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지상파방송의 공적 책무와 방송시장 안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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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리 기자
입력 2018-10-1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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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진만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진만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우리나라 방송계는 바람 잘 날 없는 것 같다.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 간 재송신 갈등으로 인한 끊임없는 소송전, 지상파방송의 프리미엄CM에 대해 중간광고의 편법 운영이라는 비난, 의무편성채널에 대한 채널사용료 지급으로 인한 이중 특혜 문제 그리고 그 밖의 규제의 불균형 문제 등과 같은 굵직한 사안들 중 어느 하나 제대로 속시원히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혼돈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혼돈 중 상당 부분은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 간의 갈등이나 규제의 불균형에서 야기한다. 설상가상으로 이 두 방송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나누어지다 보니 효율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것 같다. 오죽하면 방송계 일각에서 특정 사업자에 치우치지 않는 별도의 균형발전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지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물론 이제까지 산적한 모든 문제를 일소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빠르게 찾을 수 있는 최선책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어 그것부터 풀어나가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그 답을 우리나라 공영방송인 KBS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즉, 공영방송의 위상을 제대로 정립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것이다.

먼저 공영방송인 KBS1, 2채널을 모두 의무재송신 채널로 해야 한다. 의무재송신은 난시청지역의 시청자들에게 시청권을 보장해주는 한편 지역방송국들을 도와주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KBS1과 EBS만을 의무재송신 채널로 정하였다. KBS1, 2TV가 회계분리도 안 되는데, 두 채널 중 하나만 의무재송신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현재 시청자들은 거의 대부분 유료방송에 가입해서 지상파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KBS를 시청하기 위해 시청자들은 IPTV든 케이블TV든 위성방송이든 플랫폼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 경우 매달 가입비를 내야 한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이미 KBS에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는 KBS2에 재전송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이 돈은 가입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국민들은 공영방송 KBS를 시청하는 데 수신료와 가입비를 이중으로 부담하는 셈이다. 의무재전송 채널을 KBS2까지 확대하여 국민 모두 실질적으로 KBS의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차제에 KBS는 전적으로 수신료에 의존하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수신료 현실화가 그 답이다. 그런데 수신료 현실화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지금까지 정쟁의 산물로 전락하여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방법은 독일의 예에서 보듯이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독립된 기구인 수신료산정위원회 같은 곳에서 정하게 하면 된다. 2017년 기준 KBS 총매출 중 광고는 3666억원(24.5%)이다. 외국의 그 어느 공영방송보다도 광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광고료는 시청률과 직결된다. 더 많은 광고주를 확보하기 위해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따라서 KBS가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진정한 공영방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수신료에 의존하는 재원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KBS가 광고를 포기하면 1년에 약 3600억원 정도의 방송광고료가 시장에서 다른 주인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다른 방송매체가 될 수도 있고 신문매체에 그 몫이 돌아갈 수도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않고도 광고시장이 커지는 효과를 가져오게 하는 셈이다.

KBS의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원칙이 세워진다면, 유료방송 사업자와의 재송신료 갈등은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기존 KBS2에 지불하던 800억원 정도의 재송신료를 절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확보된 예산을 콘텐츠 지원금과 같은 공적기금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사업자의 자발적인 의지가 요구되는 것이지만 매번 되풀이되는 재송신료 협상 갈등에서 조금이나마 여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료방송 사업자들도 기꺼이 수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에만 매몰되지 말고 좀 더 대승적인 차원에서 방송산업의 발전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특정 사업자의 이익만이 아니라 방송시장에서 모두가 상생할 수 있고, 나아가 방송시장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그러한 출구를 찾기 위해서도 이러한 시도들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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