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인물전] 로드먼, 코트 위의 악동 어쩌다 김정은 절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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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06-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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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친분이 있는 미국인

전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AP=연합뉴스]


"역사적 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막 도착했다. 믿을 수 없는 성공을 이뤄내길 기대한다."

12일(현지시간) 새벽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 도착해 올린 첫 트윗이다. 로드먼은 '평화는 싱가포르에서 시작된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취재진 앞에 나타났다.

NBA 시카고 불스를 왕조로 이끈 선수가 마이클 조던과 스카티 피펜 그리고 로드먼이다. 골대 밑의 리바운드 천재였던 로드먼은 갖가지 기행으로 코트 위의 악동으로 불렸다.

로드먼은 은퇴 후 자선 농구팀 '할렘 글로브 트로터'와 함께 2013년 북한을 처음 방문했다. 이후 네 차례 더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이 스위스 유학 시절 시카고 불스 팬이었던 점이 로드먼과의 인연을 만들었다. 로드먼은 '악동' 대신 '김정은 절친'이라 불렸다. 
 

데니스 로드먼이 북한 김일국 체육상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을 선물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6월 로드먼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을 김일국 체육상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선물했다. ABC TV에 출연한 로드먼은 김정은이 "뉴욕과 매디슨스퀘어가든에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그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로드먼의 잦은 방북을 두고, 1971년 미국과 중국 수교에 물꼬를 튼 '핑퐁외교'를 빗댄 '농구외교'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신문은 농구시합이 사소해 보이고 로드먼이 외교관으로서 면모를 갖춘 인물은 아니지만, 그의 태도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2013년 부동산회사를 운영하던 트럼프는 TV 리얼리티쇼 '셀러브리티 어프렌티스'를 진행했는데, 로드먼이 출연했다가 해고당한 적이 있다. 알파벳 철자를 잘못 썼다는 이유였는데, 이를 계기로 둘의 친분은 두터워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처럼 로드먼과 절친이다.

로드먼의 방북과 '농구외교'가 그를 후원하는 업체의 마케팅 쇼라는 주장도 나왔다.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세운 '로드먼 보드카' 출시 시기에 맞춰 방북해 보드카를 김 위원장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보드카는 전 세계 언론에 노출됐고 한 푼의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 홍보 효과를 누렸다.

로드먼은 이번 싱가포르 방문 때도 자신을 후원해준 팟코인 닷컴의 티셔츠를 입었다. 기자를 향해 "이번 여행을 위해 후원해준 마리화나 암호화폐업체 '팟코인'에 감사한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대북전문가들도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로드먼이 기여할 부분은 없다고 내다봤다. 로드먼도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12일 CNN과 인터뷰하는 데니스 로드먼. [사진=CNN]


이날 로드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오늘은 정말 위대한 날"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비서가 내게 전화해 '대통령이 당신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는 당신을 정말 좋아한다'라고 말했다"고 밝히며 눈물을 보였다.

애덤 스미스(1723∼1790)는 자본주의 경전이라 불리는 '국부론'을 집필했다. 개인 스스로 이익을 위한 행동이 필연적으로 사회 이익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보이지 않는 손' 개념도 만들었다.

로드먼은 방북을 자신을 위한 마케팅 도구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의도했든 안 했든 북한의 장벽을 낮추는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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