온 대한민국에게 세밑에 이르른 지금 이 순간은 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의 기도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바야흐로 한반도는 미·중·일·러의 각축 속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일궈내는 대전환기의 첫 단추를 꿰고 있으나, 문제 해법으로 직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백가(百家)가 쟁명(爭鳴)하는 난맥상에 봉착해 있는 듯합니다. 이에 하늘을 우러러 세 가지를 구하고, 사람을 대하여 세 가지를 구하는 ‘한민족의 기도’를 올립니다.

하늘을 우러러 세 가지를 간구하오니,

첫째, 하나됨의 큰 지혜를 주소서. 이 나라는 5천년 역사 속에서 70년을 따로 살아온 남과 북의 화해와 평화의 과제 앞에서 고심하며 망설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라는 비상한 정국에서 오히려 사분오열의 분열과 갈등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작은 이익이나 기득권이나 불편이나 정략이 앞서서, 이 눈앞의 역사가 얼마나 위대하고 간절한 것인지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이것은 우리가 필연적으로 가야 할 길임을 눈뜨게 해주십시오.

둘째, 역사의 큰 지혜를 주소서.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그 길을 걸어온 우리가 얼마나 놀라운 겨레인지 다시 깨닫게 해주소서. 대륙과 해양 사이의 나라로 수많은 침탈과 간섭을 당하면서도, 처음의 뿌리를 잊지 않는 복본(複本)정신으로 살아냈음을 기억하게 하소서. 임시정부와 중국대륙에서 총을 든 그분들은 왜 목숨을 지푸라기처럼 버렸는지 알게 하소서. 보릿고개와 치열한 근대화, 산업화와 피와 눈물의 민주화까지 죽음을 무릅쓰고 우리가 지켜온 것들이 무엇인지 지금쯤 다시 보게 하소서. 그 실수와 실패까지도 우리를 여기 오게 한 눈물겨운 자산임을 잊지 않게 하소서.

셋째, 미래의 큰 지혜를 주소서. 지금 철 지난 이념의 혈투를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닌 줄 알게 하소서. 고속압축성장 50년이 이뤄낸 국민소득 3만 달러는 이제 우리가 막 날개를 펴는 우화(羽化)의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적폐와 양극화, 혹은 고령화의 시련들을 ‘싸움’이 아닌 지혜로 이겨내게 해주소서. 중국 시진핑 주석이 공산당 핵심간부들과 함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열공하는 상황을 강 건너 불보듯이 보지 않게 해주소서. 중국도 이미 간파하고 있는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우리만 못 보는 것이지 않게 해주소서. 후손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도록, 모두를 정신차리게 하소서.

사람에 대하여 세 가지를 간구하노니,

첫째, 기본의 큰 지혜를 주소서. 1919년 3월 그날 세계 어느 나라도 감히 하지 못했던 무저항 만세운동은 우리 겨레의 정신적 자부심이 어떠한지를 만방에 알렸습니다. 우리는 그 근본 위에서 대한민국의 뿌리를 키웠습니다. 일제의 감시에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일어서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외쳤던 그 기본을 저는 ‘백투더베이직(Back to the Basics)'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주변 4강의 무역·기술·금융·군사 패권전쟁에서 우리의 자리를 찾는 길은 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겨레정신‘뿐입니다.

둘째, 원칙의 큰 지혜를 주소서. 우리는 지난 정부에서 원칙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대통령이 대통령답지 않고 측근이 측근답지 않았으며 정치가 정치답지 않았으며 나라가 나라답지 않았기에, 시민이 촛불을 들고 나와 그 무원칙을 원칙의 자리로 옮겨놓고자 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원칙은 어떻습니까. 위장전입, 논문표절, 캠코더 인사, 경제정책들의 우왕좌왕. 원칙이 무너지는 것을 본 국민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할지 떠올려보는 것이 가장 큰 지혜를 주지 않을지요.

셋째, 상식의 큰 지혜를 주소서. 백범선생이 꿈꾸었던 나라는 군사력이 센 슈퍼파워가 아니었습니다. 향기로운 문화국가였습니다. 문화국가의 힘은 ‘상식’에서 나오는 것임을 모두가 알게 하소서. 욕설과 비방이 일상용어가 된 사회, 말과 당을 바꾸는 것이 다반사가 된 정치, 갖은 편법의 노하우들로 덩치를 불려온 기업, 잘사는 국가를 외치는 가운데서도 더욱 양극화로 찌들어가는 그림자가 드리운 나라, 북한과의 공존을 모색하면서 북한 인민들의 현실을 외면하는 비상식. 이런 것들이 우리가 만드는 나라를 악취로 뒤덮었지 않았던가요. 이제 인류 보편가치인 진리·정의·자유가 강물처럼 흐르는 한반도가 되게 해주소서.

그 큰 지혜로 이 나라의 대통령이 트럼프·시진핑·아베와의 치열한 샅바외교에서 전략적 우위를 갖추도록 해주소서. 답방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그 기본·원칙·상식에 바탕한 우리 겨레의 가치 1호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뜻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소서. Back to the Basics, Korean 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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