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장소로의 시간여행… 서울시 대표 공공건축물 4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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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훈 기자
입력 2018-11-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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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의문 박물관마을 vs 서울도시건축박물관

  • 서울새활용플라자 vs 마포 문화비축기지

기억을 실어 나르는 매체는 밀랍판에서 양피지로, 현대에 들어서며 사진, 영화 그리고 컴퓨터로 진화됐다. 그것들이 박물관, 기념관, 기념물 및 기념비, 문학작품을 비롯한 각종 텍스트, 신화와 종교적 제의, 문서보관소 등의 형식에 저장됨으로써 기억이 제도적으로 공고화되고 조직적으로 전승돼 왔다. 그러나 현장에서 오감을 통한 직접 체험의 인상들은 단순히 누군가를 통해서 듣거나, 다른 매체를 통해 받게 되는 느낌들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깊게 각인된다는 것을 누구나 공감한다. 이런 뜻으로 건축(공간과 장소)은 그 모든 매체나 형식을 능가하는 기억의 저장고일 뿐 아니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기억 그 자체다. <건축가 민현식>
 

'돈의문 박물관마을'[사진=서울시 제공]

◆옛 새문안동네 박물관마을로 탈바꿈

한양의 서쪽을 책임지는 주요 관문이었지만 일제 강점기에 전차 복선화란 이유로 철거돼 지금은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은 바로 그 돈의문(서대문)이 있던 곳. 성벽 아랫마을이나 새문안마을로도 불린 이곳에 서울의 정취를 오롯이 간직한 '돈의문 박물관마을'이 들어섰다. 과거 한옥과 1980년대 근대건물 총 40여개 동을 리모델링해 도시재생방식으로 탈바꿈시킨 전국 최초의 역사문화 마을이다.

돈의문과 경희궁은 일제에 의해 수난을 당하고 훼손됐다. 그렇지만 돈의문 박물관마을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골목길과 필지가 현재까지 비교적 보전이 잘 돼 있는 등 그 사이에서도 흔적을 유지하면서 생명을 이어왔다. 주변 빌딩숲 사이에서 큰 변화없이 세월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졌다는 평이다. 당초 재개발 지역으로 전면 철거 뒤 역사문화공원으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서울시는 이를 보존했다.

마을을 방문하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옛 마을로 돌아간 듯한 공간 속에서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고 즐길 수 있다. 친구나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 가족 단위 나들이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초·중·고등학생들에게는 버섯으로 만든 구조물 한가지만 봐도 무한한 창의력 증진 및 사고의 전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도시건축박물관'[사진=강승훈 기자]

◆세종대로 일대 역사문화 특화공간

덕수궁 옆에 자리한 서울지방국세청 남대문 별관이 78년 만에 철거됐다. 일제로부터 훼손된 대한제국의 숨결과 세종대로 일대 역사성을 회복하고 근대 서울의 원풍경이 복원된 것이다. '서울도시건축박물관'이 '세종대로 일대 역사문화 특화공간 조성 프로젝트'를 통해 마련됐다. 옛 국세청 별관은 1937년 일제가 조선총독부 체신국 청사(당시 건물명 조선체신사업회관)로 지은 건물이었다.

이제 지하 3층, 지상 1층, 연면적 2998㎡, 문화·집회시설(전시장)로 공사 중인 지하 3층을 활용해 개관했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주차장과 맞닿아 있는 시민광장은 내년 3월께 개방된다. 세종대로 쪽으로 갈수록 점차 높게 들리는 경사진 형태다. 담장 너머 덕수궁 일부를 엿볼 수 있다. 시청 앞 서울광장처럼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공간으로 개방된다.

중장기적으로 지하공간은 서울시청과 시민공간인 시민청을 연결하고, 더 나아가 인근 지하와도 잇는다. 근대 서울의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는 국세청 별관 주변의 서울시의회(옛 경성부민관·1935년), 서울도서관(옛 경성부청사·1926년),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1926년)의 모습이 세종대로에서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서울시 제공]

​◆축구장 크기 2배 국내 최대 업사이클 허브

재사용‧재활용 허브이자 업사이클 산업 활성화를 견인하기 위한 국내 최초·최대 규모의 '서울새활용플라자'이 선보였다. 업사이클은 버려진 물품에 디자인을 새롭게 입히거나 활용방법을 바꿔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장안평 일대(성동구 용답동 중랑물재생센터 내)에 연면적 1만6530㎡, 지하 2층, 지상 5층으로 조성됐다.

지상 1층에 전시실, 홍보시청각실, 어린이방, 공용작업장, 옥외 재활용장터를 비롯해 △지상 2층 업사이클 제품 판매장, 주민소통방 △지상 3층 업사이클 공방 22개소, 카페 △지상 4층 공방 16개소, 교육체험실 △지상 5층 공방 5개소, 옥외휴게공간, 식당, 다목적실(교육·회의), 운영사무실 등이 조화롭게 들어섰다.

지상 1층에 들어서면 지상 5층까지 중정형 연결계단이 설치돼 있다. 업사이클 공방, 다목적실, 카페, 식당, 전시실 등의 각 층별로 이동을 편리하다. 입구 전면에는 하수도과학관 광장과 연결된 데크가 갖춰졌다. 데크에 앉아 주·야간에 옥외공연을 시민들과 관광객이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건물 외부 마감을 송판무늬 노출콘크리트, 열처리목재 루버, 금속패널(내후성강판) 등 여러 재료를 사용해 건립 의미를 부여했다.

'문화비축기지' 문화마당 야경.[사진=서울시 제공]

◆41년간 통제된 보안시설 복합 문화기지로

상암 월드컵경기장 서측의 완만한 매봉산 자락에 자리한 1급 보안시설로 41년간 일반인 접근과 이용이 철저히 통제됐던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연중 축제와 공연, 전시가 열리고 시민시장이 서는 '문화비축기지'로 변신해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축구장 22개와 맞먹는 터(면적 14만22㎡)의 가운데에 다채로운 활동이 가능한 열린공간이 자리하며, 그 주변으로 6개의 탱크가 둘러싸고 있다.

가솔린, 디젤, 벙커씨유 같은 유류를 보존하던 기존 탱크들은 최대한 외부 원형을 살려 복합공간, 이야기관 같은 문화시설로 재생됐다. 뉴욕 애플스토어 같은 유리돔(T1), 기존 탱크의 철재를 모두 제거해 만든 공연장(T2), 탱크 상부 구멍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마치 숲속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공간(T4)까지 독특한 구조물이 눈에 띈다.

이곳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기지 내 모든 건축물은 지열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냉·난방이 해결된다. 화장실 대소변기와 조경용수는 각각 중수처리시설(30톤), 빗물저류조(300톤)를 통해 생활하수와 빗물을 다시 쓴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걸어서 약 7분 거리에 위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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