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의 도시 이야기] 신이 전해준 불꽃, 그리스 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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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지역전문가·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
입력 2018-01-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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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주 지역전문가·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왕 제우스 몰래 불을 훔쳐 인간에게 내어준 죄로 매일 새들에게 간을 쪼여 먹히는 무시무시한 형벌을 받은 그리스 신화 속의 신이다. 그 때문에 인간들은 문명을 밝히게 되었고, 고대 그리스인들이 제우스 신에게 바치는 제사를 지낼 때 그 신성한 불꽃을 밝히며 경기를 한 것이 성화의 기원이 되었다 한다. 이에 따라 올림픽이 열리게 되면 그리스에서 태양의 빛을 내려받아 채화(菜火)하는 전통이 생겼다.

오는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6일 동안 평창을 밝힐 성화도 그리스 엘리스 주의 헤라 신전에서 채화돼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에서 인수받은 불꽃이다.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은 1896년 제1회 근대올림픽이 열렸던 장소이자 108년 후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열렸던 곳이다. 신에게 제사를 올린 종교행사로 시작한 올림픽은 전쟁을 위한 훈련의 성격으로 고대 그리스 대표선수들이 겨룬 올림피아 경기에서 유래했다. 기원전 776년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인 엘리스에서 헤라클레스가 처음 개최했다고 하며, 1세기 전부터 올림피아에서 4년마다 한 번씩 열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당시 남자선수들은 옷을 모두 벗은 채 경기에 임했고, 여자는 참가는 물론이고 보는 것마저 금지됐었다고 한다. 이후 달리기를 시작으로 레슬링, 원반 던지기, 창 던지기, 권투, 경마, 마차경주 등이 더해졌다. 그리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 안에서 관련 종목으로 보이는 포즈를 취한 근육질의 남성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선수들이 많은 사람들과 심판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를 벌이는 모습은 하계 스포츠 종목의 기원이 되어 그 시간 속으로 우리를 데려다 준다.

그렇다면 동계 스포츠의 종목들의 기원은 어디에서 왔을까? 스키는 러시아 서북부지역 잘라부루가의 선사시대 암벽화에 스키 탄 사람들이 장대를 이용하여 이동하는 모습으로 남아있고, 노르웨이에서는 이단층에서 기원전 2500년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스키가 발굴되었다. 스키는 주로 유목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활과 화살을 지닌 채 사냥을 하고 이동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가 군용장비로 발전된 것으로, 기원전 456년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토스는 광대한 설원에서 사람들이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해 황금화살촉을 타고 미끄러져 다닌다고 설명했다. 그러한 도구와 기술을 이용한 경기들이 겨울철 스포츠로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고대 올림픽의 열기는 기원전 431년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하고 주최국인 엘리스의 정치적 중립이 깨지면서 식기 시작했다. 이후 로마 제국의 테오도시우스 1세 황제가 기독교를 로마제국 국교로 정한 1년 뒤인 서기 393년 제293회 대회를 마지막으로 고대 올림픽은 그 모습을 담은 조각과 벽화를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올림픽은 그로부터 무려 1501년 후 1894년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올림픽 경기의 부활을 결정하고 1896년 아테네에서 근대 올림픽으로 부활했다. 하계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올림픽이었으나 1920년대 동계 스포츠의 인기가 높아지자 1924년 프랑스 샤모니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동계올림픽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올림픽은 고대 올림픽이 천년을 넘게 이어오며 근대올림픽으로 부활한 이후로 성별, 인종, 종교, 이념의 분란을 극복해가며 여러 도시에서 세계인들이 함께 참가하고 즐기는 장으로 이어져 왔다.

전 지구촌 도시 가운데 아테네를 영원한 올림픽의 도시로 여기며 대회의 시작을 그리스 불꽃의 채화로부터 이어오는 이유는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이자 상징이 그리스이고, 아테네가 근대 올림픽의 개최지였기 때문이다. 그리스인들은 서구의 문명과 정신의 밑거름이 된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 그들이 남겨놓은 신화와 철학과 예술, 건축 등은 오늘날 서구문물 모든 분야의 원형으로 손꼽히고 신들의 도시로, 올림픽의 도시로 남아있다.

신이 건넨 불씨로 상징되는 그리스의 불꽃으로 '성화를 밝힌다'는 것은 '고대 올림픽 정신의 전통을 지킨다'는 의미와 같다. 프로메테우스의 고통과 맞바꾼 불씨가 인간들의 삶을 밝혔듯이 그 신성한 불꽃이 평창의 자산이 되어 인류를 환하게 비추어 주는 평화올림픽의 불꽃으로 화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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