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장 선출 과정 총체적 부실 논란… "체계적 검증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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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득균 기자
입력 2018-07-0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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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추위서도 강 후보 성희롱 전력 논의되지 않아

  • 이사회의 역할도 미진… "체계적 검증 필요하다"

서울대학교 총장 후보로 최종 선출된 강대희 의과대학 교수(55)가 과거 성희롱 사건과 논문표절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진=서울대 제공]


서울대학교 총장 선출 과정이 총체적 부실검증 논란에 휩싸였다.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와 이사회가 강대희 최종 후보의 성희롱 의혹에 대해 알고 있음에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5일 복수의 교육계 관계자에 따르면, 총장 후보를 추려내는 이사회 이전 단계인 총추위에서 강 후보의 성희롱 전력 등 비위 사실이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후보자 검증에 있어서 '성비위 질문 항목'이 담겼음에도 강 후보가 선출된 점은 여전히 의문이다 . 최근 대학가에선 이른바 '미투' 후폭풍에 몸살을 앓고 있는 데다, 정부의 성희롱·성폭력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응 방침과도 역행하고 있다.

앞서 총추위는 지난 5월10일 이사회에 추천할 후보로 △강대희 의과대 교수(55) △이건우 기계항공공학부 교수(62) △이우일 기계항공공학부 교수(63)를 선정했다.

총추위는 개교 72년 만에 처음으로 학생투표 결과를 반영했다. 학생투표가 포함된 정책평가단 투표 결과(75%)와 같은 달 3일 총추위 자체 투표 결과(25%)를 합산해 출마자 5명 중 3명을 추린 것이다.

총추위는 이 과정에서 후보들을 검증할 구체적인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았다. 오직 후보자들이 제출한 자가 검증서를 비롯해 공식적인 기록 사항을 바탕으로, 후보들을 검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본격적인 총장 선거 일정이 돌입하기 전부터 강대희 후보가 유력 후보군에 속해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 점도 다른 후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한 관계자는 "강 교수는 올해 초부터 1983년 권이혁 총장 퇴임 이후 35년 만에 의과대학 출신의 대권 도전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면서 "일각에선 총장 선거 일정 시작 전부터 강 교수가 총장에 오를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고 말했다.

1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역할도 미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로 선임될 경우 향후 2년간 서울대 총장 선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최종 의결권을 가진 이사회 일원으로 활동한다. 그만큼 이들의 역할과 임무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한데도 강 후보가 선출된 점은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지난달 18일 이사회는 후보 1명당 50분의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에는 20분의 후보 발표와 30분의 질의가 이어졌다. 이사회는 면접을 통해 정책 능력과 도덕성 검증에 나섰다.

이후 기존 순위와 상관없이 이사 1인 1표로 투표를 진행했다. 강 후보는 이후 결선 투표에서 재적이사 15명의 과반인 8표를 얻었다. 이건우 교수는 이보다 1표 모자란 7표에 그쳤다.

이렇듯 짧은 시간에 치러진 이사회 검증 시스템과 두 후보의 경합 상황에서 한 후보가 1표 차이로 아쉽게 탈락한 부분에 대한 보완 검증 체계도 부족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대 한 관계자는 "15명의 이사 중에서는 강 후보의 성비위 문제를 익히 알고 있었던 분들도 상당수 이었다"면서 "총추위의 결과를 의결하고 종합하는 이사회 검증 시스템도 여전히 부실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선 투표를 보면 8대 7이라는 경합의 결과가 나왔다면 두 후보 모두가 비등한 상황일 것이다"며 "그럴 경우 한 번 더 두 후보에 대해서 살펴보는 검증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편 강 교수 측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 대학이라 불리는 서울대의 명예 실추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성희롱·성폭력 근절 보완대책'에 따른 영향으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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