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영웅문', '천룡팔부' 남기고 잠들다, 홍콩 무협소설 '대가' 김용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근정 기자
입력 2018-10-31 12:2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30일 홍콩서 지병으로 사망, 향년 94세

  • 무협소설 '문학' 경지로 끌어올린 무협소설의 '대협객'

  • 홍콩 명보 창간한 언론인이자 다수 명예학위 보유한 석학

홍콩 무협소설의 대가 진융(김용)이 30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사진=신화통신]




영운문(사조영웅전·신조협려·의천도룡기), 녹정기, 소오강호...한국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무협소설을 탄생시킨 진융(金庸·김용)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94세.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의 31일 보도에 따르면 진융은 전날 오후(현지시간) 홍콩 양화병원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그는 중국출판과학연구소가 발표한 '전국 국민 열독조사'에서 루쉰(魯迅)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다. 홍콩 명보를 창간한 언론인이자 다수의 명예학위를 보유한 석학이기도 하다.

1924년 3월 10일 저장성 하이닝(海寧)에서 태어난 진융의 본명은 차량융(査良鏞)이다. 1940년대에 홍콩으로 이주했고 1950년대 중반 '진융'이라는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하기 시작해 앞서 언급한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천룡팔부, 소오강호, 녹정기 등의 대작을 남겼다. 구룽(古龍), 량위성(梁羽生) 등과 함께 '중국 무협소설의 3대 검객'으로 꼽힌다. 다수의 작품이 수 차례 영화, 드라마 등으로 방영돼 큰 인기를 누리면서 "중국인이 가는 곳에는 진융의 무협이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한국어·영문·일어·베트남어·인도네시아어 등으로 번역돼 중국을 너머 세계 무협소설 독자들의 마음까지 사로 잡았는데 전 세계 독자가 3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속적이고 상업적으로 여겨졌던 무협소설을 문학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다. 과거 중국 대륙에서 '금서'였던 그의 작품은 개혁·개방 이후 높은 인기를 누렸고 인정을 받았다. '천룡팔부'는 2004년 11월 중국 인민교육출판사가 펴낸 고등학교 2학년 필수과목인 어문독본 제2과에 실렸을 정도다. 1997년 중국이 홍콩의 주권을 회복한 이후 홍콩 작가로 최초로 중국작가협회에 가입했으며 이후 '홍콩과 중국' 융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협회 명예 부주석에 추대되기도 했다.  

진융이 무협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정확히 1955년, 상하이 대공보에서 일한지 7년이 되는 해였다. 신만보에 연재되던 량위성의 무협소설이 거의 끝나자 편집장은 "너 밖에 없다"며 그에게 다음 연재 소설을 부탁한다.

신경보에 따르면 량위성의 팬으로 모든 소설을 모두 읽었던 그였지만 막상 펜을 잡으니 한 자도 쓰기가 어려웠다. 마감일에 동료가 찾아와 재촉했고 그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올해 거의 60세, 수염과 눈썹은 모두 백발이다. 하지만 그 내면은 신비롭고 정신도 남다른 활력이 있었다"라는 첫 문장을 겨우 써냈다. 이것이 그의 첫 작품인 '서검은구록'의 시작이자 진융 14편 대작 여정의 시작이다.

진융을 유명한 언론인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 후 상하이 대공보에서 국제부 편집을 맡았고 1959년에는 홍콩 명보를 창간했다. 대량의 수필, 산문, 영화 및 연극 평론을 써 신문에 게재했고 번역 작업에도 힘을 쏟았다. 이후 1989년 명보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국내외 다수 대학교의 명예박사이자 교수로도 활약했다. 저장대 인문대 학장을 맡았었고 2005년에는 캠브리지 대학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도 받았다.

중국 무협소설계의 '큰 별'이 타계했다는 소식에 언론사와 대학 등 중국 전 사회에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진융이 창간한 명보는 30일 밤 즉각 홈페이지에 애도문을 게재하고 "명보의 창간인이자 유명 무협소설 작가인 차량융 선생(필명 진융)이 향년 94세로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해 명보 전 구성원이 깊은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끼며 가족에게도 깊은 애도를 전한다"고 밝혔다.

또 ,"차량융 선생은 명보신문그룹 장샤오칭(張曉卿) 대표의 좋은 친구로 과거 차량융 선생이 고생을 감수하고 혼심의 힘을 쏟지 않았다면 명보가 창간 60년을 향해 달려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의 별세는 명보는 물론 홍콩 신문업계, 화문 문학계 모두에 있어 큰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인민일보(人民日報) 해외판은 '세상에 김 대협(협객)이 더 이상 없다'라는 제목으로 별세 소식을 전하며 안타까움을 보였다.

저장대는 30일 저녁 7시55분(현지시간)께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인생은 요란하고, 조용히 떠나면 '마음이 아프다'...오늘 대협객이 기억으로 남았다...진융 선생, 잘가세요"라고 슬픔을 전했다. 

비호외전, 설산비호, 연성결, 천룡 등 14편 작품의 첫 글자를 따와 만든 문장을 인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샤먼(夏門)대는 웨이보를 통해 "비설연천사백녹, 소서신협의벽원(飛雪連天射白鹿, 笑書神俠倚碧鴛 : 하늘 가득 연일 눈이 휘몰아쳐 흰 사슴에 날리고, 글을 조롱하는 신비로운 협객은 옥빛 원앙에 기댄다)...강호여 안녕, 대협객이여, 잘가라"라는 글로 슬픔을 표현했다. 후난성의 지서우(吉首)대학은 "한 시대가 끝났다"는 짤막한 문장으로 깊이 애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