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칼럼] 판문점 선언의 경제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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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18-04-2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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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남북 정상의 완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공식 추진하는 내용의 '판문점 선언'에 따라 경제협력의 길도 열렸다. 남북 경제협력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남한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북한의 경제성장을 촉진해 통일비용을 낮춰줄 것이다. 또한 증권시장에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점차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관계의 개선은 거시적 측면에서 남북한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남한 경제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특징 하나가 총저축률이 국내투자율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경상수지가 구조적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1998~2017년 누적 경상수지 흑자가 7334억 달러였다. 이런 경상수지 흑자가 금융계정을 통해 해외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형태로 국외로 나가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해외 직접투자가 1456억 달러로 경상수지 흑자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미시적 측면에서도 지난해 말 우리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575조원(한국은행 자금순환 기준)에 이를 만큼 투자할 자금이 많다.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자금은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또한 현금이 많은 기업은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완화된다면, 이 돈들이 상당 부분 북한으로 갈 것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다. 남한의 여유자금과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 결합은 질 좋은 상품을 싸게 생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삼성전자가 손재주가 좋은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해 베트남에서 휴대폰을 대량 생산하고 있는데, 베트남까지 멀리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남한 경제 전체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를 처분할 수 있고, 기업은 새로운 투자와 이윤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북한이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통일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2016년 남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3212만원으로 북한(146만원)보다 22배나 많다. 남한 기업의 투자는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크게 향상시켜 통일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남북 경제협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시켜주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최근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을 비교해보면 한국이 9배 정도로 대만(14배), 일본(13배)뿐만 아니라 미국(21배)에 비해 훨씬 낮다.

한국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것은 주로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이 매우 낮다. 지난해 한국의 배당성향은 21%로 일본 29%, 대만 59%를 크게 밑돌았다. 낮은 배당성향 때문에 한국 주가가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한 것이다. 다음으로 불투명한 기업 지배 구조도 한국 주가를 할인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다가 지정학적 리스크도 한국 주가의 저평가 원인이 되었다.

이제 이들이 점차 개선되는 추세이다. 먼저 기업들이 배당을 더 줄 수밖에 없는 경제 환경이 전개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민총소득(GNI) 가운데 기업 비중은 상대적으로 늘었고 가계 비중은 줄었다. 예들 들면 1997년 이전에는 GNI 가운데 개인 비중이 71%였으나 2008년 이후로는 62%로 크게 낮아졌다. 같은 기간에 기업 비중은 17%에서 25%로 높아졌다. 이 기간 동안 구조조정으로 기업 이익은 늘었으나, 임금 상승률이 거기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기업 소득의 일부를 가계 소득으로 이전시키기 위해서 기업에 ‘임금을 올려 달라, 고용을 늘려 달라, 배당금을 더 주라’고 요구하고 있다. 임금의 하방 경직성 때문에 기업은 임금을 올려주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우리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570조원을 넘을 만큼 투자에도 신중한 모습이다. 결국 배당을 더 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3년간 배당금을 매년 9조6000억원 주기로 했는데, 그렇더라도 배당성향은 20% 안팎으로 여전히 낮다.

다음으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다. 재벌 기업 총수들이 가지고 있는 지분이 낮기 때문에 일부는 배당금보다는 계열사끼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이익을 챙겼다. 그러나 이번 정부 경제정책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공정경제인 만큼 지배구조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배당성향 및 기업지배 구조 개선과 더불어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의 감소는 한국 주식시장을 재평가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그 시기는 다소 지연될 수 있다.

북한의 경제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남한 정부가 재정 부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 부채가 늘고 국채 발행으로 금리도 오를 수 있다. 가계는 정부가 재정 확충을 위해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멀리 내다보면 남북경협의 확대가 남북한 경제나 금융시장에 주는 긍정적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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