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 칼럼] 포스트 4차산업혁명과 영화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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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IT과학부 부장
입력 2018-11-1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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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가상세계로 들어간 인간과 현실로 나온 AI

 


4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사물의 연결입니다. 디지털 세상이 현실 세계와 이어지는 것입니다. 벌써 5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나옵니다. 강시철 레오모터스 회장은 "5차 산업혁명은 인간이 플랫폼이 되는 세상"이라고 합니다. 디지털과 사물이 아니라 인간이 연결되는 것입니다. 마지막 혁신의 대상이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산업혁명의 마지막 단계에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5차 산업혁명은 이미 진행중입니다. 신체의 일부를 디지털화된 장치로 대체하는 일은 이미 많은 발전이 이뤄졌습니다. 최첨단 의족이나 의수는 이미 오래전 영화 속에서 현실로 나왔습니다. 가까운 미래엔 뇌에 컴퓨터 칩을 박아 뇌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생물학적인 뇌와 디지털 뇌의 합, 즉 합뇌입니다. 이런 세상이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지난 9월 6일 개봉한 영화 ‘업그레이드’는 합뇌의 시대에 대한 기발한 상상의 결과물입니다. 영화 내용은 이렇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주인공 그레이는 아내를 잃고 전신마비 신세가 됩니다. 로봇생체이식 업체 베슬컴퓨터의 CEO(최고경영자) 에론 킨은 자신이 개발한 차세대 인공뇌 ‘스템’을 그레이에 이식해 실험합니다. 그레이의 뇌와 스템이 대화를 하며 마비된 신체를 움직입니다. 합뇌 시스템입니다. 스템은 그레이의 승인을 얻어 그의 몸을 통제합니다. 그레이가 펼치는 가공할 위력의 액션이 스템으로 인해 가능해집니다. 

그레이가 스템을 이용해 아내를 죽이고 자신을 불구로 만든 범인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에론 킨은 불완전한 스템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원격으로 스템의 기능을 정지시키려고 합니다. 스템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그레이를 종용합니다. 천재 해커의 도움으로 스템은 ‘off(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동시에 그레이의 승인 없이도 그레이의 몸을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추격 과정에서 그레이는 사고가 불의가 아니라 에론 킨의 계획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스템을 시험할 대상을 찾기 위해 사고를 고의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레이는 이 때문에 에론 킨을 죽입니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것이 디지털 뇌, 즉 스템이 짜놓은 시나리오였다는 것입니다. 스템은 에론 킨의 계획에 아내 애샤의 죽음을 덧붙여 그레이가 에론 킨을 죽이는 것까지 기획을 합니다. 자신의 창조주 인간을 죽임으로써 스템은 인간을 통제하는 존재로 거듭납니다.

그레이의 몸을 통제하게 된 스템은 그레이의 영혼을 몸에서 분리해 가상세계(VR)로 보내 버립니다. 그 순간 스템은 “그레이는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보냈어”라고 말합니다. VR의 세계에서 그레이는 더 이상 불구의 몸이 아닙니다. 아내 애샤도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애샤를 만지는 느낌도 생생합니다. 그레이가 이 세계를 버리고 현실로 돌아올 이유가 있을까요? VR의 세계로 들어간 건 어쩌면 그레이의 자의였습니다. 

영화 중간 주인공 그레이가 VR의 세계에 마약처럼 빠진 이들을 보면서 해커에게 묻습니다. "저들은 왜 가짜 세계에 저렇게 빠져 있냐?"고. 해커는 답합니다. "현실보다 덜 고통스러워서"라고 말이죠.

영화는 인간 플랫폼 시대 인간은 가상의 세계로 빠져들고, 컴퓨터는 실제 세계의 주인공이 되는 아이러니를 다룹니다. 해커의 말처럼, 이 고통스러운 현실의 세계로 AI들은 왜 나오려 하는 것일까요. 원주인인 그레이를 몰아내고 그레이의 몸을 차지하게 된 스템은 인간 플랫폼에서 신대륙을 발견할 것일까요. 현실을 버리고 가상의 세계로 떠난 그레이는 그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찾았을까요. 영화는 보여준 미래가 아니라 보여주지 못한 그것에 대해 묻습니다. "인간은 VR에서 선악과를 따먹고 잃게 된 낙원을 찾으려고 하는 건 아닐까?"라고요. 

또 하나. 똑똑한 AI가 현실로 나오려는 건 고통의 바다 깊숙이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세계가 존재하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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