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 차이나] 영화 ‘택시운전사’와 홍콩 ‘67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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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18-07-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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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랜스차이나 특강 메리 웡 숙한 홍콩 링난 대학교 교수

  • 영화 ‘화양연화’∙ 소설 ‘동란’ 속에 그려진 홍콩 역사와 홍콩인

“나는 쓰레기통이다. 나는 혼란 중에 있다. 도무지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나는 이 상황을 명확히 알고 싶다. 몇몇 사람들은 나를 둘러싸고 다짜고짜 나를 때리기까지 한다. 이들은 무언가에 분노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들이 이렇게 분노했는지 왜 나를 미워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들로 인해 이미 크게 다쳤을 때 내 몸에는 ‘保持城市清洁(도시의 청결을 유지하자)’란 단 6개의 글자만 새겨져 있을 뿐이다.”

지난 6월 9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홍콩 현대 문학의 아버지’ 류이창의 소설 ‘동란(동롼∙動亂)’의 일부다. 메리 웡 숙한 Mary Wong Shuk-han(黃淑嫻) 홍콩 링난(嶺南) 대학교 교수는 6일 한국외대에서 '1967, 홍콩의 문학과 영화 그리고 문화’를 주제로 열린 트랜스 차이나 특강에서 이 소설을 “1967년 홍콩의 길거리를 묘사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는 “마치 한국 영화 ‘택시운전사’처럼 홍콩에도 역사의 단면이 담긴 영화와 문학 작품이 있다”고 전했다.
 

영화 '화양연화'의 한 장면 [사진=바이두]


◆영화 ’화양연화’에 나타난 혼란스럽지만 아름다웠던 홍콩의 1966년

홍콩의 거장 왕자웨이(王家卫∙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도 그중 하나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962년에서 1966년까지는 중국 본토에서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류사오치와 덩샤오핑에 의한 경제 조정 정책이 추진됐던 시기다. 당시 홍콩은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었으나 중국 본토로부터 직∙간접적 영향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본토의 이 같은 변화는 홍콩인들에게 자극이 됐다. 청년들을 시작으로 홍콩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화양연화에는 당시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없지만 등장인물들의 대화 내용과 왕가위 감독 특유의 미장센으로 혼란스러웠던 홍콩이 표현됐다고 메리 웡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영화 초입 1966년이라는 자막과 주인공들의 거주지∙만남의 장소 등이 어둡게 표현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다만 이 시기가 없었다면 홍콩인들은 ‘홍콩인’이라는 정체성을 갖지 못했을 것이라고 메리 웡 교수는 말한다. 그는 “아마 왕가위 감독은 이 시간이 홍콩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기였다고 생각해 '화양연화'라는 이름을 붙였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외대에서 열린 트랜스차이나 특강에서 강의 중인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왼쪽)와 메리 웡 숙한 홍콩 링난 대학교 교수(오른쪽) 


◆’폭동’으로 기록된 불명예 독립운동 '67폭동'

화양연화에 홍콩 1966년의 모습이 담겨있다면 앞서 소개된 소설 동란에는 1967년 홍콩에서 일어난 ‘반영(反英) 폭동’이 담겨있다. ‘67폭동’이라고 불리는 1967년 반영 폭동은 본래 홍콩 내 작은 공장 생산직 사이에서의 파업이었다. 여기에 중국의 문화대혁명 등의 영향이 미치며 반영 정서로 번졌다.

67폭동은 홍콩 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시위로 기록돼 있다. 자살폭탄 테러를 비롯한 각종 폭탄 테러가 성행했다. 때문에 이 폭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다.

메리 웡 교수는 “당시 홍콩인들 중에는 ‘반영 사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고 ‘친중 사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며 “폭동으로 인해 불안한 상태의 삶이 영국의 식민지, 중국의 일부라는 민족주의에 균열을 일으켰고 이는 홍콩인이라는 정체성으로 발전됐다”고 설명한다.

소설 동란에서 류이창이 그린 ‘쓰레기통’은 폭동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인의 혼란스러운 시각을 나타낸다. 한국 영화 택시운전사 속 송강호의 초반 모습과 겹쳐지는 셈이다. 메리 웡 교수는 “동란은 67폭동 이후 홍콩인이 어떻게 민족주의와 식민주의에서 정체성을 구성하게 됐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영화 택시운전사가 홍콩인들에게 감동을 준 것은 비슷한 시기를 거친 동질감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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