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0원을 지켜라" 환개입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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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18-01-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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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국 추가 하락 전망 속 진퇴양난

  • 변동 취약 中企 환차손 공포 가중

지난 5일 오전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연초부터 곤두박질치던 원·달러 환율이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추가 하락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지만 그렇다고 당국이 시장에 직접 개입할 경우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9원 오른 달러당 1073.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1070원대로 올라선 것은 7거래일 만이다.

연초부터 1060원선 아래 진입을 시도했던 환율은 지난 8일 장중 한때 결국 1058.80원까지 떨어지며 3년 2개월 만에 1050선이 붕괴됐다. 환율 하락 속도가 생각보다 가파르자 상황을 용인하는 듯 했던 외환당국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섰고, 상승 반전하며 1066원선에서 마감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당국의 시장 개입 규모가 8일 하루에만 15억 달러가량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당국이 예상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에 대해 시장에서는 1050원선마저 깨지면 1000원까지 급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당 1050원은 완성차 등 수출업계의 마지노선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외환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번 시장 개입으로 외환당국이 환율 하락 속도 조절을 위해 언제든지 미세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외환시장에서도 1060원을 지지선으로 보고 관망하는 모습이다. 외환당국에 대한 경계감에 이번주까지는 1060원대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반적인 환율 하락세까지는 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위험 선호 분위기와 수출업체들의 꾸준한 달러 매도가 있어 달러 약세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북 고위급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해빙의 계기를 맞는다면 그간 원화 강세를 누르고 있었던 마지막 요인까지 사라지게 된다.

상황이 이렇자 수출 중소기업의 '환율 공포'도 가중되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환위험관리 정보 획득이 어려워 환차손 타격을 입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달러당 0.1원만 예상을 빗나가도 불안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최근에는 환율의 등락폭이 크고 속도가 너무 빨라 환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이란 명분으로 시장에 개입하게 되면 시장 흐름을 왜곡하고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명분을 만들어주는 계기만 제공하는 꼴"이라며 "당국의 의지는 확인했지만 환율 하락의 큰 흐름은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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