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비트코인으로 세금 받는데…'무법지대'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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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신희강·정명섭 기자
입력 2018-12-0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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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미국에서 세금을 비트코인으로 받는 지역이 생기는 등 전세계적으로 암호화폐를 활용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논의조차 없어 '무법지대'가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암호화폐업계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는 조만간 해당 주에 본사를 둔 기업을 대상으로 비트코인으로도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한다. 주는 향후 납세 가능한 암호화폐 종류를 늘리고 납세 대상을 개인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비트코인 납세 정책은 오하이오주의 재무장관인 조쉬 맨델이 주도했다. 암호화폐 옹호론자로 알려진 그는 암호화폐 납세를 통해 오하이오주의 이미지를 기술성 높은 지역으로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암호화폐 활용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암호화폐에 대한 회계규칙 틀을 마련해 2018년도 결산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세금 관계를 명확하게 하면서 비트코인 도입을 주저하던 기업들에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암호화폐에 투자하거나 투자 받을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스위스 증권거래소 '식스'는 아예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 거래사업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암호화폐를 양성화 시켜 안전한 금융시장에서 거래하도록 한 것이다. 식스 측은 늦어도 내년 7월 안에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식스디지털익스체인지(SDX)'를 출범할 계획이다.

세계가 암호화폐를 제도화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준비를 하는 동안 우리 정부에서는 암호화폐를 활용할 방안을 고심하기는커녕 여전히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금지만 할 것이 아니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활성화하고, 사후 관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시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신윤관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사무처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중앙집권적 규제가 제도적으로 너무 강한 탓에 암호화폐를 활용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암호화폐에 기반한 블록체인 기술이 확산되면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훨씬 유익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지만, 정부의 움직임이 기술의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ICO 금지 이후 1년 넘게 침묵하고 있으며, 11월 발표 예정이었던 ICO 가이드라인도 무기한 연기됐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중이다. 국부 유출을 막고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명확한 관련 규제를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장)는 "암호화폐도 화폐의 한 종류이지만 자산 등 활용에 따라 성격이 달라 일단 많은 논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는 입장을 조율하면서도 급한대로 조례 마련 등 풀어줄 수 있는 부분은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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