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김범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한 게임?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제3인터넷은행 주인공으로 네이버 거론

이해진-카카오, '삼성SDS 입사' 'NHN 출범' 등 인연 인터넷은행으로 이어질지 관심

"동지에서 적으로"...네이버-카카오, 모바일과 PC 전 영역에서 경쟁 중

김범수 카카오 의장(왼쪽)과 이해진 네이버 GIO.[사진=각 사 제공]

정부가 정보기술(IT) 기업에 한해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소유 규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1위 포털 네이버가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각각 이끄는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삼성SDS 입사부터 네이버-한게임 합병 등으로 이어진 인연이 인터넷은행에서도 계속될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17일 금융·IT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세 번째 인터넷은행 인가 과정에 참여할 유력한 ICT 기업으로 네이버가 거론, 카카오뱅크의 최대 경쟁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의 인연이 주목받고 있다.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의 인연은 서울대 86학번에서 시작됐다. 이 GIO는 산업공학과, 김 의장은 컴퓨터공학과로 전공은 달랐다. 이들은 1990년에 서울대를 졸업하고 각각 서울대와 카이스트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1992년 삼성SDS에서 다시 만난다. 이후 김 의장은 1998년 사표를 제출하고 온라인 게임 포털 ‘한게임’을 창업했다. 당시 한게임은 테트리스와 고스톱 등의 카드 게임 등으로 서비스 개시 5개월 만에 이용자 300만명을 모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GIO는 1997년 삼성SDS에서 사내 벤처로 검색 포털 네이버의 초기 버전을 개발했다. 이후 1999년 ‘네이버컴(현 네이버)’을 창업해 정식으로 포털 사업을 시작했다. 2000년 김 의장과 이 GIO는 의기 투합해 네이버컴과 한게임을 합병, NHN을 출범했다. 합병 후 네이버는 지식인 서비스 출시 등으로 야후와 라이코스, 엠파스, 다음 등이 장악한 검색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NHN이 성장하면서 김 의장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장고 끝에 그가 들고온 것은 현재 국민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으로 성장한 카카오톡이다. 카카오톡 출시는 김 의장과 이 GIO가 '동지에서 적'이 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네이버는 같은 메신저 플랫폼 ‘라인’ 출시로 대응했으나 이미 카카오톡이 국내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었다. 이에 이 GIO는 라인을 일본과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해외로 진출시켜 글로벌 월간 사용자 2억명 이상의 플랫폼으로 성장시켰다. 네이버가 라인과 밴드 등 모바일 영역에서 시장을 확대하자, 김 의장은 2014년 검색 포털 다음을 인수키로 결정한다. 모바일뿐만 아니라 PC로도 경쟁 분야를 넓힌 것이다.

국내 금융산업에선 카카오의 성과가 더 두드러진다. 카카오는 지난해 7월 국내 2호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를 설립했다. 맏형인 케이뱅크보다 3개월가량 늦게 문을 열었으나 출범 1년 만에 고객 633만명, 수신(예·적금) 8조6300억원, 여신(대출) 7조원(잔액 기준)을 달성했다. 케이뱅크가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고객 71만명, 수신 1조2900억원, 여신 1조30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카카오톡의 4300만 국내 이용자, 쉽고 편리한 사용자경험(UX),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친숙한 이미지 형성 등이 성공 요인으로 손꼽힌다.

네이버는 이번에도 국내보다 글로벌 금융업 진출로 맞서고 있다. 네이버 라인의 금융 자회사 ‘라인 파이낸셜’은 일본에서 현지 대형 손해보험사인 재팬니혼고아와 손잡고 ‘라인 보험’ 서비스를 지난 16일부터 시작했고, 지난 6월에는 노무라 증권과 공동출자해 ‘라인 증권’을 설립했다. 네이버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말 라인 파이낸셜의 주식 250만주를 2476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네이버가 셋째 인터넷은행의 주인공이 되면 카카오뱅크와 전면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네이버 또한 국내 검색 점유율 75%, 이용자수 3000만명에 달하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다. 고객 기반이 무엇보다 중요한 금융업 특성상, 네이버의 포털 영향력은 은행업 진입 초기부터 유리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에 한정하지 않고 핀테크 산업 전반에 대해 내부 스터디를 하는 단계”라며 “인터넷은행과 관련한 진척상황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