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교의 골프& 休] 괴상한 ‘낚시꾼 스윙’ 아저씨, 최호성의 ‘진짜 스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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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8-12-0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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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 스윙'으로 유명한 최호성의 티샷 모습. 사진=KPGA 제공]


‘깔깔’ 웃음부터 나왔다가 ‘와우’ 탄성으로 바꾸는 ‘괴상한 아저씨’가 세계 골프계를 사로잡고 있다. 우스꽝스러운 듯 하면서도 호쾌한 스윙, 일명 ‘낚시꾼 스윙’ 별칭으로 유명한 최호성(45)이 국내를 넘어 일본과 미국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호성은 지난달 25일 일본 고치현에서 열린 JGTO 카시오 월드오픈에서 5년 만에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또 한 번 세계 골프계를 발칵 뒤집었다. 지난해 세계랭킹 524위에 불과했던 최호성은 1년 사이 300계단 이상 상승한 209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미 일본 무대에서는 인기스타다. 최호성의 독특한 스윙이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은 뒤 팬들이 부쩍 늘었다. 티샷을 하기 전 드라이버를 높게 치켜들고 헤드를 바라보는 최호성의 루틴은 일본 최고의 야구스타 스즈키 이치로의 루틴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특히 최호성이 몸을 잔뜩 비틀어 스윙을 한 뒤 타구의 방향을 쫓는 모습에서는 탄성과 웃음을 함께 유발시켜 인기 만점이다.
 

[스윙 이후 타구의 방향을 쫓는 최호성의 진지한 눈빛. 사진=KPGA 제공]


최호성이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은 그의 평범하지 않은 이력과 개성 넘치는 스윙 자세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친근한 무엇이 그에게 있기 때문이다.

최호성에게 ‘낚시꾼 스윙’이라는 별칭이 붙은 건 그의 스윙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단번에 알 수 있다. 최호성의 공을 치고 난 뒤 클럽을 잡고 있는 모양이나 다리 자세가 마치 낚시꾼이 낚시 채를 잡아채는 동작과 닮았다.

피니시 동작은 박장대소를 참아야 할 정도다. 흔히 볼 수 있는 멋진 피니시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뒤로 넘어질 듯 허리가 꺾인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타구 방향을 따라 다니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진지한 그의 표정과 눈빛이다. 갤러리들이 매료될 수밖에 없다. 특히 낚시와 생선을 즐기는 일본 팬들의 취향저격인 셈이다.

최호성의 스윙을 자세히 뜯어보면 ‘괴상한 자세’는 눈속임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운스윙으로 전환하는 과정과 백스윙 톱에서 다운스윙을 할 때 그대로 끌고 내려오는 레깅에 의한 파워풀한 임팩트 순간은 완벽하다. 힙을 왼쪽으로 밀면서 힙 턴을 무리하지 않게 하지 않고 왼쪽 다리와 어깨를 끝까지 닫은 상태에서 스윙을 이끌어낸다. 임팩트 순간에는 엄청난 스피드와 로테이션을 동반한 클럽의 릴리스로 힘을 극대화시킨다. 172cm에 67kg의 크지 않는 체구에서 비거리를 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완성도 높은 스윙이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최호성은 스윙을 할 때 오른발을 차는 동작으로 지면반발력을 극대화시킨다. 이때 걷는 듯한 동작이 골반 회전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지면반발력과 골반 회전을 함께 이용해 헤드스피드의 극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스윙이다. 임팩트 이후 동작들은 스윙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최호성 만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 마지막까지 힘을 짜내 비거리를 늘리고 타구의 구질과 방향성까지 조절한다. 대표적인 늦깎이 골퍼인 최호성이 부족한 유연성을 보완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진 자세다. 스윙의 시작과 끝까지 균형 잡힌 밸런스가 가능하기에 완성된 자세가 바로 ‘낚시꾼 스윙’이다.
 

[넉넉한 미소를 짓는 최호성. 사진=KPGA 제공]


최호성이 매력적인 ‘낚시맨’이 되기까지 그의 인생을 엿보면 웃음기가 사라진다. 그가 살아남는 법이었고, 어쩌면 지금의 괴상망측한 스윙의 시작은 ‘생존 골프’를 위함이었다.

최호성의 이력에 ‘골프’라는 단어가 새겨진 건 스무 다섯 살의 늦은 나이였다. 그는 경북 포항의 수산고등학교 재학 시절 실습 시간에 전기톱에 오른손 엄지 한 마디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마땅한 직업도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 노가다(막노동)는 물론 광산에서 돌을 캐기도 했다.

인생의 전환점은 골프장 아르바이트였다. 골프장 일을 하기 위해선 골프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1998년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그의 나이 25세였다. 제대로 된 레슨 한 번 받지 못하고 독학으로 골프를 배운 그는 1년 3개월 만에 세미프로 자격증을 취득했고, 6년 만에 2004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했다. 그리고 골프 입문 10년 만인 2008년 하나투어 챔피언십에서 감격의 첫 우승을 이뤄냈고, 2011년 레이크힐스 오픈에서 생애 두 번째 우승을 낚았다.

최호성의 도전은 끝이 없었다. 은퇴를 생각해야 할 불혹의 나이에 일본 무대에 뛰어든 그는 2013년 데뷔 시즌 두 번째 대회였던 인도네시아 PGA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이뤄내는 파란을 일으켰고, 5년 뒤 다시 우승을 일궈내 ‘제2의 골프인생’을 열었다.

흔히 골프를 인생에 비유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독불장군처럼 자신의 길을 걸어온 ‘괴상한 아저씨’의 인생이야말로 진짜 골프가 아닐까. 보는 사람을 웃음 짓게 하는 그의 진지한 열정, 인생에 정답이 없듯 골프에도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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