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광역시 긴급진단] 광주·대구·대전, 10억원대 아파트 속출…"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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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8-11-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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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 봉선동, 대구 수성구, 대전 서구 등 전통적 부촌 위주로 상승

  • 신규 공급 드물었던 지역…기존 단지 쏠림현상 발생

  • 갭 투자자 몰렸을 우려…봉선동의 경우 작전세력 투기 의혹도

광주광역시 전경. [사진=광주광역시]


#. "사실 봉선동은 광주에서도 학군이 좋고 주거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 오래전부터 부유층이 선호해온 동네긴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대에 실거래가가 10억원을 넘는 단지들이 속출한다는 점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죠. 확실한 개발호재가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현재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구모씨(40·남)는 몇 달에 한 번씩 고향에 방문할 때마다 봉선동 집값을 보고 깜짝 놀랐다.

최근 지방 광역시 중 광주, 대구, 대전 시내 주요 인기지역 아파트값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속속 10억원을 돌파하고 있다. '10억원 아파트'는 대표적 부촌인 서울 강남권 고가아파트의 상징이었는데 최근 광주, 대구, 대전 일대에서는 10억원을 넘기거나 그에 못지않게 가격이 오른 단지들이 적지 않다. 시세 급등으로 열병을 앓았던 올해 서울 지역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다.

실제로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광주 남구 봉선동 '한국 아델리움 1단지' 전용면적 129.65㎡의 경우 올해 1월 8억2000만원 선에 거래됐으나, 가장 최근 거래된 가격은 8월 12억9000만원으로 7개월 만에 4억7000만원이 뛰었다.

또 봉선동 '봉선 제일풍경채 엘리트파크' 전용 84.96㎡는 연초 4억3000만원에 거래됐던 실거래 가격이 지난 8월 이후 출시된 매물들이 잇따라 8억원을 넘기며 거래되고 있다. 가격이 1년도 안 돼 무려 2배가량 상승한 셈이다.

봉선동 일대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제일풍경채 엘리트파크의 경우 확실히 시세가 예상 밖으로 상승한 것은 맞다. 전용 84.96㎡의 현재 매물가는 실거래가보다 약 1억원 높은 9억원 선까지 출시돼있지만 요즘 거래가 이뤄지진 않는다"며 "아무래도 광주시, 경찰청이 합동으로 이 단지에 대한 불법거래 조사를 벌이는 등 대대적으로 예의주시를 하다 보니, 호가 상승세가 다소 수그러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는 수성구 일대가 광주 봉선동만큼이나 특정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또 대전은 서구 및 유성구를 중심으로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 '화성 파크드림 3차' 전용 84.98㎡는 지난 9월 9억원으로 역대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올해 1월 7억5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으며, 현재 호가는 9억5000만원 선에 달한다. 또 대전 서구 둔산동 '크로바 아파트' 전용 134.91㎡는 실거래가가 올해 1월 6억4300만원에서 7월에는 8억7500만원으로 2억원 이상 뛰었다.

업계는 우선적으로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 원인을 수요 대비 공급이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학군이 우수해 전통적으로 부촌을 형성해온 지역들임에도 불구, 일대 및 인근에 공급이 제한적으로 이뤄져 기존 단지들의 가격 손바뀜이 계속 이뤄졌다는 것이다.

특히 광주나 대전의 경우 비규제지역에 속해 정부의 고강도 규제 범위에서 벗어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보니 투자수요가 진입할 여력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것이다. 대구의 경우도 수성구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을 뿐, 나머지 지역은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하지만 학군 문제나 풍선효과만으로 이들 지역의 상승세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이들 지역 내에서도 봉선동, 수성구, 서구, 유성구 등 유독 특정 지역의 아파트값 강세가 두드러질 뿐, 나머지 지역은 비교적 안정적인 거래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광주 봉선동의 경우 가격 상승 흐름이 정상적이라고는 판단하기 어려워 이야기를 꺼내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중개업소와 투기세력이 공조해 비정상적으로 높인 매매가격을 실거래가로 신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광주시가 좀 더 면밀한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와 별도로 부동산 시장이 '초 슬림화' 체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도 광주 봉선동, 대구 수성구 등지의 가격을 올린 원인"이라며 "대도시가 노후화될수록 학군 및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의 경우 수요가 더욱 몰리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쇠퇴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일단 최근 상승세를 보인 지역들의 경우 일대에 고급 수요층의 니즈를 충족할 만한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지 못했던 것이 맞다"면서 "적정한 시기에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지 않으면 기존 인기 단지에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권 팀장은 "다만 이들 지역은 대부분 비규제지역에 속해있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전세가율이 높다보니 대출(레버리지)을 이용한 투자가 수도권에 비해 비교적 쉽고, 이는 갭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원인이 된다. 정부도 이들 지역에 대한 주시를 강화할 것으로 보여, 일대가 계속 급등세를 보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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