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터널 끝의 유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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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생활경제부 부장
입력 2017-12-2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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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생활경제부장]

정유년(丁酉年)의 해가 곧 저문다. 국정농단 파장이 가시지 않은 채 시작한 2017년은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나라 안 분위기 반전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실제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와 경제 곳곳에서 안정감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한 해의 끝자락에서 한국경제를 진단하자면 여전히 먹구름이 가득한 국면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짙은 영역은 단연 유통업계다.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채널’ 역할의 유통업계는 정치적 이슈나 내수경기에 비교적 민감하다. 올 초 중국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에 대한 피해가 유통업계 전반을 휘감았던 것도 그런 습성 탓이다.

최대의 피해자는 역시 롯데였다. 소유하고 있던 성주골프장을 사드부지로 제공하기가 무섭게 롯데는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현지 롯데마트 112개 점포 중 74개가 ‘소방법 위반’이라는 명목 하에 영업중단 조치를 당했고, 이후 그룹차원에서 7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지만 결국 중국 내 롯데마트는 현재 '매각대'에 올랐다. 롯데그룹 추산으로 총 손실규모만 1조2000억원이 넘는다.

국내에선 면세점 업계가 고스란히 사드 여파에 시달렸다. 지난 3월 중국이 한류 금지령(한한령)을 내린 직후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전년 동기 대비 20~30%나 매출이 떨어졌고, 한화 갤러리아는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아예 사업권을 조기 반납했다.

사드 여파 외에도 유통업계의 2017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특히 그 어느 해보다 정치권과 정부발 규제의 칼날이 매서웠다.

국회는 유통 대기업들의 복합쇼핑몰 사업에 제동을 걸면서 현재의 대형마트처럼 ‘월 2회 의무휴업’과 입지 제한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데 큰 목소리를 냈다. 국회에 발의된 유통규제 법안만 30여개에 이른다.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정책이 효과를 전혀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통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복합쇼핑몰 사업까지 정부와 정치권이 발목을 잡아야 하느냐는 점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SPC그룹에 ‘불법파견’ 혐의를 씌워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5300여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한 정부의 태도도 아쉽다. 제빵기사의 본사 직접 고용은 본사와 가맹점주, 그리고 제빵기사 대부분이 원치 않는다. 그럼에도 고용부는 파리바게뜨에 1차 과태료 162억7000만원을 결국 통지했다. SPC가 제3자 합작회사인 해피파트너스로 제빵기사를 계속 흡수하고 있어 정부와 식품대기업의 기싸움은 당분간 '진행형'이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외부 요인이 아닌 오너 리스크로 우울한 한 해를 보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의 최호식 전 회장은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미스터피자는 친인척을 치즈 납품에 개입시키고 탈퇴한 점주들에 영업보복을 감행한 정우현 전 회장의 갑질로 인해 불매운동의 곤욕을 치렀다. 주먹밥 프랜차이즈 봉구스 밥버거의 오세린 대표는 상습 마약 투약 혐의로 도덕적인 비난을 받았다. 일부 프랜차이즈의 문제지만 업계 전반에 걸친 후폭풍은 상당했다. 

어둡고 움츠렸던 유통업계의 2017년도 이제 곧 긴 터널의 끝에 도착한다. 중국과 정부, 그리고 기업 스스로에 의해 크게 위축된 모습을 연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통기업들에 정유년은 수출선 다변화와 상생 실천, 경영자의 도덕성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는 한 해가 된 것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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