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인물전] 가장 뜨거운 날 멈춰 선 정치인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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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07-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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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당시 노회찬의 모습. [연합뉴스]

1907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아침으로 기록된 23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생을 마감했다. 노회찬 원내대표의 사망소식을 접한 모든 사람들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

유시민 작가는 2년 전 썰전에서 "(노 원내대표는) 고등학교 때 사상계를 읽고 야당 국회의원을 찾아간 진보운동권 영재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전원책 변호사도 "나와 노 원내대표는 친한 사이"라며 거들었다.

2009년 전 변호사는 대한변협신문 칼럼 필진 자격으로 노 원내대표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때 그는 “좌파에도 인물이 있다"며 "노회찬은 반골 정신이 뻗쳐 대학을 다니면서 학생운동을 계속하고, 수배 중에도 노동운동을 하며 우리 사회의 노동자와 서민의 고통을 함께하기로 결심했다"고 노 원내대표를 소개했다. 전 변호사는 이어 "17대 국회의원 중 가장 선명한 인상을 남긴 정치인", "여러 토론회에서 그가 한 촌철살인 같은 말은 서민의 속을 뻥 뚫어줬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노 원내대표는 느긋하지만 뼈 있는 입담으로 좌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여야를 막론하고 그가 패널로 나오는 토론회는 꼭 챙겨볼 정도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노동운동 현장에서 소외되고 어려운 노동자들의 애환과 고충을 대변하고자 했던 그 진정성이 어떻게 이렇게 비통한 죽음으로 연결됐는지 말문을 잇지 못하겠다"며 "나 때문에 방미단이 하루 일찍 들어오게 돼서 미안해 와인을 샀다. 와인을 마시면서 노동운동을 회고했는데, 그게 마지막으로 술을 대접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심정을 밝혔다.

'김현정의 뉴스쇼'를 10년간 진행한 김현정 PD는 "복잡한 문제가 있을 때 노 원내대표를 인터뷰이로 부르면 10분 안에 시원하게 정리가 다 되는 그런 분"이라고 회고했다.

노 원내대표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에는 '사랑하는 당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촌철살인은 없었지만, 당원을 생각하는 진지함이 남았다.

중국의 역사가인 사마천(司馬遷)은 궁형(거세)을 당하고 치욕에 몸부림치다 "사람의 죽음은 아홉 마리 소에서 털 하나를 뽑는 가벼운 죽음이 있는가 하면 태산보다 훨씬 무거운 죽음도 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죽기를 거부하고 위대한 역사서 '사기(史記)'를 집필했다. 노 원내대표가 사마천 같은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노 원내대표의 길은 2018년 7월 23일 멈췄다. 그의 삶처럼 가장 뜨거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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