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으로 몰린 기업구조조정...실패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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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웅 기자
입력 2018-03-0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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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이동걸 KDB 산업은행장이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한국GM 실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utzza@yna.co.kr]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한국GM, 금호타이어 등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굵직굵직한 기업 구조조정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처럼 과도한 구조조정 업무로 인해 매각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혈세 투입이 급증하는 등 각종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특히 산은이 향후 매각해야 할 회사의 채권자이자 주요 주주이기 때문에 이해상충 문제가 야기되고,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높다.

◆산은, 구조조정 업무 '과다'··· 출자 비금융 자회사만 495개
지난 2015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창의·혁신·기술기업의 창업과 성장 촉진을 위한 기업은행·산업은행 역할 강화' 방안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15% 이상 출자한 비금융 자회사는 118개로 장부가액만 2조3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5% 이상 출자한 비금융회사도 377개로 장부가액이 9조2000억원이다.

이처럼 산은이 관리해야 할 기업들이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매각 처리가 지연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매각이 늦어질수록 사회적 비용 및 혈세 투입이 급증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암 환자의 경우 적기에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 향후 생사를 가름하는 것처럼, 적기의 구조조정은 기업 회생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우조선해양이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주주이면서도 구조조정을 지연하고 경영진의 비리 등을 묵과해 회사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2015년 이후에만 대우조선해양에 무려 7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이 고꾸라질 것이란 적신호들이 계속 울렸지만 불필요한 설비 매각이나 구조조정 등 다운사이징을 제때 안 하면서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문제가 불거진 한국GM, 금호타이어, 대우건설 등도 산업은행이 주요주주로 있는 상태다.

◆"기업 구조조정 중심축, 정부에서 민간으로"
전문가들은 산은에 기업 구조조정 역할이 과도하게 몰린 상황에서 제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특히 향후 매각해야 할 자회사의 채권자이면서 주요 주주이기 때문에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해운 및 조선 경쟁력 강화'라는 정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중견기업 가릴 것 없이 고른 지원이나 공정한 입찰이 요구된다. 하지만 산은은 현대상선과 대우조선해양에만 과도한 혈세를 투입하고 있다.

경쟁사들은 균등한 지원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기업 구조조정 기능이 산은 등 정부 중심보다는 민간 위임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 고도화 과정에서 기업 구조조정은 확대될 수밖에 없는 만큼, 어느 한 곳에 권한이 몰리면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구조조정이 현재처럼 정부 중심으로 계속된다면 구조조정 지연과 도덕적 해이에 따른 비용이 더욱 증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 구조조정의 중심축이 시장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민간의 역량을 키우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고위임원은 "산은 등 정책금융기관에 의한 부실기업 자금지원이 일단 축소되어야 한다"며 "국책은행이 생산성 낮은 부실기업의 수명을 연장시킬수록 정상기업이 되레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또 "선진국들이 제조업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지양하고 사모펀드(PEF)·투자은행(IB) 등 시장에 맡기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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