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칼럼] 美 중간선거와 미중 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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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초빙논설위원
입력 2018-10-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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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11월 말 미·중간 타협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나오는 등 미·중 무역전쟁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에 대중 무역전쟁을 이끌고 있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생각을 읽어내는 게 향후 미·중 무역전쟁을 가늠하는 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핵심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그에 대해선 통상법 301조에 따라 초반부터 대중 관세폭탄을 쉴 새 없이 터뜨림으로써 미·중 무역전쟁의 기선을 제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지가 갈수록 강화돼서 최근 미국 내에선 트럼프 통상정책을 가리켜 '라이트하이저리즘(Lighthizerism)'이라고까지 한다고 한다. 

과연 라이트하이저는 어떤 인물인가. 그는 1983~85년 레이건 정부에서 무역대표부 차석대표를 역임한 통상정책 전문가인 데다, 미국 기업을 고객으로 대외법률자문 등 민간 실무경험도 풍부한 인물이다. 따라서 민간 기업인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의사소통도 잘 돼서 그만큼 신뢰도 두텁다.

2018년 2월 발표된 ‘2018년 통상정책 어젠다 및 2017년 연차보고서’는 트럼프 정부의 향후 통상정책 방향이자 라이트하이저의 기본인식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요약하면 향후 통상정책은 특히 첫째, 국가안전보장에 도움이 되고 둘째, 미국 경제와 미국인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며 셋째, 미국 통상법(통상확대법 232조와 통상법 슈퍼 301조 등)에 어긋날 땐 엄격히 시정하게 하는 방향으로 집행돼야 한다는 게 골자다. 지난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대중 관세폭탄도 그 일환인 셈이다.

물론 이 미국의 통상정책에 대해 보호무역주의를 우려하는 국가들도 많다. 특히 중국은 자유무역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며, 미국을 보호무역주의로 집중 성토하고 있다. 반면, 반대 의견도 있다. 라이트하이저리즘이라 명명한 웨일즈대학의 퀸 슬로보디안 교수는 지난 8월 기고문 ‘We live in Robert Lighthizer’s World Now(우리는 지금 라이트하이저의 세계에 살고 있다)‘에서 미국의 통상정책은 지금껏 왜곡된 자유무역을 시정하려는 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라이트하이저 또한 작년 3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본인은 보다 자유롭고 공정한 자유무역론자"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해 라이트하이저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오래 전부터 지적해왔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때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자국기업 기술력 향상에만 골몰하고 있으며, 시장개방과 함께 상호 자유무역에 걸 맞는 법과 제도개선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시장개방으로 미국경제에 이익이 될 거란 당초 기대는 틀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런 환경을 바꾸지 않고 중국을 생산거점으로 했기 때문에 오히려 무역적자 확대, 미국기업의 지적 재산권 침해, 미국 제조업의 급격한 쇠퇴를 초래했다고 얘기한다.

그럼 라이트하이저는 왜 25%에 달하는 추가 관세폭탄 같은 공격적이며 일방적 조치(Aggressive Unilateralism)를 강행한 걸까. 전문가들은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 현행 WTO 규정은 중국의 불공정관행을 시정하는데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USTR 조사(통상법 301조 근거)에서 밝혀진 중국의 불공정관행 중 WTO 규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부당취급 정도다. 그 외 보조금정책을 통한 경쟁력 제고라든지, 국유금융기관 지원에 의한 미국 기업 인수합병(M&A) 등 불공정관행은 손 댈 방법도 마땅치 않다고 한다.

둘째, 과거 성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라이트하이저는 1980년대 레이건 정부 때 강경한 정책을 밀어붙여 일본을 굴복시킨 경험이 있다. 그때도 일본의 불공정관행에 대한 보복조치로서 통상법 301조가 발동됐다. 물론 당시는 관세폭탄 대신 상대국 수출자율규제 등의 양보로 해결책을 찾았지만, 요컨대 미국기업에 이익이 되는 결과를 끌어냈었다. 아무튼 현재 그때 성공 체험했던 강경책의 창끝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으며, 시장은 이 싸움이 언제 잦아들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자칫 미·중 무역전쟁이 전 세계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경우 세계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향후 미·중 무역전쟁은 어떻게 될까. 시장에선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면 양쪽 다 피해를 보는 무역전쟁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거란 의견도 꽤 있다. 하지만, 오히려 중간선거 후 싸움이 거세지고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왜냐면 첫째,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이 무역적자 축소가 아니라 경제패권이기 때문에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 둘째, 중국에 대한 미국 정계의 시선이 여야를 막론하고 곱지 않기 때문. 증거로 라이트하이저의 인준 청문회 때 대중 강경책을 밝힌 라이트하이저에 대한 상원 승인은 82 대 14의 압도적 찬성이었다. 셋째, 현 통상정책에 대한 미국 기업이나 미국인들의 지지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미국상공회의소가 지난 1월 발표한 ‘2018년 비즈니스환경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통상정책에 의해 중국의 시장개방이 크게 진전될 거라고 답한 기업수가 작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회장 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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