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흑역사 (72)]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의 ‘꼼수광고’… 이기탄 광고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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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입력 2018-07-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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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조치료제에도 ‘잇몸병’ 문구…소비자 차이 알기 어려워

  • 새로운 광고에선 잇몸병 단어만 삭제…‘잇몸약’ 논란은 여전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잇몸병’이라는 단어가 없다. 올해 4~5월 광고정보센터에 등록된 명인제약 잇몸병 보조치료제 ‘이기탄’ 인쇄광고물 얘기다. 이 인쇄광고물에는 ‘더 건강한 잇몸’, ‘달라진 잇몸’, ‘잇몸 건강엔 이가탄’이라는 용어만 가득하다. 이전까지 숱한 TV·인쇄물 광고에서 잇몸병을 강조해왔던 것과는 다르다. 현재까지도 이가탄 TV광고를 접했던 수많은 시청자 중에선 ‘잇몸병엔 이가탄’이라는 메시지에 익숙한 사람이 적잖다.

잇몸병이라는 단어가 슬그머니 빠진 이유는 이가탄이 잇몸병 치료제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가탄은 1990년대 출시돼 오랫동안 잇몸병약으로 사용돼왔다. 그러나 2013년 말 효능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됐고 2014년 5월 의약품재평가 대상이 됐다.

이후 2016년 8월 식약처는 임상시험과 자문 등을 거쳐 이가탄을 치료제에서 보조치료제로 강등했다. 이가탄 허가사항 내 효능·효과는 ‘잇몸의 발적, 부기, 출혈, 통증 등 치은염·치조농루에 의한 여러 증상의 완화’에서 ‘치주치료 후 치은염, 경·중등도 치주염의 보조치료’로 변경됐다.

때문에 이전까지는 포괄적 치주질환에 사용할 수 있었으나, 재평가 이후에는 환자가 치과 등을 방문해 적절한 진료를 받은 후 보조적인 요법으로만 사용이 가능하게 됐다. 사용 시 주의사항에는 ‘장기간 계속해서 사용하지 말 것’이라는 내용까지 추가됐다.

그러나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은 잇몸병 치료제로서의 이가탄을 포기하지 않았다. 치료보조제로의 재분류가 이뤄진 후 제작된 이가탄 TV광고와 인쇄광고물에는 ‘증상은 달라도 잇몸병엔 역시 이가탄’이라는 메시지가 여전히 사용됐다.

기존 광고와 달리 재분류된 보조치료 효능 효과가 명시됐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인 광고 흐름은 기존 광고와 동일했다. 광고모델 의상과 자세까지도 이전과 동일했다. 때문에 시청자가 이를 주의 깊게 보지 않는다면 광고만으로는 이가탄을 여전히 잇몸병 치료제로 오인하기 쉬웠다.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제약업계 광고달인으로 꼽힌다. 이가탄 등 광고물 제작을 직접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라는 유명한 문구도 이 회장이 구상해냈다. 때문에 광고에 대한 감각·지식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한국제약협회에서도 홍보위원장을 담당한 바 있다.

대내외적으로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명인제약 브랜드에는 이 회장 작품인 이가탄 광고의 영향력이 상당했다. 그간 이 회장과 명인제약은 숱하게 강조해온 ‘잇몸병엔 역시 이가탄’이라는 메시지를 쉽게 버리지 못했다. 결국 광고달인 이 회장은 광고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이는 올해 광고에서 확인된다. 결국 명인제약은 이가탄 광고에서 잇몸병을 삭제했다. 4~5월 인쇄광고물은 ‘더 건강한 잇몸’, ‘역시 이가탄’, ‘기억하세요, 이가탄!’ 등으로만 표현하면서 잇몸병에 관한 직접적 표현을 피했다. 다만 지난 23일에 등록된 인쇄광고물에서는 ‘치주치료 후 효과적인 잇몸약’이라고 표현하고 있어 또다시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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