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권의 酒食雜記] 유대인과 돈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종권 칼럼니스트
입력 2018-01-04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박종권 칼럼니스트]


유대인과 세계사의 변곡점에 늘 유대인이 있다는 유머가 있다. 이름하여 ‘세계사를 바꾼 5명의 유대인’이다.

첫째가 모세다. 그가 십계명을 양손에 들고 외친다. “법이 전부다.” 둘째는 예수다. 십자가에 못 박히며 말한다. “사랑이 전부다.” 셋째는 프로이트다. 꿈의 해석에서 짚어낸다. “섹스가 전부다.” 넷째는 마르크스다. 자본론에서 주장한다. “돈이 전부다.” 다섯째는 아인슈타인이다. 칠판에 ‘E=MC²’이라 휘갈겨 쓴다. “전부 상대적이다.” 미국식 유머이다.

정작 프로이트는 논문에서 “모세는 이집트인이다”고 주장했다. 모세는 람세스-모세, 투트-모세처럼 이집트 왕자에게 붙이는 명칭이라는 것이다. 후에 히브리인이 ‘물에서 건져낸 자’라는 뜻을 부여했다고 설명한다. 아직까지도 ‘기독교는 일신교인가, 다신교인가’ 주제와 관련해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여하튼 최근 여섯째 인물집단이 등장했다. 이들은 ‘전부 IT로 통한다’고 했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모두 유대인이다.

한낱 우스개로 치부하기엔 가슴 한구석이 무겁다. 현대 지성의 최고봉이라 일컫는 노벨상도 그렇다. 1901년부터 2016년까지 수상자의 22%가 유대인이다. 의학 52명, 물리학 52명, 화학 36명, 경제학 30명, 문학 15명, 평화 5명이다. 모두 197명이다. 그뿐이랴. 20세기를 가른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도 결국 유대인들의 정신적 이합집산으로 보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공산주의에 이론적 바탕을 제공한 마르크스가 유대인이고, 초기 러시아 혁명의 한 축을 담당했던 트로츠키도 유대인이다.

여기에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을 이끌었던 레닌까지 유대인 혈통임을 입증하는 문서가 지난 2011년 공개됐다. 그의 외할아버지가 우크라이나 유대인인데, 후에 러시아정교로 개종했다는 것이다. 결국 유대인들이 공산주의 이론은 물론이고 ‘붉은 혁명’을 통해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를 건설한 것이다.
정작 레닌의 후계자 스탈린은 철저한 반 유대정책을 폈다. 레닌의 누나 안나 울리아노바가 1932년 스탈린에게 편지를 쓴다. “동생이 유대 혈통임을 활용해 반 유대주의에 맞서달라.” 스탈린은 안나에게 “입을 꽉 다물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스탈린에 숙청당해 멕시코에서 암살된 트로츠키는 회고록에서 스탈린의 레닌 독살 설을 주장했다.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 역시 유대인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자본론’이 동(東)쪽을 지배했다면, ‘자본주의’가 서(西)쪽을 주도한 셈이다. 혹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를 유대인을 위한, 유대인에 의한, 유대인의 시대라 촌평한다.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연방준비제도 의장을 보자.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에 이어 최초 여성의장 재닛 옐런도 유대인이다. 역대 15명 중 7명이다. 세계은행 총재도 유진 메이어, 폴 월포위츠 등 역대 12명 중 4명이다.

돈이 잠들지 않는 월스트리트는 로스차일드 가문이 대표적이다. 시티 그룹, 골드만 삭스, JP 모건, AIG도 유대인 영향력 아래에 있다. ‘워드프레스’의 자료 '누가 미국을 컨트롤하나(2011)’에 따르면 재무부 고위관료의 69%, 월스트리트 은행 증권거래소 고위임원의 72%, 각종 펀드 고위임원의 65%가 유대인이거나 그 배우자였다.

아마도 2000년에 걸친 유랑생활이 영향을 미쳤을 듯싶다. 땅 없이 살면서 ‘자본’의 속성을 잘 파악하게 된 것은 아닐까. 셰익스피어의 ‘베니스 상인’에서 악덕 고리대금업자로 등장한 샤일록이 유대인이다. 디아스포라에서 불안한 생활이다 보니 자연히 몸에 지니고 이동할 수 있는 '동산(動産)’의 축적에 생존본능이 발현됐고, 유전자에 깊이 각인됐을 수 있다.

유대인의 활약이 눈부시자, 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것이 우생학이다. 이론 구조는 이렇다. 중세 이전부터 총명한 유대인은 랍비가 됐다. 이들은 결혼하여 아이도 많이 낳는다. 반면 유럽인은 신부, 수도사, 수녀가 됐다. 이들은 ‘동정’을 지킨다. 세월이 흐르면서 두뇌 능력에서 격차가 커졌다는 학설이다. 세간의 농담이 아니다. 관련 논문이 제법 많다.

물론 인격은 다른 문제이다. 아인슈타인은 첫 부인 밀레바 마리치의 ‘단물’만 빨고 이혼했다. 그가 1905년 발표한 특수상대성이론과 광양자설도 마리치가 기여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아인슈타인은 이혼하며 “노벨상을 받으면 상금을 당신에게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키지 않았다. 그에게 명성보다 돈이 중요했을까. 이 역시 ‘자본 유전자’ 때문일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