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고독해야 고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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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전통문화연구회 회원
입력 2017-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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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해야 고독하지 않다.' 원재훈 시인의 ‘고독의 힘’(홍익출판사)에 소개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이다. 고독에 정면으로 맞서 철저히 고독하면 고독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학소녀의 감상적 표현 또는 언어유희 같지만 실은 일상에 절실한 구체적 지침이다.

이는 근래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일본산 신조어 '관태기(關怠期)', '고독력(孤獨力)' 등과도 관련이 있다. 관태기는 '관계+권태기' 합성어로 인간관계에 지쳤다는 뜻이고, 고독력은 ‘혼자 지내는 힘’을 말하는데 그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무려 72%의 응답자(462명)가 실속 없는 관계를 줄이고 차라리 혼자 지내고 싶다거나 실제로 그런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만성 피로가 그만큼 심하다는 뜻이다. 절대적이던 인맥과 친구의 중요성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공자는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즐겁지 아니한가(유붕자원방래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라고 했다. 논어 맨 처음 학이(學而)편에 이를 실어 친구의 가치를 우선시했다. 그러면서도 시쳇말로 자신과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은 사귀지 말라(무우불여기자·無友不如己者, '학이')며 선택의 여지를 두었다. 물론 논어의 친구는 ‘공자 말씀’답게 거룩하고 고상하게 풀이하지만, 대부분 보통 친구로 해석하고 그렇게 통용돼 왔다.

또 이인(里仁)편에서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라며 이웃(친구)이 있고 없음은 자신의 덕에 달려 있다고 했다. 친구 없는 외로움은 당연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인맥의 필요성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 같은 친구와 고독에 대한 개념이 시대변화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인간관계가 양적으로 증가했지만, 질적으로는 악화돼 실속 없이 스트레스만 쌓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차라리 자발적 고립을 택하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데이비드 리스먼의 ‘군중 속 고독’이 우리에게도 일상이 된 것이다. 스마트폰에 연락처는 많아도 소통할 친구는 별로 없고, 마틴 부버 말대로 ‘단순한 스침(지인)만 있고, 진정한 만남(친구)은 없는’ 세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럴 바엔 ‘혼자 있어 괴로운 고독(loneliness)’을 ‘즐거운 고독(solitude)’으로 바꾸는 힘을 기르라고 권한다. 고독력 강화가 그것이다. 고독과 정면승부를 하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와 에너지 재충전을 위한 나만의 시간을 의미하는 '미 타임(me-time)'이 근년에 신조어로 옥스퍼드 사전에 올랐는데 역시 이와 유사한 개념이다.

1인 가족, 우울증환자가 날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긍정적·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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