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스마트 편의점의 두 얼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홍열 초빙 논설위원·정보사회학 박사
입력 2018-01-30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김홍열 초빙 논설위원·정보사회학 박사]


온라인 쇼핑 중개회사 아마존이 미국 시애틀에서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Amazon Go)'를 오픈했다. 우리가 흔히 스마트 편의점이라고 부르는 계산원 없는 편의점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계산원은 물론이고 계산대와 계산절차까지 없앴다. 아마존 고 전용 앱을 설치한 후 쇼핑을 하면 편의점을 나올 때 자동 계산된다. 계산하기 위해 길게 줄 설 필요가 없어졌다.

편의점에는 운영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 근무한다. 아마존이 무인 편의점을 계속 확대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보도됐지만, 이미 계산원 없는 스마트 편의점은 하나의 큰 흐름이 되고 있다. 알리바바 마윈이 미래의 5가지 트렌드 중 하나로 언급한 신유통의 핵심이 스마트 편의점이다.

솔루션은 좀 다르지만 중국의 스마트 편의점 '빙고박스(Bingobox)'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2013년 설립된 빙고박스는 자체 개발한 솔루션으로 중국 주요 도시에 무인 편의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은 매장의 경우 설치와 이동이 용이한 컨테이너 구조물로 운영이 가능하며 24시간 영업할 수 있어 운영비는 기존 편의점 대비 20% 수준이다. 낮은 운영비는 제품 판매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빙고박스에서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은 기존 편의점보다 5% 정도 저렴하다. 대형 할인마트보다는 비싸지만 일반 편의점보다는 저렴하다. 투자유치에 성공한 빙고박스는 올 연말까지 중국 내 매장을 5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편의점의 나라 일본에서는 자판기형 무인 편의점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일본 경제산업성과 주요 편의점 프랜차이즈는 2025년까지 일본 모든 점포에 무인 계산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역시 스마트 편의점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스탠드 형태의 음식 주문용 디지털 사이니지(signage)는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마트24와 세븐일레븐은 자판기 형태가 아닌 무인 편의점을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운영하면서 나올 수 있는 몇 가지 시행착오와 기술적 문제들이 해결되면 중소 편의점 프랜차이즈에서도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몇 년 지나지 않으면 편의점의 계산원은 오래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무인 편의점이 지금 당장은 낯설게 다가올지 몰라도 우리는 이미 유사한 경험을 많이 했다. 시내버스에서 차장이 사라진 지 오래이고 전철 출입구에서 검표원이 사라진 지 오래됐다. 시내 고층건물 엘리베이터마다 있었던 안내 승무원도 오래전 기억으로 남아 있다. 최근에는 시중 은행들이 점포 수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카운터에서 상담하던 은행 직원들도 보기 힘들게 됐다. 핀테크 기술이 활성화되면 오프라인 은행의 점포 수는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거나 경험하지 못한 사건들이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는 없다. 현상 유지를 원하는 개인의 심리가 새로운 기술과 그 기술들이 가져오는 변화를 두려워하게 만들 뿐이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활용되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자본주의의 발전과 그 궤도를 같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신기술 도입으로 예상되는 수익의 규모를 보고 투자를 하고 주식을 매입한다. 예상되는 수익의 규모가 클수록 투자액도 늘어나고 투자자들 사이에 경쟁도 치열해진다. 국가는 민법이나 상표법, 특허법에 의해 신기술을 보호한다. 신기술이 국가의 부를 증가시키고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해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농업국가에서 산업사회, 정보화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은 과학 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의미하는 동시에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직장을 잃고 직업을 잃게 된다. 운이 좋아 전업을 하게 되는 경우는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생계유지가 힘들어진다. 스마트 편의점이 프랜차이즈 본사나 점주에게는 '스마트'하겠지만 편의점에서 일을 하던 많은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런 공포심이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도입을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편의점 사이에 경쟁은 최종적으로 가격에 의해 결정되고, 가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운영 경비에 달려 있다. 편의점의 무인화는 대다수 소비자에게는 이익이 된다. 무인 편의점이 처음에는 어색할지 몰라도 사람들은 쉽게 적응하고 편하게 이용한다.

과학기술은 항상 우리에게 두 개의 얼굴로 나타난다. 과학기술의 본격적 발전 이후 예외인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면 기존 직업이 없어진다. 누구는 해고되지만 누구는 일을 얻는다. 우리는 이 이중성에 익숙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 편의점이 일상화되면 계산원에 대한 구조조정 역시 본격화할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국가의 세심한 배려는 분명 필요하지만 기존 직업의 유지를 위해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법이나 제도로 늦춰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의 이중성은 선도 악도 아니다. 과학기술의 결과물이 사회적으로 수용될 때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다. 우리는 이 이중성을 좀 더 진보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