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해변·금빛 사막이 빚은 '시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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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기자
입력 2018-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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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0만 봉사자가 환생시킨 해변길·사구 '환상적'

  • 1세대 수목원 '천리포'…1만5800종 식물 손님맞이

2007년 12월, 충남 태안의 푸른 바다가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6만 드럼의 기름을 태안 앞바다에 토해낸 탓이다. 
그렇게 평온했던 태안은 쑥대밭이 됐고 바다를 비롯해 지역의 자연은 속수무책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중태에 빠진 태안을 살린 것은 ​130여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손길이었다. 
걱정어린 마음, 태안을 살리겠다는 이들의 염원은 시커멓게 멍이 들었던 태안의 상처는 서서히 치유돼갔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지금, 태안은 더없이 평온한 모습이었다. 푸른 바다와 곧게 뻗은 소나무, 태안의 청정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해변 길까지······. '어떠한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굳건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고통 이겨내니 더 찬란하게 빛난다···태안 해변 길
 

태배길은 중국 이태백이 태안을 찾았다가 이곳의 절경에 취해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사진=기수정 기자]

기름 유출 사고 이후 고통받던 태안의 자연을 살리기 위해 고생했던 많은 이의 노고 덕에 되살아난 태안의 해변. 이 해변 길은 97km에 달하는 생태 탐방로로 재탄생하며 이곳을 찾는 이들이 다시 웃음 짓게 했다. 
 

태배길에 세워진 이태백의 시비[사진=기수정 기자]

태안 해변 길은 굽이굽이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아름다운 경관과 독특한 해안 생태계를 자랑한다. 태안 해안국립자연공원은 자연과 문화 그리고 인간이 살아 숨 쉬는 편안하고 안전한 길이다.

그중 주목해야 할 길은 바로 태배길이다.

태배길은 태안의 아픔, 아픔 극복을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이의 피와 땀을 고스란히 품었기에 더 마음이 더 기울었을지도 모른다. 

의항리 일대 해안 약 6.5km에 걸쳐 조성된 태배길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12개 해안에 선정됐을 정도로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태안의 해변길 일부 구간인 태배길[사진=기수정 기자]

태안 일대를 찾았던 중국의 시성 이태백이 이곳의 빼어난 자연경관에 푹 빠져 머물렀다는 데서 유래됐다고 하니 그 수려한 풍광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 

이곳 태배길은 순례길 고난길 복구길 조화길 상생길 희망길 등 유류 피해 극복 의지를 담은 6개 코스와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0년 전국의 아름다운 해안경관에 포함해 만든 태배전망대도 있다. 서해와 일곱 개의 칠뱅이 섬, 멀리 신두리 해변과 신두리 사구의 모습, 환상적인 낙조까지······. 태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특히 장관이다. 
 

태배길에서 본 등대바위. 홍합, 따개비 따위가 붙어있다.[사진=기수정 기자]

이곳 태배길은 많은 봉사자의 노력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원래 의항리 일대 산자락엔 길이 없었는데 기름 유출 사고 후 태안의 자연을 아픔에서 건져내기 위해 찾은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험한 산자락을 오가면서 자연스레 길이 조성됐다고.

이태백 포토존을 지나 걷다 보면 유류 피해 당시 사용한 방제로 계단의 흔적도 살펴볼 수 있다. 현재 계단은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모두 철거됐다.

이곳은 지난 3월 문체부가 뽑은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에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사막이? 신두리 해안사구
 

신두리 해안사구 가는 길[사진=기수정 기자]

해변 길 구간 곳곳에는 바라보기만 해도 감탄을 자아내는 명품 여행지가 가득하다. 보는 곳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그림이 수 놓인다. 

차디찬 겨울, 그래도 따사로운 볕이 이끄는 대로 걷다 보면 작은 모래언덕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사구지대인 '신두리 해안사구'다.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바라본 태안 바다[사진=기수정 기자]

해안사구는 해류에 의해 모래가 퇴적되면 파랑에 의해 밀려 올라가 낮은 구릉 모양으로 쌓여 이루어진 해안 지형을 뜻한다.

겨울에 불어오는 강한 북서풍을 그대로 맞이하고 연안의 해저가 주로 모래로 이루어져 있어 간조가 되면 넓은 모래펄이 노출되는 ​신두리 해안의 지형적 조건 덕에 거대 모래언덕이 형성될 수 있었다. 

빙하기 이후 약 1만5000년 전부터 서서히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사구의 형성과 과거의 환경을 밝히는 데 학술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 전경[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해안사구만이 가진 독특한 생태계도 눈에 띈다.

전국 최대의 해당화 군락지, 통보리사초, 모래지치, 갯완두, 갯메꽃을 비롯해 갯방풍과 같이 희귀식물들이 분포해 있을 뿐 아니라 표범장지뱀, 종다리, 맹꽁이, 쇠똥구리, 사구의 웅덩이에 산란하는 아무르산개구리, 금개구리 등도 서식하고 있다.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내는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사구는 육지와 바다의 완충지대로 해안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부터 농토를 보호하고 바닷물의 유입을 자연스럽게 막는 역할을 한다.

신두 해안사구 입구에 마련된 방문자 센터도 들러볼 만하다. 사구 생태공원 안에 있는 각종 동식물과 해안사구에 대한 정보를 입체와 영상으로 재현해 놓았다. 

◆우리나라 1세대 수목원...천리포수목원

태안반도 끝자락인 소원면에는 식물을 위한 수목원, 식물이 행복한 수목원이 있다. 바로 천리포수목원이다.
 

천리포수목원 전경. 고즈넉한 분위기에 마음이 차분해진다.[사진=기수정 기자]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받은 천리포수목원은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불렸던 故 민병갈 (미국명: Carl Ferris Miller) 선생이 40여 년 동안 정성을 쏟아 일궈낸 우리나라 1세대 수목원이다.

단순히 관광객을 유치하고 수입을 올리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 아니다. 인공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그저 사랑과 관심, 정성을 들여 식물들을 키워낸, 식물들의 안식처였다.

1970년부터 본격적인 나무 심기를 시작한 수목원은 교육 및 종 다양성 확보와 보전을 목적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 후원회원 등에 한정해 입장을 허용하다가 2009년부터 일부지역이 일반에 공개됐다. 

천리포수목원은 우리나라 중부지역이면서도 남부식물이 월동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500여 종류가 넘는 목련속 식물을 비롯한 1만5800여 종류의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밀러가든(Miller Garden)은 천리포수목원 내 총 7개의 관리 지역 중 첫 번째 정원으로 2009년 3월 1일부터 개방했다.
 

천리포 수목원[사진=기수정 기자]

밀러가든은 바다와 인접해있어 사계절 푸른빛을 머금은 곰솔 사이로 탁 트인 서해를 조망할 수 있다.

수목원 산책과 동시에 청량한 파도와 고운 모래펄이 펼쳐진 바다도 만날 수 있다.

수목원 내 노을 쉼터나 바람의 언덕은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하기 위한 최고의 명당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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