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걸리버' 김동연, 카누를 만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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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18-11-0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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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정치경제부 기자[사진=아주경제 자료실]


소인국과 거인국에 대한 모험담이 담긴 소설 ‘걸리버 여행기’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소설이기 때문이다.

걸리버 여행기에 대해 모험 중심의 동화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코믹 배우 ‘잭 블랙’이 출연, 2010년 개봉한 영화인 ‘걸리버 여행기’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건네주기도 했다.

사실 아주 적나라한 사회 풍자소설인데도, 사람들은 유쾌한 모험 이야기로 기억한다. 실제 원작소설에서 주인공인 ‘레무엘 걸리버’는 △소인국 △거인국 △하늘을 나는 섬 △말들이 지배하는 나라 등을 모험하면서 오히려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저자인 조너선 스위프트 대신 익명으로 출간됐으며 금서로도 지정됐다. 이후에도 소인국과 거인국 이외의 내용은 삭제됐다. 실로 신랄한 정치풍자 소설이기 때문이다.

난파 당해 소인국에 도달한 걸리버는 바다 건너 적국의 해군함대를 맨손으로 끌고와 큰 공을 세운다. 다만 시기와 음모로 두 눈을 잃을 위험에 처했지만 결국 탈출한다. 소인국은 왕이 좋아하는 줄타기 놀이를 잘하면 출세를 할 수 있는 나라로 묘사된다.

재차 항해하던 중 폭풍우에 밀려 거인국에 도착한 그는 거인 농부의 서커스 돈벌이로 전락해 공연을 벌이면서 녹초가 된다. 다행히 왕궁에 살게 된 그는 여전히 각종 위험 속에서 독수리 밥이 될 처지에 놓였다가 바다로 내던져졌지만, 구사일생으로 구조된다.

항해 중 우연찮게 맞이한 '하늘을 나는 섬'은 수학에 지나칠 정도로 의존하면서도 실수와 허점투성이의 나라다. 

말을 듣지 않으면 섬을 내려 파괴하거나, 대변을 음식으로 되돌리려는 쓸모없는 연구를 하는 그런 곳이다. 환멸을 느낀 걸리버는 이 나라를 떠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말들이 지배하는 나라는 인간(야후)이 퇴화돼 이성적인 말들의 지배를 받는 곳이다. 말들은 절제하고 근면하고 청결한 삶을 사는 것으로 표현된다. 다만 미개한 '야후'와 생김새가 별반 다름없는 걸리버 역시 말들의 반대로 쫓겨나게 된다.

걸리버 여행기는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장에 동행한 기자들에게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귀국 후 건넨 도서다. 특히 김 부총리가 좋아하는 명작 고전소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워싱턴 현장을 회상하면, 그 역시 “대부분 소인국·거인국으로만 알고 있는 걸리버 여행기에는 또 다른 나라를 탐험한 내용이 있다”며 사회 풍자소설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경제와 사회를 비틀어 보는 그의 시선도 여기에서 비롯되지는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의 저서인 ‘있는 자리 흩트리기’ 역시 세상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변화를 추구한 삶이 담겨 있다. 창조와 혁신이라는 이미지가 그에게 녹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교체설 등이 불거지면서 어찌 보면 문재인 정부에서 김동연 부총리의 여행이 끝나가는 모양새다. 후임 경제부총리를 놓고 현직 공직자 및 외부 인사에 대한 검증이 최근 청와대에서 시작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문 정부 들어 초대 경제부총리로서, 혁신성장의 아이콘으로 부상했지만 암울한 경제성적에 대한 책임론 역시 짊어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소득주도성장 일변도의 정책 추진 속에서 소신을 내보이다 내쳐지는 것은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갈등설이 끊이질 않고 불거진 탓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김 부총리의 상황에 대해 야권에서 다소 감싸려는 분위기가 포착된다는 말도 나온다. 향후 야권에서 김 부총리의 정치적 행보를 은근히 기대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걸리버가 그랬듯이 모험을 펼쳤던 나라에서 오히려 미련을 떨쳐내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말들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안주하고 싶은 생각이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던 걸리버가 6주 동안 카누를 만든 뒤 고국으로 되돌아가는 항해에 나선 것처럼 말이다.

한국사회가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미래를 제대로 펼칠 수 있도록 '선장'이 돼주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그게 바로 김동연 부총리가 항상 강조해온, '유쾌한 반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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