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1억 하락해도…2~3개월 오른 '호가 거품' 빠지면 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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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18-10-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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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3구 아파트값은 9·13대책 발표 5주 만에 마이너스 전환

  • 콧대 높아진 매수자…"실거래가보다 5000만원 떨어지면 사겠다"

  • 종부세 초미의 관심사…"반전세로 세금 마련"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처음으로 강남 3구 아파트 값이 하락세를 기록했다. 사진은 25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남구(왼쪽)와 서초구(오른쪽)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매도자들이 매매가격을 1억원 낮춰도 매수자 대부분이 여전히 비싸다고 반응한다. 9·13 부동산 대책 전에 급격하게 오른 가격은 ‘진짜 가격’이 아니라 ‘거품 호가’라는 것이다.”(서초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송파 헬리오시티 84㎡의 경우 17억5000만~18억원이던 매도호가가 지금은 17억~17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매수자들은 9·13 대책 전 실거래가인 16억5000만원이 '진짜 가격'이라고 한다. 매매가격이 16억원까지 떨어지면 전화 달라는 식이다.”(송파동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25일 방문한 강남 부동산 시장은 첫 서리가 내린 가을 날씨만큼이나 얼어붙어 있었다. “지금 아니면 서울 입성이 불가능하다”며 불안에 떨던 매수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2~3개월간 급격하게 오른 가격이 빠지면 전화 달라”며 콧대가 높아졌다. 반면, 의기양양하던 매도자들은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매수자들이 자취를 감추자 5000만~1억원씩 가격을 낮춰 매물을 내놓고 있다.

◆"호가는 거품 아니냐··· 실거래가까지 떨어져야"

서초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매매문의는 많으나 가격이 얼마나 꺾였는지를 묻는 문의가 대다수"라며 "매수자들은 앞으로 가격이 더 꺾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3개월간 3~4억 오른 가격은 ‘호가’일 뿐 ‘진짜 시세’가 아니라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매수자들은 최근 입주한 아크로리버뷰, 신반포자이 등 새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이 역시 가격 하락을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아크로리버뷰 84㎡의 경우 현재 27억~30억원 수준으로 호가가 형성돼 있지만 매수자들은 올해 6월 입주할 때 가격인 25억~27억원 수준의 매물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대책이 나온 지 한달 정도 지났기 때문에 매도자 다수가 그 가격에는 절대 매물을 내놓을 수 없다고 한다"며 ”연말이 되면 가격 향방이 확실해질 것 같다“고 귀띔했다.

매수자들이 호가가 빠지길 기다리는 것은 강남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로, 사정이 여의치 않은 갭투자자나 다주택자들은 호가를 낮춰 매물을 내놓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9·13 대책 뒤 31평은 18억5000만원까지 거래됐던 게 17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고, 34평은 21억원이 넘던 게 지금은 20억원에 거래되고 있다"며 "34평 초급매는 19억원에도 거래됐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부터 나왔던 매물들인데 부동산 규제가 워낙 강력하게 들어오니, 매도자들의 열기가 누그러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치 은마아파트는 지난주만 해도 1층이 17억원에 나왔는데 지금은 로열층에서도 17억원으로 매물이 나오고 있다. 저층은 16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연말 입주를 앞둔 송파 헬리오시티도 매도 호가가 5000만~1억원 떨어졌지만 매수자들은 실거래가보다 더 낮은 가격을 기대하고 있다. 잠실도 가격이 하락하기는 마찬가지다. 9·13 대책 전 76㎡ 호가는 19억4000만원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18억원까지 하락하는 등 가격이 5000만~1억원 빠졌다.

◆향후 변수는 ‘종부세’··· "반전세로 세금 마련하겠다"

정부가 1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을 원천 차단하자,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는 흐름도 뚝 끊겼다. 서초구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똘똘한 한 채로 옮기려고 해도 1주택을 소유한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출에 제한을 받아 갈아탈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초구에서 30평대 아파트를 사려면 최소 내 돈 10억원은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엄두조차 낼 수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대출 규제에 시장이 즉각 움츠러들었지만, 앞으로 강남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는 ‘종부세’다. 잠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지금은 대출이 막힌 게 호가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앞으로는 종부세의 밑그림에 따라 가격이 움직일 것”이라며 “국회에서 종부세를 어떻게 결정할지가 강남권 집주인들의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참여정부 수준을 웃도는 최고 3.2%로 높이고, 세 부담 상한도 전년도 재산세와 종부세의 150%에서 300%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여야 간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19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종합부동산세 인상을 두고 여야 간 한바탕 말다툼을 했었다. 

서초, 대치 등 일부 강남권에서는 종부세 인상에 대비해 반전세를 놓기 시작했다. 대치동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연세가 있는 분들은 다달이 월세를 받아서 세금을 충당하고자 반전세를 내놓고 있다”며 “76㎡는 5000만원에 월세 160만원 혹은  2억원에 월세 90만~100만원 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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