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은 우리 것”…中 에너지 드링크 ‘집안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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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18-10-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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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표권 계약 기간 놓고 양측 의견 팽팽...화빈그룹 "계약기간 50년"성명 내놔

  • 금색 레드불, 파란색 레드불 한 진열대에 '진풍경'

  • 전문가 "레드불 싸움 몇년 간 지속된다"

[사진=바이두]


상표권 계약 기간을 두고 벌어진 에너지 드링크 브랜드 ‘레드불’의 중국 내 ‘집안싸움’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레드불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는 레드불 태국과 함께 중국 레드불 유한공사(이하 레드불 중국)를 설립한 화빈그룹(華彬集團)이 양사의 계약기간은 애초부터 20년이 아닌 50년이라고 공식 발표하면서다.

레드불 태국은 현재 레드불 중국이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화빈그룹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2016년 10월 상표권이 만료됐음에도 레드불 중국이 계속해서 레드불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화빈그룹이 이번에 내놓은 입장을 두고, 레드불 태국은 어떠한 증거도 없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중국 경제 전문지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은 2016년부터 불거진 양사의 대립구도에 중국 소비자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고 보도하며 레드불의 분쟁을 상세히 소개했다.

◆중국에는 ‘금색 레드불’, ’파란색 레드불’이 있다?
중국에는 두 종류의 레드불이 있다. 금색 캔의 레드불과 파란색과 하얀색이 섞인 디자인의 레드불이다. 금색 레드불은 레드불 중국이 내놓은 것이고, 파란·하얀 레드불은 오스트리아의 오리지널 레드불이다. 두 제품은 같은 이름과 비슷한 맛으로 동일한 마트의 진열대에 나란히 놓여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 내에서 레드불의 집안싸움이 펼쳐진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의 배경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스트리아 레드불의 자회사인 TC제약과 화빈그룹은 베이징에 레드불 중국이라는 합자회사를 출범시켰다. 합자회사 지분의 80%는 레드불 태국이 소유하며, 경영권은 화빈그룹 옌빈 회장이 가져가는 것으로 계약이 이뤄졌다. 

생소한 음료로 초반에 고전하던 레드불 중국은 옌빈 회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을 통해 기능성 음료계를 장악했다. 현지 입맛에 맞춘 제품과 ‘피곤할 때, 힘이 들 때, 레드불을 마셔요’라는 공감 가는 광고 문구가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그러나 레드불이 잘 팔릴수록 TC제약이 취하는 이득만 늘어났다. 레드불 태국이 레드불 중국의 지분을 80% 이상 소유했기 때문이다.

이에 불만을 가진 옌빈 회장은 사업확대를 위해 설립한 타 지역 레드불 생산업체 3곳(광둥·장쑤·후난)의 지분은 화빈그룹이 100% 소유하게 했다.

이후 양사는 순탄하게 회사를 운영하는 듯했으나 2012년 레드불 태국의 창업주인 칠레오 유위디야 회장이 타계하자, TC제약의 반격이 시작됐다. 오리지널 오스트리아 레드불의 중국 내 판매를 돕고, 중국 레드불과 경쟁을 부추긴 데 이어 중국 레드불 생산업체에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화빈그룹은 “우리는 원만한 상표권 계약 연장 협의를 위해 협조적인 태도를 취했다”며 “찰레오 유위디야 회장과의 계약 사항을 준수하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표권 기한, 20년 vs 50년··· 양측 의견 팽팽
이처럼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화빈그룹이 옌빈 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공식 성명을 내놨다. 화빈그룹이 레드불 태국과 계약할 당시 중국 당국의 외자기업 투자 제한 규정 때문에 계약 기간을 20년으로 한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본래 양사의 계약기간은 50년으로 하려고 했었다는 내용이다.

옌빈 회장은 성명을 통해 “2002년 외자기업 투자 제한이 해제됐을 때 계약을 다시 하려고 했지만,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 다시 계약을 하자는 양사의 합의 하에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며 “계약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양사의 계약기간이 50년이라는 것은 구두상으로 이야기를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화빈그룹은 옌빈 회장의 성과와 공로를 특히 강조했다. 중국에 레드불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장본인이 옌빈 회장이라는 것이다. 화빈그룹은 “중국에서 레드불은 옌빈 회장의 성공 신화로 여겨지고 있다”며 “레드불 태국이 이 공로를 무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집안싸움은 앞으로 몇 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레드불 태국과 레드불 오스트리아, 중국의 화빈그룹 등 3개 기업의 이익 관계가 레드불이라는 음료 하나로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며 “구조적으로 봤을 때 이번 분쟁은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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