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시시각각(時時刻刻)] 중국꿈을 향한 개혁·개방 40년의 77·78학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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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아주경제 아세아중국연구소장·단국대 교수
입력 2018-0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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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단국대 교수

1978년 중국 개혁·개방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한지 올해 40주년이 된다. 중국은 1976년 10월 ‘4인방’ 체포로 문화대혁명(1966~1976)을 마감하고, 대학에서 77학번 신입생을 뽑기 시작했다. 홍위병에서 지식청년(知靑·知識靑年)이란 이름으로 학업 대신 농촌과 공장에서 현장학습을 하던 젊은이들이 대학 입학을 위해 1976년 입시현장으로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중국에서 이 77, 78학번의 대학생 세대를 ‘라오싼제(老三届)’라고 한다. 문화대혁명이 시작된 때인 1966~68년에 중·고등학교를 다니다가 1968년에 동시에 강제 졸업하고 상급학교 진학 대신 노동현장에 투입된 젊은이들이 라오싼제다.  현재 중국의 핵심 지도자에도 라오싼제 출신이 대다수다.

라오싼제는 혹독한 빈곤, 계획경제의 실패, 문화대혁명의 혼란을 겪는 와중에서, 중국의 핵·미사일 개발, 1972년 UN상임이사국 지위획득, 사회주의 시장경제정책 추진 과정, 1989년 ‘톈안문 사건’의 혼돈, 1997년 홍콩과 1999년 마카오 반환,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 중국이 변화하는 과정을 모두 경험했다. 이들은 현재 베이징, 상하이, 톈진, 선전 등 국제화된 도시의 변화를 현장에서 추진하고 체험했다. 중국 개혁개방의 성과에는 이들의 헌신적 노력이 함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은 중국이 가난에서 일어나는 과정과 국제사회에서 무시받는 시대에서 존경받는 시대로의 변화를 모두 체험한, 불행 중 행복을 체험한 세대다.

1983년 중화민국(현재의 대만)을 시작으로 홍콩·마카오에서 유학하며 1989년부터 중국에 들어가 베이징에서 공부한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보면, 중화지역(대만, 홍콩 등)의 흥망성쇠도 중국 개혁·개방의 성과를 역으로 증명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1980년대 대만은 ‘아시아 네마리 용’의 선두주자로 우리에게 선진국으로 비쳐줬고, 우리는 대만의 경제적 성공비결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후 홍콩에 가보니 당시 영국의 식민지이던 그곳은 대만보다 더 앞선 경제 선진도시인 영연방의 상업위주의 도시로, 그곳에서 보던 중국과 중국인들은 너무나 낙후된 모습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학교에서 '사회주의=못사는 국가체제'라고 배운 교육이 정확하다고 믿었다.

그러다 1992년 한·중 수교 후 베이징에서 유학하고 중국연구를 꾸준히 하니 중국 경제의 발전적 변화가 파노라마처럼 역사적 발전적 변천으로 보였다. 1997년 홍콩 반환을 보기 위해 찾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중국 특별행정구(SAR)에서 필자는 앞으로 이 지역이 경제적으로 후퇴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1997년 이후부터 주장(珠江)삼각주의 변화와 홍콩과 연계된 선전(深圳)의 발전은 필자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던 2008년 전후 중국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중국 대도시의 주택과 사무실 가격이 아시아에서 최고로 비싼 지역으로 변환 것은 과거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중국 개혁·개방의 성과이다.

예를 들어, 필자는 2011년 홍콩에 머무는 동안은 선전으로 물건을 사러 다니곤 했는데, 2016년 선전에 거주할 때는 홍콩의 물가가 선전보다 싸서 역으로 홍콩으로 장으로 보러 다녔다. 현재도 실제로 거주하는 대만에서 체감하는 대만 경기와 발전 속도는 중국, 홍콩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대만, 홍콩, 중국 순서였던 경제발전 순서가 이제는 중국, 홍콩, 대만 순서로 뒤바뀐 것이다. 그리고 홍콩과 마카오도 이제는 중국의 영토가 된 것이다. 이제 중국은 과거의 못사는 시대의 중국이 아닌 게 현실이다.

바로 얼마 전 베이징에 다녀왔다. 필자가 자주 다니던 남루했던 골목길과 살던 아파트에 가보니 모든 게 바뀌었다. 작년 19차 당대회 이후 베이징을 포함한 중국 대도시들이 새롭게 변모하고 있고, 중국인들 표정에서도 중국의 성과에 대한 자부심이 더 강해진 것도 그들과의 교류와 대화로 체험할 수 있었다. 아직도 무언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고 있지만, 중국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인들을 잘 살게 변화시킨 사회주의 시장경제정책의 성과와 생활수준의 변화가 중국인에게 자부심을 심어준 것이다.

6년 전 18차 당대회부터 시작된 시진핑 지도부의 심화 개혁과 부패 청산이 중국인에게 중국발전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고, 국가발전 비전인 ‘중국의 꿈’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대일로’ 정책이 중국을 또 다시 변화시키고 있다.

