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 관전포인트③-무역전쟁]단호한 트럼프, 中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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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10-0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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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통북봉중(通北封中)' 전략 구사, 답답한 中

  • 비핵화 진전 중간선거에 호재, 대중 압박 박차

  • 中 수뇌부 의중 중요, '강대강' 구도 고착 우려

[사진=연합뉴스 ]


미국이 오는 11월 6일 중간선거를 치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인 이번 선거 결과는 그의 집권후반 향방을 엿볼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중간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4회에 걸쳐 트럼프 집권 후반 관전포인트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 달 뒤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는 '통북봉중(通北封中)'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북한 비핵화 성과를 통해 열세에 몰린 선거 판도를 뒤집을 계기를 마련하는 한편, 대중 압박은 더욱 강화해 미국 내 반중 정서를 자극하고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때마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확정되고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및 한반도 종전선언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

중국으로서는 답답한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미 협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당초 기대를 거둬들이고 북핵 문제와 무역전쟁에 별개 대응하기로 마음을 굳힌 듯하다.

이제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은 중국의 선택에 달렸다. 이달 중 열릴 중국 공산당의 제19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는 중국 수뇌부의 의중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중국 입장에서는 체제 유지를 위해 굴복 대신 강대강(强對强) 태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미·중 갈등이 무역을 넘어 군사 등 분야로 확산되며 갈수록 격화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美 중간선거 전 무역갈등 완화 요원

2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오는 7일 북한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비핵화 논의를 진행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될지 여부에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김정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고 표현할 정도로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형 호재를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8일 중국을 방문해 북한 문제 등 양국 간 지역 및 국제적 이슈에 대해 대화할 예정이지만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중국이 미국의 11월 중간선거에 개입하고 있으며, 이는 무역전쟁 때문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니라고도 했다. 미국 내 반중 정서를 자극해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최고 지도자까지 끌어들이는 바람에 양국 간 감정의 골은 한층 깊어졌다.

무역전쟁 장기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발언으로, 미국 중간선거를 계기로 양국이 타협점을 모색할 것이라는 기대 역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주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에 머무는 동안 "중국은 (미·중 무역 갈등을)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를 원한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공허하게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중국 내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웨이제(魏杰)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교수는 "양국 무역 마찰이 격화하면서 미국 정치권과 국민들의 반중 감정이 확산하고 있다"며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남중국해 난사군도를 근접 항해한 미국 구축함 디케이터함의 항해 모습. [사진=바이두 캡처 ]


◆트럼프, 북핵·무역전쟁 별개 대응 가닥

무역전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은 지난달 24일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확인됐다.

생필품 수입선을 다변화할 시간을 벌고 연말 쇼핑 시즌에 물가가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세율을 당초 예상보다 낮은 10%로 책정했다.

다만 중간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내년 초부터는 25%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267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도 조만간 현실화할 전망이다. 선거 전에 발표할지, 선거를 치른 뒤 발표할지 정도가 관심사다.

미국 정치권 일부와 재계의 아우성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강공 일변도의 길로 접어든 것은 북한 비핵화 문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남북 평양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재가동하고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거론되는 것은 중간선거 표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외교분야 여론조사 분야 싱크탱크 시카고국제문제협회(CCG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미국인의 77%가 북·미수교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북핵을 미국의 중대 위협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59%로 지난해보다 16%포인트 낮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대북 압박의 전면에 내세워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을 구사해 왔지만 중국이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는 의구심만 커진 상황이다.

북핵 문제와 무역전쟁에 별개 대응키로 입장을 정리한 마당에 북·미 대화 진전까지 이뤄지니 금상첨화다. 온 힘을 기울여 중국에 공세를 가할 일만 남았다.

내친 김에 중국을 배제한 채 남북과 미국만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식으로 압박 수위를 더 높여 나갈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이 확실한 '뒷배'인 중국에 등을 돌리고 오롯이 미국과만 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시 주석은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북핵 문제의) 당사국은 북한과 한국, 미국"이라며 "그들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며 우리는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미국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한 이상 중국도 북한을 이전보다 더 각별하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이었던 지난 9·9절 때 중국 권력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상무위원을 파견하는 성의를 보였던 시 주석이 연내 직접 방북하는 것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전 중국을 재방문할 가능성 역시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한반도에도 미·중 무역전쟁의 화약 냄새가 퍼지고 있다.

◆中 '4중전회' 메시지에 이목 집중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올해가 가기 전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을까. 무역전쟁의 향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만남이기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11월 중순으로 예정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우할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행을 택했다.

11월 말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극적으로 회동할 여지는 남아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어디서 시 주석과 만나든간에 굳이 웃으며 악수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이제 시 주석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무역전쟁의 향방이 갈리게 됐다.

중국 수뇌부의 의중을 확인할 수 있는 4중전회가 이달 중 개최된다.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은 통상 3중전회 때 경제 정책의 큰 그림을 제시하고, 4중전회에서는 당의 발전 방향과 당내 인사를 확정한다.

하지만 지난해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거쳐 새 지도부가 출범한 뒤 올해 초 시 주석의 연임 제한을 철폐하는 개헌안을 논의하느라 2중전회를 허비했다.

3중전회에 가서야 주요 국가직 인선과 정부 조직 개편이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이번 4중전회는 경제 비전과 공산당 운영 전략이 함께 논의되는 역대급 행사가 될 전망이다.

무역전쟁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이 나오거나 구체적인 대응 방침이 공개되지는 않겠지만 분위기 파악은 가능하다.

미국에 굴복하는 듯한 모습은 연출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을 지배하는 공산당의 권위가 크게 약화할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건국 기념일인 국경절을 앞두고 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 시찰에 나선 시 주석은 무역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피력했다.

그는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우리가 자력갱생의 길을 걷도록 압박하고 있지만 이는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14억 인구와 960만㎢의 국토를 가진 대국이라 실물경제와 식량, 제조업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며 "결국 스스로에게 의지해 이겨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거대한 내수 시장에 의지해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응하며 유동성을 풀어 경기 침체를 막는 식의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美 전방위 공세, 정점 치닫는 양국 갈등

앞서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간의 고위급 무역 협상이 취소된 데 이어 양국의 외교·안보 대화까지 중단됐다.

양제츠(杨洁篪)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리쭤청(李作成) 중앙군사위 연합참모부 참모장은 이달 중 베이징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소됐다.

이에 대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측이 대화 연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양국 갈등이 무역 문제를 넘어 군사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구매한 중국 군부를 제재하고, 대만에 대한 전투기 부품 판매를 승인하는 등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미국 이지스 구축함 디케이터함이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를 근접 항해해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 국방부와 외교부는 "주권 침해"라고 발끈했다.

웨이 교수는 "무역 마찰로 시작된 양국 갈등이 경제를 포함해 사회 전반에 걸친 전면전 양상으로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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