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반도체 외끌이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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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8-10-1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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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고용 부진…내수 흐름 정체된 모습

  • 두달째 ‘경기 개선’ 문구 빠져…경기 하락 우려 점증

[사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한국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만이 활력을 보이는 등 '외끌이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는 고용과 투자를 중심으로 내수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두 달째 모습을 감췄다.

세계경제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아시아 신흥국도 소비‧수출이 양호한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만 나홀로 위기에 빠져 성장이 주춤한 양상이다. 중국은 ‘안정된 성장세’, 미국은 ‘견실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대표적인 ‘저성장’ 국가인 일본도 경기개선 추세다.

1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10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투자 감소와 고용 부진으로 인해 내수 흐름은 정체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8월까지 ‘경기 개선’이라는 문구를 포함시킨 KDI는 9월 ‘경기 하락’이라는 문구를 새로 넣으면서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감을 드러냈다. 이달 들어 ‘하락’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빠졌지만 ‘경기 개선’이라는 문구 역시 두 달째 찾아볼 수 없다.

KDI는 “조업일수 등 일시적 요인을 감안할 때 수출은 반도체를 위주로 양호한 모습을 유지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9월 수출은 추석 명절 연휴 이동에 따라 일시적으로 감소했으나, 일평균 기준으로는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9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2% 감소했다. 품목별로 반도체(28.3%)와 석유제품(13.5%)을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에서 하락했다. 조업일수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액은 전월(8.7%)과 유사한 수준인 8.5%를 기록했다.

반면 내수는 투자와 고용의 영향으로 부진한 상황이 이어졌다. KDI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모두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고용도 부진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8월 설비투자는 운송장비(8.3%)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계류(-18.1%)가 크게 감소하면서 11.2%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올해 5월(-3.5%)부터 넉달 연속 마이너스가 이어지고 있고, 6월(-14.7%)부터는 두 자릿수 감소폭이 유지되고 있다.

△특수산업용기계 수주액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 △기계류 수입액이 모두 감소하면서 기계류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 감소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KDI는 건설투자 역시 건설기성(-6.2%)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건설수주(-32.1%)도 큰 폭으로 축소돼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고용부진은 심각한 상황이 계속됐다. 8월 취업자는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전달(5000명)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제조업 취업자 감소폭(-12만7000명→-10만5000명)이 이어진 데다, 서비스업(2만9000명→-3만2000명) 등의 산업에선 취업자 수가 감소세로 전환됐다.

임시‧일용직(-23만2000명→-23만9000명)과 자영업자(-3만명→-5만3000명)는 감소폭이 확대됐다. 청년층 실업률은 9.6%에서 10.7%로 전월에 이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소비는 개별소비세 인하와 같은 정책지원에도 완만한 수준에 머물렀다. 8월 소매판매액은 전월(5.7%)과 유사한 6%를 기록했다.

KDI는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증가세는 유지됐지만, 서비스를 포함한 전반적인 소비개선 흐름은 완만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8월 전 산업 생산은 전월(1.3%)보다 소폭 확대된 1.5%를 기록했다. 광공업생산은 반도체(13.6%)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자동차(9.6%)가 기저효과로 증가전환되면서 전월(1%)보다 증가폭이 확대된 2.5%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보건‧사회복지(7.2%)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그러나 숙박‧음식점업(-1.4%)과 부동산업(-5.3%) 등의 부진으로 전월(2.1%)보다 낮은 1.6% 증가에 머물렀다.

KDI는 “광공업 생산(13.6%)이 확대됐으나, 서비스업‧건설업 생산이 주춤하면서 전반적인 경기는 정체된 모습”이라고 밝혔다.

9월 소비자물가는 농산물가격 상승과 전기료 인하 종료 등의 영향을 받아 전달(1.4%)보다 높은 1.9% 상승했다. 금융시장은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라고 KDI는 평가했다.

한국경제 상황과 달리 세계경제와 주요국은 경기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KDI는 “세계경제는 주요국의 경기개선이 미약해지면서 완만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신흥국 경제는 소비와 수출이 대체로 양호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유로존 경제는 경기회복 속도가 완만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국 경제는 비교적 안정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소비가 다소 회복되고 수출도 양호한 증가세이나 생산 측면의 경기개선 추세는 미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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