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세 여성 노인 K씨가 코카콜라 훔친 까닭은? '노인 범죄'로 몸살 앓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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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8-03-2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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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노인 범죄율 급증…여성 교도소 재소자 중 20%가 65세 이상

  • 대부분 돌봐줄 사람 없는 독거노인…경제적으로 취약한 경우 많아

[사진=연합뉴스]


전과 3범인 K는 74세의 여성이다. 그는 코카콜라와 오렌지 주스를 훔친 혐의로 복역 중이다.

"예전엔 생활보조금으로 힘들게 살았다. 징역이 끝나면 하루에 1000엔(약 1만 원)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 K의 말이다.

78세 여성 O 또한 전과 3범이다. O는 에너지 드링크와 커피, 주먹밥, 망고 등의 절도로 1년5개월형을 받았다. 그는 "나에게 감옥은 휴식과 안락함을 주는 아시스다. 자유는 없지만 걱정거리도 없다"고 말했다.

일본 교도소가 갈 곳 없는 노인들의 피신처로 전락하고 있다. 초고령 사회를 넘어 중고령(重高齡)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일본 사회의 그림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6일 "세계에서 가장 고령 인구가 많은 일본이 여태껏 보지 못했던 '노인 범죄'라는 문제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노인, 특히 여성 노인의 범죄율은 급증하고 있다. 현재 여성 교도소 재소자 20% 가량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K와 O의 사례처럼 재소자들 중 90%는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등 사소한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돌봐줄 사람이 없는 독거 노인이다. 도쿄도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물건을 훔치다 적발된 노인 중 절반 이상이 혼자 살고 있었다. 이들 중 40%는 가족이나 친척과 왕래가 전혀 없었다. 2015년 기준으로 이같은 일본의 독거노인 인구는 600만 명에 달한다.

특히 여성 노인의 경우 경제적으로 취약한 경우가 많다. 여성 노인의 빈곤율은 남성 노인의 빈곤율 28%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한 여성 노인 재소자는 블룸버그에 "슈퍼마켓에 채소를 사러 갔다가 보게 된 소고기 패키지가 먹고 싶었지만,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워서 훔쳤다"고 털어놓았다.

고령자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교도소 내 풍경도 변하고 있다. 여자 교도소의 교도관들은 이제 재소자들의 요실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교도관 사토미 케즈카는 "재소자들이 부끄러워하며 속옷을 숨긴다"고 설명했다.

교도소 운영 비용 또한 급증하고 있다. 이들의 의료비는 2015년 현재 60억 엔에 달한다. 10년 전 보다 80% 이상 늘어난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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