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개정에 "승리" 주장하는 트럼프..전문가들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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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8-03-2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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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합의를 공식화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미국의 입장에서 대한 무역적자를 대폭 감축하는 등의 실익이 있을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한·미 FTA 개정은 미국과 한국 노동자들을 위한 위대한 합의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의 중요한 안보 관계에 대해 집중하자"고 덧붙였다.

백악관도 거들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타결과 관련해 "궁극적으로 미국 노동자와 미국 기업들에 큰 거래이고 중대한 승리"라면서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주요 대선공약 중 하나를 충족하면서 극적으로 개선된 한국과의 통상 협정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개정 협상에서 한·미 양국은 미국의 25% 철강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대신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량을 2015~2017년 평균 수출량(383만t)의 70%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에서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시한을 2021년에서 2041년으로 20년 연장하고,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만 허용한 자동차의 한국 수입을 제조사별로 현행 2만5000대에서 5만 대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끔찍한 협정"이라고 했던 한·미 FTA가 이번 개정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집착하는 무역적자의 대폭 축소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주요 외신들은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크리스탈 탄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투자노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아무런 손상 없이” 협상을 끝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공공시민세계무역감시’의 로리 왈락 디렉터는 개정안 내용을 두고 “한·미 FTA 발효 후 2배로 불어난 대한 무역 적자를 어떻게 줄이겠다는 것인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탄 이코노미스트는 “적어도 단기적으로 개정안에 따른 실질적인 차이는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지난해 한국에서 1만1000대 이상 판매고를 올린 미국 자동차 제조사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켈리 블루북의 레베카 린드랜드 애널리스트도 AP통신에 “한국 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의 수요가 크지 않아서 앞으로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국 농산물 등 다른 수출품목에 대한 새로운 개방을 끌어내지 못했다"며 "자동차와 철강에만 집착한 나머지 서비스 분야 교역을 확장할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자유무역 협정의 개정이 무역 장벽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높이는 방향으로 거꾸로 갔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미납세자연합회(NTU)의 브라이언 릴리 디렉터는 픽업트럭 관세 유지와 한국산 철강의 수입 제한은 “없던 무역 장벽을 세운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 한·미 비(非)자유무역협정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WP는 28일 사설에서 "무역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점진적으로 통제된 무역을 다시 도입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글로벌 무역의 자유와 공정을 훼손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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