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인문학] 경제성장률(GDP 성장률)의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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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기자
입력 2018-12-0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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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로도 불리는 경제성장률은 거시경제 통계에서 가장 중요하다. 물론 금융시장에서도 경제 분석과 전망을 위한 가장 의미 있는 수치다. 경제성장률 전망에 따라 전 세계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요동친다. 경제성장률이 평소보다 조금이라도 안 좋아지면 각종 언론에서도 난리가 난다. GDP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모든 경제정책의 큰 목표가 되는 이유다. 하지만 필자는 0.1%, 0.2%의 GDP 성장률 변화에 경도되어 호들갑을 떠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번번이 강조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개인의 상황에 비유해 보겠다. 어느 국가의 GDP 성장률은 마치 한 개인이 작년에 벌어들인 돈보다 올해 번 돈이 얼마나 더 늘었는지 그 소득증가율을 따지는 것과 같다. 그런데 연봉 3억원의 고액 연봉자가 있다고 하자. 작년 연봉이 3억원이었는데 올해도 연봉 3억원이라면 이 사람의 소득증가율은 0%가 된다. 이 사람에게 0%의 성장률이 심각한 영향을 끼칠까. 물론 기분은 좀 나쁠 수 있지만, 실제 그의 경제생활에는 별로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작년에 3억원을 받다가 올해 2억7000만원을 받게 되어 성장률이 -10%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의 경제생활은 별 지장이 없을 것이다.

물론 소득이 낮은 개인일수록 소득증가율은 중요하다. 연봉 3000만원인 어느 개인의 연봉은 다음 해에는 10% 상승한 3300만원 정도가 되지 못한다면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높게 나오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연봉 3억원짜리 선진국이 되면 소득증가율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오히려 소득증가율이 높지 않다는 조바심에 지금까지 벌어놓은 재산으로 무리한 사업을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일본이 그랬다. 오랫동안 경제성장률이 올라가지 않자 경제성장률 제고를 위해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실행하였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섬과 섬 사이에도 큰돈을 들여 다리를 놓는 식의 대규모 토목공사도, 인구가 줄어가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실행한 주택가격 부양책도 경제성장률 상향에는 실패한 채 막대한 재정적자라는 멍에만 남겼다. 어마어마한 재정적자. 국가부채 증가를 감수한 아베노믹스의 효과도 최근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의심스러워 보인다.

다시 강조하지만, 나의 입장에선 이미 연봉 3억원인 일본의 소득성장률이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일본의 국가부채가 앞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통계를 보면 일본의 국가채무는 GDP의 200%를 훌쩍 넘었다. 40% 수준인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미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에서 평가하는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은 우리나라보다도 한두 단계 아래이다.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일시적인 경제성장률 제고를 위해 국가부채나 민간부채를 급격히 증가시켜 국가의 미래 잠재력을 훼손하는 식의 경제정책은 앞으로 최대한 경계해야 한다. 경제정책 수립자들이 경제성장률보다는 소득 하위계층의 소득증가율이나 국가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삼아야 하는 이유이다. 투자자들도 금융상품을 택할 때 경제성장률의 일희일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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