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기업’ 피눈물 세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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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입력 2017-11-2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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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고령화·물려줄 후계자 없어 문 닫을 판

  • 수입협회, ‘비즈 플라자’ 통해 M&A 주선 서비스

고령인 탓에 경영 일선에서 은퇴하고 싶지만 정작 회사를 맡아줄 사람이 없어 평생 일군 기업을 폐업해야 하는 중소기업체 창업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28일 산업계에 따르면 수입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수입협회는 최근 회원사에 배포한 서한에서 "신규 회원 서비스 사업의 일환으로 ‘회원 비즈 플라자(BIZ PLAZA)’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회원 비즈 플라자는 고령의 창업자들이 희망할 경우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인수·합병(M&A) 주선을 목적으로 한다. 경제단체 가운데 이런 서비스를 하는 곳은 수입협회가 처음이다.

구체적으로는 △회원의 고령화에 따라 해외거래선 매각(이양)을 희망하는 경우 △그동안 경영해 오던 사업체 매각을 희망하는 경우 △회원이 경영하던 기업을 폐업하고 관련회사의 직원 또는 자문역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 등이다.

수입협회가 이번 사업을 기획한 배경에는 회원사 창업주들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일반 제조업과 달리 ‘오퍼상’이라 불리는 무역업계는 국내외 바이어와 셀러 간 거래를 중개하는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이다. 초기자본이 거의 들지 않아 창업이 쉬운 대신, 세계 각지를 뛰어다니며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창업자의 능력이 성공의 절대요소로 꼽힌다. 일정 수준의 매출과 수익을 내는 무역업체의 직원 수가 평균 5명 내외, 많아도 10명이 안 되는 이유도 CEO가 경영의 대부분을 해내기 때문이다.

이들은 평생을 바쳐 키워온 회사를 남에게 넘긴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열정으로만 일할 수 없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나마 자식이 넘겨받겠다고 하면 행복하겠지만 막대한 승계비용 부담에 선뜻 나서는 이가 없는 게 현실이다. 또 사내 인력풀이 적다 보니 인수할 여건이 있는 임직원도 거의 없다.

때문에 폐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이 사라지면서 창업자들이 수십년 동안 구축해 놓은 비즈니스 네트워크도 한순간에 무너진다. 2000년대까지 상당한 규모를 자랑해오던 수입협회 회원사 수가 최근 1만개 이하로 줄어든 이유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입협회는 비즈 플라자를 통해 우선 친목이 있는 회원사 간 사업 제휴를 연결해주고, 향후 외부기업과도 교류를 확장해 CEO 고령화 문제 해결과 기업 생존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수입협회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 관심을 나타내는 회원사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내 회사를 왜 남에게 줘야 하느냐’며 거부했지만, 지금은 많은 기업인들이 ‘능력 있는 기업가’가 원하고 적정한 보상을 해준다면 회사를 위해 언제라도 내놓을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다른 업종의 기업 창업자 및 CEO들도 같은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중소기업 업종 전반에 걸쳐 머리를 맞댈 수 있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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