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옥의 북한 경제 리포트]북한 무역회사 및 물품의 유통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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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옥 숙명여대 연구교수
입력 2018-07-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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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한 슈퍼마켓[사진=AP·연합뉴스]


북한의 무역회사와 물품의 유통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중심지와 네트워크가 결합된 중심지-네트워크 모형을 적용해 무역회사와 물류기지, 생산기지, 지역시장, 도매상인 등 다양한 수직·수평 관계를 분석할 수 있다.

평양시는 주요 국가기관과 각 기관 산하 무역회사의 본사가 위치해 있다. 무역성 산하 일반사회기관(중앙당·내각), 군기관(제2경제(군수경제)·인민무력부·인민보안성·국가보위부)가 있으며, 각 기관 부처별로 무역회사가 있다. 북한에서는 월급이 3000~5000원(북한돈)으로 가계소득에서 의미가 없기 때문에, 무역회사에 종사하는 간부 및 노동자들은 무역회사의 수익을 뇌물 식으로 받아 살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사실 경제기획위원회를 통해 내각 산하 무역성에서 와크권(무역권)을 배분하지만 권력이 있는 중앙당, 제2경제 산하 무역회사가 영향력이 커 북한 전체 무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무역회사의 종류

중앙당 및 제2경제 산하 1급 무역회사가 북한 전체 무역의 70%를 차지한다. 특권권력기관이 무역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2급 무역회사로는 인민무력부·인민보안성·국가보위부·내각 산하 무역회사가 있고, 비중이 20%정도다. 내각 산하 3~4급 무역회사가 숫자는 많지만 규모가 작고, 국가의 지원이 없기 때문에 개인 돈주들과 계약을 맺어 운영된다. 5급은 개인자영업자가 원천동원, 가공업을 하청 받아 운영하는 불법 회사로 자금이 확보되고 사업운영이 잘되면 3~4급으로 올라갈 수 있다.
 

 
◆무역회사의 물품유통 구조

무역회사는 농토산물, 수산물, 석탄·철광석 같은 지하자원과 인력을 수출하고 일부 자금을 활용해 중국에서 식량과 생활필수품을 수입해 막대한 이윤을 챙긴다.

물품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자를 파악하는 것이다. 평양시 주민은 상류층이 20%, 중류층이 50%, 하류층이 30%를 이룬다. 수입은 상류층이 한 달에 1000달러(한국돈 100만원) 이상, 중류층은 100~1000달러, 하류층은 100달러를 밑돈다. 지방은 상류층 5%, 중류층 25%, 하류층 70%로 구성된다. 상류층은 500달러 이상, 중류층 50~500달러, 하류층은 50달러 미만으로 농민·노동자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단둥-신의주 루트로는 주로 비싼 제품이 유통돼 평양시민과 각 지방의 중·상류층들이 소비하고, 훈춘-나진·선봉 루트로는 비교적 저렴한 제품들이 집결돼 지방으로 유통된다. 무역회사 물류창고로 물품이 집결된 뒤 외화상점이나 종합시장, 국영공장기업소, 개인도매꾼들을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된다.

무역회사를 통한 북한의 유통은 단둥-신의주 루트로 80%, 훈춘~나진·선봉 루트를 통해 20%가 유통되며, 양강도·자강도는 국경무역을 통해 필요한 물품을 유통 받는다.
 

 
◆중국산 물품의 유통루트

①단둥-신의주 루트
중국 단둥에서 신의주를 통해 북한으로 유통되는 물품은 주로 식량, 생활필수품이다. 쌀·밀가루·옥수수를 비롯한 식량과 학용품·가방·의류·신발 등 공업품, 빵과 식용류·라면 등 식료품, 가전제품, 건설설비자재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화물차, 버스, 택시, 오토바이, 자전거, 휘발유, 과일, 의약품 등도 같은 경로로 수입된다.

②훈춘-나진·선봉 루트
이 루트를 통해 유통되는 물품들은 함경북도와 함경남도 주민들에게 공급된다. 지안~만포, 장백~혜산으로 유통되는 식량 및 생활필수품은 해당 지역에서 소비되고, 특히 양강도 혜산지역은 두만강의 폭이 좁아 밀수 무역이 성행한다.
 

 

◆중국산 물품의 유통과정

물품의 유통은 와크권(무역권)을 가지고 있는 무역회사를 통해 이뤄지며 단둥-신의주 세관을 거쳐 들어온 물품들은 신의주 물품창고(100%)에 집결돼 평안북도(신의주)에 10%를 남기고 평양시에 50%, 평안남도(평성시) 20%, 황해북도(사리원시) 5%, 황해남도(해주시) 5%, 강원도(원산시) 5%, 함경남도(함흥시)에 5%가 유통된다.

와크권을 가진 큰 무역회사는 100여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시에 무역회사 본사가 위치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물품들이 평양시로 유통된다. 평양으로 유통된 물품(100%)은 평양시에서 30%를 소비하고, 평성 40%, 사리원 10%, 해주 10%, 원산 5%, 함흥으로 5%가 다시 유통된다. 전국적인 도매지역인 평성에서 모인 물품은 남포 10%, 사리원 20%, 해주 20%, 원산 20%, 함흥으로 30%가 유통된다.

훈춘-나진·선봉으로 들어오는 물품은 먼저 나진·선봉과 새별군·은덕군으로 유통되고, 나머지를 100%로라 가정하면 60%가 청진으로 유통된다. 청진으로 모인 물품들은 다시 함경북도 내 김책시, 김주군, 무산군, 회령시, 경성군, 화대군, 명천군, 화성군, 어랑군, 연사군, 부령군, 온성군 등지로 유통된다. 나머지 40%는 함경남도 함흥으로 간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무역회사의 지사 물류창고까지 물품이 유통되는데, 무역회사 지사는 3~5%의 이윤을 남기면서 맞돈(현금)을 받고 다른 지역 무역회사, 공장기업소, 시장, 개인도매상을 상대로 물품을 도매한다. 도매상인은 다시 3~5%의 이윤을 챙긴 뒤 소매업을 하는 시장상인에게 물품을 넘기고 이들은 또다시 10%의 이윤을 남기고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일반적으로 평양에서는 도매상인들이 적게는 1만 달러, 많게는 3만 달러의 자본금을 가지고 하나의 품목을 독점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장마당 주변에 거주하면서 무역회사 임대 창고를 활용해 도매업을 하는데, 100평(약 330㎡) 정도의 창고는 한 달에 100달러가량의 임대료를 내고 사용한다. 도매상인은 대개 장사 수완이 좋은 중류층이다. 40세 이상의 여성이 주를 이루며, 오랫동안 시장에서 장사를 한 경험으로 소매업자와 인적네트워크가 맺어진 이들이다.

예전에는 유통업으로 20~30%의 많은 이윤을 남겼는데, 이제는 유통구조가 매우 활성화되면서 유통의 이윤이 3~10% 정도로 작아지면서 생산 측면에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무역회사나 돈주들이 합작 투자한 최신 공장기업소가 많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시장화는 '유통시장화→생산시장화→금융시장화'로 발전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평양은 유통시장화에서 생산시장화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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