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훈의 기사 맛보기] 공약 실현 위해 교육당국에 갑질하는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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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훈 기자
입력 2018-09-0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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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부동산부 강승훈 기자

[건설부동산부 강승훈 차장]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학교용지 확보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간 갈등이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두 공공기관은 상대방의 허점에 대해 물고 뜯는 것으로 모자라 법정다툼까지 준비하는 모양새다. 간략히 적지 않은 재정과 직결된 탓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작년 11월 서울시는 '서울시장 방침 제208호'를 정하고 25개 자치구에 내려보냈다. 지령인 셈이다. 그 내용은 도시정비사업에서 '현행 학교용지의 기부채납은 불합리하다. 조합에서는 학교용지부담금이 면제되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이중적인 혜택이 주어진다'는 게 골자다.

결론적으로 기부채납에 학교시설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학교용지법에 따라 교육부와 서울시가 부지 매입비를 절반씩 부담해 마련키로 했다. 서울시는 이 과정에서 임대주택을 기부채납 등의 방식으로 늘린다는 전략이다. 학교 부지 매입에 필요한 돈은 '학교용지부담금 특별회계'로 마련하면 해결된다.

교육당국 측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란 말로 심경을 표현하고 있다. 지방자치 27년이 흐르는 동안 정비사업 시 학교용지는 조합의 기부채납을 통해 갖추는 게 당연시 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제 상급기관인 교육부에 예산(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달라고 손을 벌려야 할 처지다. 대략적으로 학교 1개를 짓는데 200억원 안팎이 투입되는데, 땅값이 비싼 강남에서는 이 수치가 훨씬 늘어난다.

시교육청은 행정기관의 월권이라고 반발하며 향후 권한쟁의심판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률적으로 큰 하자가 없어 교육청에 득은 커녕 실만 남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그야말로 누가 이길 지 뻔한 싸움인 셈이다.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에서 택지의 개발자는 분양가의 0.8% 수준을 학교용지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단 해당 토지를 기부채납하는 때 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를 각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들어 실행토록 해 자치구 규정도 따라야 한다.

첫 타깃으로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와 동대문구 이문4구역이 정조준됐다. 당시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도 포함시켰지만 '시장 방침' 지령이 떨어지기 전 학교용지의 기부채납이 결정된 터라 시는 관여치 않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당장 잠실주공5단지는 시와 시교육청 간 초등학교 부지 매입 방식의 이견에 더해 주민들 자체 잡음으로 수권소위원회 개최가 예정보다 늦춰지고 있다. 이문4구역의 경우 '힘겨루기'에서 시가 일방적으로 승리하며, 교육당국이 학교 부지를 사들이는데 필요한 비용 절반을 내기로 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그간 소홀히 했던 '내 권리'를 제대로 챙기겠다는 것이다. 특히 박원순 시장의 핵심 정책인 주거안정 차원의 임대주택 활성화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서 볼 땐 교육청의 밥그릇을 뺏겠다는 속셈도 담겼다. 그것도 엄청난 비난 여론까지 감수하면서다.

서울시는 교육청이 그간 특례법을 활용해 학교용지를 거저 챙겼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손도 안대고 날로 먹었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향후 까다롭기로 잘 알려진 교육부의 투자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절대 만만치 않기에 지금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금까지 상황을 정리하면 서울시는 잘못된 것을 바르게 잡겠다고 결정했다. 덧붙여 본인들이 앞서 공언(公言)한 '임대주택 확대' 실현이 공언(空言)이 되지 않도록 권한을 십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까지도 포함시켰다. 어찌됐건 시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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