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반도체' 삼성의 블록체인 기술, 이재용의 꿈 실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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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기자
입력 2018-02-1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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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 계열사별로 책임경영 강화…블록체인 방식, 경영에 도입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난 이후, 인기가 전보다 못한 비트코인 관련주가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 예상의 출처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국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여한 뒤 삼성경제연구소에 블록체인과 관련된 연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구글, 페이스북 등 초국적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 진화하는 블록체인 기술에 큰 자극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자극을 받았다는 블록체인이란 과연 어떤 기술일까.

블록체인이란 '블록(Block)'을 '연결(Chain)'한 모음을 말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쓰인 가장 유명한 사례는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반 기술이다.

블록체인 기술에서 블록(Block)에는 일정 시간 동안 확정된 거래 내역이 담긴다. 온라인에서 거래 내용이 담긴 블록이 형성되는 것이다. 거래 내역을 결정하는 주체는 사용자다. 이 블록은 네트워크에 있는 모든 참여자에게 전송된다. 참여자들은 해당 거래의 타당성 여부를 확인한다. 승인된 블록만이 기존 블록체인에 연결되면서 송금이 이뤄진다. 제3자가 보증하지 않고도 거래 당사자끼리 가치를 교환할 수 있는 게 블록체인 구상이다.

블록체인은 모두가 거래장부를 가지므로 해킹에 안전하다. 간혹 비트코인이 해킹되는데, 이는 블록체인이 아니라 거래소 시스템이 해킹된 것이다.

이렇게 설계한 블록체인이 가장 영향력을 크게 끼칠 수 있는 분야는 금융권이다. 미국의 비트코인 회사 30여 개를 운영하고 있는 브록 피어스는 "블록체인이 가져올 혁신은 인터넷 혁명보다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합의가 필요한 모든 금융상품을 자동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벤처 캐피털 회사인 산탄데르 이노벤처스는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할 경우 2022년까지 매년 150억~200억 달러(약 16조~22조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 거대한 시장에 삼성전자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1983년 이병철 선대 삼성 회장은 도쿄에서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인텔은 이병철 회장을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비꼬았다. 1987년 이병철 회장이 사망한 후 삼성그룹 몇몇 사장들이 당시 신임 이건희 회장에게 반도체 사업을 포기할 것을 제안했다가 크게 혼이 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선대 회장에 이어 블록체인을 제2의 반도체로 주목한 것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기대와 달리 삼성의 블록체인 연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삼성은 오너가 구속된 이후 그간의 성과를 내놨다. 삼성 내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주도한 곳은 삼성SDS다.

지난해 삼성SDS는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인 넥스레저를 출시했다. 은행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국내 시중은행 16곳과 손을 잡고 넥스레저 기술을 이용한 공동인증 사업을 추진했다. 또 해양수산부, 관세청, 현대상선, 한국IBM 등과 함께 해운물류 부문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삼성은 향후 넥스레저를 금융·물류에 국한하지 않고 제조·바이오 부문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유독 블록체인에 애착을 갖는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옛 미래전략실의 폐단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건희의 유산'으로 불리는 미래전략실은 중앙집중적 의사결정이 특징이다. 이 방식은 블록체인의 알고리즘과는 정반대다.

실제 삼성은 올해부터 각 계열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 각 계열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경영에 따른 책임을 분산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블록체인의 알고리즘과 닮았다. 구글도 이러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렇듯 이재용 부회장의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되면서 금융업계에서는 소위 '삼성코인'의 출시 가능성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암호화폐의 기술적 토대가 블록체인이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 자연스레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또 삼성전자는 최근 비트코인 채굴에 특화된 반도체를 대량 생산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비트코인과 관련된 이재용 부회장의 하드웨어와 소프웨어 시장 점령의 꿈이 계획과 관심대로 진행될 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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