홍콩·마카오·선전을 연결하는 해상 고가도로도 곧 개통한다고 하고 베이징 남쪽에는 슝안(雄安)신구라는 대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인류 운명공동체’라는 가치관으로 중국인과 세계 시민을 연결하려 하고 있다. 필자가 30여 년간 경험한 중화세계의 질서가 바뀌고 있고, 사회주의 중국은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일대일로’ 정책을 전지구상에서 추진하고 있다.

아래는 이 시점에서 어떻게 중국을 보아야할지 개인적 경험에 비친 소견을 정리한 내용이다. 전체적으로 중국을 본 내용은 아니지만, 중국의 변화에 중점을 두고 그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부분이다. 이에 상반되는 의견도 많을 것으로 보는데 결과는 적어도 앞으로 5년은 더 봐야하겠지만 '공룡'의 걸음이 바로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우리나 중국 외부의 세력이 바라는 부정적인 중국의 부분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시간을 두고 더 봐야할 문제라 생각한다. 이제는 중국을 배워야하는 시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첫째, 사회주의 중국이 국내외적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과를 이뤄낸 개혁·개방정책의 성과 이면에는 부정부패라는 중국 문화의 역사적 병폐가 있었다. 시진핑 지도부 시기 전면적 심화개혁을 했다는 것은 앞으로 중국 정부가 국내외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의 건전한 사회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공산당의 강한 통치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외부에서 의아해하기도 하지만, 일반 중국인들은 중국의 성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비록, 정치민주화에 대해 개별적 주장이 있기는 하지만 중국인들은 중국의 발전을 위해 진행된 부패청산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이를 위해 청렴하고 강한 정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강한 정부의 강한 개혁과 사회제도와 관습의 변화로 중국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적어도 경제적 측면과 국가경쟁력 강화 측면, 그리고 사회기강 확보에서는 그 진행 과정과 결과가 확연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현재 중국인들은 정부의 지도부 형성 과정을 비교적 투명하게 인식하고 당과 지도부의 개혁도 현 시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이는 시진핑 지도부가 중국인의 신임을 얻고 있으며, 중국이 분열되지 않기 위해 강한 정부(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중국인들이 믿는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중화민족의 비전인 ‘중국의 꿈’, ‘일대일로’라는 현실 행정과 새로운 가치관인 ‘인류 공동운명체’를 중국인이 인정하고 있는 것도 현 지도부에 대한 중국인들의 지지를 의미한다. 즉, 현재 중국은 지도부의 강한 통치력에 기반한 국가정책을 국민들이 인정하고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면은 중국인이 중화민족의 부흥, 정부의 현실적 정책, 그리고 중국과 세계라는 가치관 측면에서 공산당의 통치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중국인들은 정부와 국민이 이뤄낸 현재의 성과와 자신들이 누리는 현실세계를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 중국에는 ‘일대일로’ 정책으로 시행되는 각 도시와 농촌의 변화와 반부패 개혁에 만족을 표시하며, 중앙집권적 정부의 강한 정책이 있어야 중국이 꾸준히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 정부가 정치·경제 개혁의 성과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을 적절히 홍보해 국민들의 단결을 조장한 측면도 있지만, 중국인들이 국내와 해외를 비교적 자유롭게 다니면서 느낀 중국의 발전에 대한 체험에 기인해 공산당 통치에 강렬하게 반대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이런 면에서 강한 통치력을 가진 시진핑 지도부의 정책과 국민들의 현실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서로 상승작용을 하며 중국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특히, 농촌의 개혁과 도시화 작업은 중국 전 국토에 자금이 유통되고 상업의 기회를 창조하고 있다.

2018년 동북아 및 세계의 정치가 복잡하게 요동치고 있다. 우리가 한반도 평화와 발전을 위해 대북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중국은 국내문제 해결과 동시에 중국과 세계에서 중국의 위상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과거 ‘중국 붕괴론’, ‘중국 분열론’, ‘중국 위협론’, 중국의 인권문제, 중국의 민주화 문제 등등 우리는 중국이 문제가 많은 나라로 생각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국력은 계속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중국은 강한 지도력과 국민들의 단결된 모습으로 꾸준히 강대국으로 변모해 나갈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고 있다.

금년은 중국 개혁·개방정책 시행 40주년이 되는 해이자, 1992년 수립된 한·중수교 26주년이 되는 해이다. 시진핑 지도부 집권 2기를 맞이하는 중국은 앞으로 더 많은 새로운 도전에 더 강하게 대응할 것이며, 자신감에 찬 중국인들은 조금 더 건방진 모습으로 우리 눈에 비쳐질 수 있다.

그리고 중국정부가 쓸 수 있는 전략적 카드의 종류도 이전보다 더 많아지고, 중국인들이 외부에 미치는 소비 및 관광의 힘도 더 강화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한·중 수교 당시 중국을 보던 눈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보던 눈으로, 그리고 다시 시진핑 집권 1기를 본 경험에 기초하여 시진핑 집기 2기를 보는 시각과 판단력을 갖추어야 한다. 2015년 한국에서 방영돼 중국 정부와 국민들도 열광했던 다큐멘터리 ‘슈퍼 차이나’의 장면들이 떠오르는 2018년이다. 우리가 한국인의 국제적 시각으로 새로운 ‘슈퍼차이나와 동북아 국제환경’이란 다큐멘터리를 또 제작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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