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침시술로 가정의학과 전문의도 고소당하자 의사 단체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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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입력 2018-08-2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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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의사 요청으로 ‘에피네프린’ 투여 등 응급처치한 의사 9억원대 소송 당해

대한의사협회가 29일 서울 용산구 임시 의협회관에서 ‘의료기관외 응급의료에 대한 소송제기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제공]


한의원에서 봉침시술을 받고 뇌사 상태에 빠져 사망한 30대 여성의 유족이 이 과정에서 도움을 준 가정의학과 전문의 A씨를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29일 ‘의료기관외 응급의료에 대한 소송제기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A씨에게 착한 사마리아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한의원에서 봉침시술을 받고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쇼크에 빠진 여성에게 119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에피네프린(항알러지 응급치료제)’을 투여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응급처치를 도왔다. 당시 봉침을 놨던 한의사가 같은 층에 있는 가정의학과의원 A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유족이 지난달 해당 한의사를 의료사고 명목으로 고소하면서, A씨도 함께 고소한 사실이 알려졌다. 손해배상액은 9억원대다.

의협은 “유족 측 대리인인 법률사무소 측은 CCTV 영상에서 A씨가 에피네프린을 들고 가는 것이 늦어져 치료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던 것 같다”며 “처음부터 현장에 오지 않았다면 몰라도, 응급상황에 갔다면 보증인적 지위가 있다. 직접적인 불법 행위자가 아니더라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유족 측은 A씨가 도움을 주기 위한 행동을 했지만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의협은 A씨에게 선한 사마리아법을 적용해 부당한 소송은 취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일명 선한 사마리아법은 지난 2011년 8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제5조의2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으로 도입됐다.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종사자가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死傷)에 대해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傷害)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의협은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은 비행기 내 응급환자 처치 등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구조 활동을 요청받거나 자발적으로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응급환자가 사상에 이를 경우 응급구조 활동을 한 의사는 중대한 과실이 없음을 사실상 입증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민․형사적 처벌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생명구조라는 선의의 목적에 과실여부를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응급구조를 위한 의료활동에 대해서는 고의가 없는 경우 그 책임을 면제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일로 송사에 휘말린 의사에게 부당한 결과가 있다면 앞으로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했을 때 어떤 의사가 나설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얼마 전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의식을 잃은 채 질주하고 있는 자동차를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차량으로 막아서 대형 참사를 막은 운전자가 있었다”면서 “선량한 마음으로 앞장서서 위험에 빠진 이웃을 돕는 사람은 반드시 법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그래야 선한 사마리아인은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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