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속 이야기] 잡채를 잘 만들어 벼슬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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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기자
입력 2018-12-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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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잡채는 생일, 집들이, 전통적인 결혼식이나 환갑잔치 상에 빠지지 않는 전통 음식 중 하나다. 지금은 흔한 음식이 됐지만, 조선시대에는 임금님이 먹는 궁중요리 중 하나였다. 궁중요리 잡채를 잘 만들어 벼슬에 오른 사람도 나왔다. 호조판서까지 오른 이충(李沖)이다.

‘광해군일기’(1608∼1623)에 의하면, 우리가 잡채를 먹기 시작한 것은 광해군의 집권시절부터다. 당시 호조판서이던 이충은 갖가지 채소를 향신료와 함께 볶아 광해군에게 올렸다. 잡채 맛이 얼마나 있었던지 “진기한 음식을 만들어서 사사로이 궁중에다 바치고는 했는데 임금은 식사 때마다 이충의 집에서 만들어 들여오는 음식을 기다렸다가 수저를 들고는 했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충이 광해군의 총애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잡채 조리법에 대한 기록은 1670년께 나온 ‘음식디미방’에 처음 등장한다. 경북 영양에 살던 정부인 안동 장씨가 일흔살 넘어 써낸 이 책에 따르면, 잡채는 생것으로는 오이채·무·당근·참버섯·석이버섯·표고버섯·송이버섯·숙주나물을 사용하고, 익힌 재료로 도라지·거여목·박고지·냉이·미나리·파·두릅·고사리·시금치·동아·가지와 삶은 꿩고기를 쓴다고 적혀 있다.

이 재료들을 채 썰어 볶아 담고 그 위에 생강가루·후추·천초와 꿩고기 삶은 국물에 된장 거른 것을 섞고 밀가루를 풀어 끓여서 걸쭉하게 만든 즙액을 뿌렸다. 당면을 넣은 흔적은 없었다. 재료에 따라서는 맨드라미나 머루 등으로 붉은 물을 들여 보는 맛을 더했다.

잡채에 당면이 들어간 것은 중국에서 당면 기술을 배운 한 일본인이 1912년 평양에 소규모 당면공장을 열어 당면을 대량생산하면서부터다. 1919년에는 양재하라는 사람이 황해도 사리원에 중국인 종업원을 고용해 광흥공장이라는 상호를 내고 천연 동결 방법으로 당면을 대량생산했다.

당면이 들어간 잡채를 먹기 시작한 시기는 1920년 이후에 나온 방신영의 '조선요리제법'에 처음 등장한다. 이들 서적에는 잡채를 나물의 한 종류로 분류하고, 잡채에 당면이 처음으로 들어간 기록이 나온다.

최근에는 당면을 이용한 잡채뿐 아니라 콩나물잡채, 풋고추잡채, 청포묵잡채, 표고버섯잡채, 해물잡채 등 재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잡채는 편식이 심한 아이들에게 먹이면 좋다. 잡채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재료 중 하나인 당근은 비타민A가 풍부하며, 주황색을 내는 베타카로틴은 항산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파는 섬유소 함량이 높아 변비를 예방하고, 버섯과 고기는 단백질을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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