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변질된 대만 독립 의지와 '동방의 메르켈' 차이잉원 총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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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8-07-0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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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바이두]


홍콩과 함께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대만 내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民進黨) 정부에 대한 반발심이 ‘중국과의 통일 촉구’로 변질하고 있다.

대만 최초 여성 총통인 차이잉원은 당선 당시 2008년 정권교체와 천수이볜(陳水扁) 부패 스캔들로 위기에 처한 민진당을 선거 승리로 이끈 구원투수로 ‘동방의 메르켈’이라고도 불린다.

전임 총통인 마잉주(馬英九)가 중국과의 협력으로 자국 경제부흥을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업 이익에만 앞장서 경제 불황은 이어졌다. 대만인들은 “국민당(國民黨)이 대만을 중국에 팔아넘기려 한다”며 마잉주에 대해 분노했다. 국민당에 대한 분노는 민진당을 창당 86년 이래 첫 다수당으로 만들고 최초의 여성 총통을 탄생시켰다.

차이잉원이 총통으로 당선될 당시 지지율은 56.2%로 절반을 훌쩍 넘겼다. 그랬던 지지율이 지금은 33%까지 추락했다. 차이 정부 집권 이후 양안관계 악화로 경제가 흔들렸고, 서민들의 삶이 한층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또 국민당이 불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의 회수로 경제 회복을 노렸지만, 결과적으로 민진당 세력 확보를 위한 국민당 청산에 그쳤다. 게다가 민진당의 주요 공약인 연금 개혁, 세법 수정 등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그나마 약했던 공무원, 군인, 교사 등의 지지층도 무너졌다.

군인연금 삭감에 반발한 대만 반(反)군개혁 단체 ‘팔백장사(八百壯士)’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차이 정부가 퇴역 군인 권익을 보호할 때까지 ‘대만 독립 반대’를 외칠 것”이라며 중국과의 통일을 촉구하고 나섰다.

올해에만 이미 1500명가량의 대만 고등학생이 중국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이들은 “대만에는 미래가 없다”며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중국으로의 취업 또는 대학진학을 선택하고 있다. 향후 대만 경제를 이끌 젊은 세대가 국가에 대한 불신으로 대만을 떠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만 정치계는 군인연금 삭감안 통과가 차이 총통의 승리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전체의석의 과반을 민진당이 차지한 상태로 처리됐기 때문에 통과는 당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이 총통의 진정한 승리로 볼 수 없는 이유다. 

대만은 현재 사면초가에 빠졌다. 중국의 입김에 세계 각국이 대만을 등지면서 수교국도 지난 2년간 4개를 잃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18개 수교국도 국제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국가들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 갈등으로 수출 중심의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대만 정부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집권당 영향력 확보가 아닌 국제사회에서의 입지 확보, 서민경제와 신뢰 회복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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