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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속 이야기] 한국판 미투 1호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 그후 25년

백준무 기자입력 : 2018-10-18 00:01수정 : 2018-10-18 00:01
1993년 10월 18일, 국내 최초로 성희롱 사건 소송…5년간 법정 싸움 끝에 대법원 "피해자 정신적 고통 명백"

[이미지=아이클릭아트]


1993년 10월 18일. 국내 첫 성희롱 사건이 법원에 접수됐다. 이른바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이다. 소송을 제기한 우모씨는 신정휴 서울대 화학과 교수를 상대로 서울민사지법에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사건이 알려지게 된 건 두 달 전. 화학과에서 1년간 조교로 근무했던 우씨는 대자보를 통해 "신 교수가 지속적으로 자신의 팔과 어깨를 만지는 등 신체 접촉을 가했고, 이를 거부하자 자신을 조교직에서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우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우씨는 손해배상 청구로 맞대응했다.

미국은 이미 1986년 대법원이 성희롱(sexual harassment) 개념을 인정했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라는 어려움에 봉착했을 정도로 성희롱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부족한 시기였다. 우씨를 향한 '2차 가해'가 쏟아지는 와중에, 당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우씨의 변론을 자청했다.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했지만 놀랍게도 1심은 우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신 교수에게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1년 뒤 항소심에서 "신 교수의 행동은 무의식적이거나 경미한 실수였다"며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우씨가 소송을 제기한 의도를 두고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1998년 2월 대법원은 성희롱을 "새로운 유형의 불법행위"라고 결론내렸다. 재판부는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고통을 입었음이 명백하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하고, 소송 5년 만에 우씨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 이후에도 신 교수는 '나는 성희롱 교수인가'라는 책을 펴내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성희롱 사실이 인정됐음에도 신 교수는 2008년 2월 무사히 정년퇴직했다. 우씨는 변리사의 꿈을 접고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할 만큼 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 성범죄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다. 진정성에 대한 의심 때문에 용기를 낸 당사자들의 고통은 되레 가중된다. 피해자들이 공개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기를 꺼리게 된 이유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5%가 재직 중인 직장에서 성희롱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중 절반이 넘는 이들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내버려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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