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설날과 첨세병(添歲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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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용 성균관대 초빙교수
입력 2018-02-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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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주용 성균관대 초빙교수

설날은 한 해의 첫날임을 뜻하는 ‘원일(元日)·원단(元旦)·세수(歲首)’라고도 한다.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는 속신 때문에 잠을 자지 않는 것은 '수세(守歲)'라 한다. 최립(崔岦·1539∼1612)의 “예전에 해오던 대로 공연히 수세를 하였네(守歲徒然循故事)”라는 표현처럼 이는 오래전부터 해오던 풍속이었다.

또 다른 세시풍속으로는 널뛰기와 연날리기가 있다. 널뛰기를 하면 그해에 발에 무좀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연날리기는 놀이만이 아니라 '액연(厄鳶)'이라 하여 연 몸통이나 꼬리에 ‘액을 보낸다’는 '송액'(送厄), ‘액을 보내고 복을 맞이한다’는 '송액영복(送厄迎福)' 등의 글자를 써서 멀리 날려 보내기도 했다.

설날 대표적인 음식은 떡국인데, 이덕무(李德懋·1741~1793)는 <청장관전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세시에 흰떡을 쳐서 만들고 썰어서 떡국을 만드는데, 추위와 더위에 잘 상하지도 않고 오래 견딜 뿐 아니라 그 깨끗함이 더욱 좋다. 풍속에 이 떡국을 먹지 못하면 한 살을 더 먹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억지로 이름을 ‘첨세병’이라 하였다(俗謂不食此餠 不得歲云 余強名爲添歲餠)."

천만 번 방아에 쳐 눈처럼 둥그니(千杵萬椎雪色團, 천저만추설색단)
신선 부엌의 금단과도 비슷하네(也能仙竈比金丹, 야능선조비금단)
해마다 나이를 더하는 게 정말 미우니(偏憎歲歲添新齒, 편증세세첨신치)
서글퍼라, 나는 이제 먹고 싶지 않다네(怊悵吾今不欲餐, 초창오금불욕찬)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이 서글플 수도 있지만, 가족들과 함께 ‘나이 먹는 떡’인 첨세병 한 그릇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따뜻한 설날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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