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홀세일여행사, 상생에서 답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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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협회장
입력 2018-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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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회장 [사진=한국공정여행업협회 제공]
 

최근 여행업계에서 ‘홀세일여행사’를 표방하는 대형 업체와 그 대리점 사이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좋게 말하면 빠르게 변화하는 여행업계의 체질 변화에 따른 여파이고, 나쁘게 말하면 ‘밥그릇’ 싸움이다.

개념부터 정리하면 홀세일여행사는 상품을 기획만 하고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지 않는 업체를 뜻한다. 쉽게 말하면 여행상품 도매상이다. 이들의 상품을 대신 판매하는 곳이 대리점이다. 국내에 대표적인 홀세일여행사로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이 있다.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에서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브랜드를 내걸고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사실 이들과 계약을 맺은 대리점이다. 좀 더 구체화하면 △홀세일여행사의 여행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일반대리점’ △하나투어 닷컴에서 예약할 때 선택할 수 있는 ‘닷컴대리점’ △하나투어에 로열티를 내고 이 회사 상품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전문대리점(하나투어 간판사용)’ 등이 있다.

홀세일여행사와 대리점 간 협력 관계는 최근까지 다른 업계에 비해 잘 이뤄져왔다. 하나투어(1993년 설립)와 모두투어(1989년 설립)가 여행업계의 1위였던 롯데관광(직판여행사: 상품 기획 및 판매 모두 직접 진행)을 제치고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 그 근거다.

홀세일여행사의 장점 덕분이다. 직판여행사의 경우 패키지여행 최소출발인원(보통 8~15명 사이)을 구성하기가 어렵지만, 홀세일여행사의 경우 여러 대리점들이 고객 유치를 해 상대적으로 최소출발인원 구성이 용이하다.

대리점 입장에서는 상품 기획과 마케팅 등의 비용을 낮출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하며, 국내 여행업계의 성장을 견인해 온 것이다.

악어와 악어새 같던 이들의 관계가 균열이 간 것은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홀세일여행사가 자체적인 판매를 시도하려고 하면서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의 지난 9월 해외 여행수요(항공권 판매 미포함)는 24만2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최근 수익 하락에 따라 돌파구로 직접 판매도 고려하고 있으며,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리점들을 통한 전화번호 등 홀세일여행사의 고객 정보 수집이 그 ‘첫 단추’라는 주장이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지난해 ‘성탄절 항공 대란’ 이후 대리점들의 ‘예약 고객정보 입력’​ 시 전화번호를 필수적으로 등록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기존에는 여행단 대표자 1인과 대리점 대표의 이름과 전화번호만 받아왔다.

성탄절 항공 대란이란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휴 직전인 23, 24일 이틀간 해무(海霧) 사태로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이 대거 지연·결항된 사태를 말한다. 연휴를 맞아 출국하거나 미리 해외로 떠났다가 한국에 들어오려는 승객의 발이 묶이면서 대혼란이 벌어졌다. 당시 고객 정보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으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평가다.

홀세일여행사들이 ​전화번호 수집에 대한 대리점의 항의에 국토교통부의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에 따르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다.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의 항공사업법 제61조에 따르면 항공기가 지연이나 결항, 변경될 경우 ​항공사와 여행사는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 등으로 ​승객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이에 대리점들은 명분일 뿐이라며 홀세일여행사에 대한 고객 전화번호 제공은 장기적으로 자신들에게 칼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도 홀세일여행사들이 수집한 고객 전화번호를 통해 개인에게 광고 문자를 보내 마일리지 적립이나 할인 이벤트 등을 미끼로 자사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유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직판 본격화를 위한 수순이라는 판단이다.

이 문제를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들의 다툼이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가지 않길 바란다. 또한 홀세일여행사들이 자사 홈페이지에서 ‘전국의 공식인증예약센터 및 협력 여행사, 제휴사 등과 함께 상생하고 협력함으로써 고객감동을 실현하고 있다’며 홍보하고 있는 표현이 말뿐이 아니길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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