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기획-超갈등사회 고리를 풀자] 설악산케이블카, 지역ㆍ환경단체 갈등 '뫼비우스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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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7-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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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생태의 적" 주장에 "지역 생존 수입원" 반격…곳곳 갈등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에 찬성하는 양양지역 주민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또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문화재현상 변경안에 대한 문화재위원회 재심의를 앞두고 환경단체와 양양지역 주민들 간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뫼비우스 띠’와 같은 양상을 보인다. 원전이나 풍력발전 등 다른 사회적 갈등이 지역 반대가 큰 이슈라면, 설악산 케이블카는 지역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서 찬성하는 대상이다.

다른 갈등과제는 주민을 설득하는 부분에 집중해야 하지만, 설악산 케이블카는 ‘개발과 보전’이라는 큰 틀에서 들여다봐야 하는 문제다. 이렇다 보니 개발과 보전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한 기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조기대선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케이블카 사업을 전면검토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다시 예측할 수 없는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양양군이 서면 오색리 466번지와 산 위 끝청(해발 1480m) 사이에 길이 3.5㎞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구상한 사업이다. 최근 문화재위원회와 문화재청이 허가 여부와 관련해 엇갈린 의견을 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 역시 2012∼2013년 계획안을 부결했지만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조건부 승인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대통령 한마디로 사업 추진하는 대표적 ‘환경적폐’

시민단체들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대표적인 환경적폐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달 24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과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평창올림픽에 맞춰 케이블카를 추진하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 말 한마디로 시작한 환경 적폐”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문화재위원회가 부결 결론을 내린 것을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부당 결정’이라며 뒤집은 데 대해 “문화재보호법에 명시된 원형보전의 원칙을 무시하고 잘못된 문화향유권을 주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태‧환경 학자들로 구성된 한국환경생태학회도 지난 1일 성명서를 내고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반대에 동참했다. 학회 역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대표적 환경적폐 사업으로 꼽았다.

학회는 “설악산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천연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보호지역이 겹겹이 중첩되어 있는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의 핵심지역”이라며 “미래세대와 공유하기 위해 보호 장치를 해두었음에도 지역 관광 활성화라는 명목 앞에 힘을 쓸 수 없는 현실은 참담하다. 산악 공원 케이블카 문제는 계속해서 국토 난개발을 가져오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적폐' 설악산케이블카 청산을 요구하는 시민사회 등 각계 121개 단체 대표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진행한 '문화재청 설악산 케이블카 불법강행 규탄 및 문화재청장 해임촉구 각계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반대 문구가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도 살 길 찾자”···관광상품 개발 발 묶인 양양군

시민단체의 거센 발발에도 불구하고 양양군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주변 지역의 케이블카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관광수익이 줄어드는 판에 새로운 활로 찾기에 나서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양양군 입장에서는 그동안 설악산으로 관광수익을 얻었는데, 이젠 ‘계륵’ 신세로 전락했다고 하소연이다. 이웃 지역인 삼척은 지난 9월 개장한 해상케이블카로 명소가 됐다. 개장 한 달 만에 탑승객 4만5000명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2000명이 넘는 관광객 유입으로 지역 상권은 활기를 되찾았다.

당초 30억원으로 잡았던 관광수입도 40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해상케이블카 하나로 이 지역 관광지도 전체가 뒤바뀐 셈이다. 삼척 내 주변 관광지들도 반사 이익을 얻는 등 효과가 입증됐다.

이처럼 강원도 인근 지자체가 케이블카 사업에 뛰어드는 상황이지만 양양군은 설악산이 걸림돌로 작용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케이블카사업을 추진 중인 양양군과 지역주민들은 “지난해 말 있었던 문화재위원회 설악산오색케이블카 문화재현상 변경안 부결에 대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지난 6월 잘못됐다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문화재청은 허가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문화재청장은 행심위 결정 취지에 따라 즉시 허가 처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양양지역사회단체로 구성된 설악산오색케이블카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18일 문화재청을 방문해 설악산오색케이블카 문화재현상 변경안의 조속한 허가를 바라는 호소문을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대책위는 “양양군민은 설악산을 관광지로 자원화하기 위한 노력을 일찍이 계획하고 추진해 왔다”며 “선진지 견학 등을 통해 케이블카 설치로 설악산 보호가 가능하다는 판단으로 지금까지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고 주장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케이블카 사업 우려 표명···“대응방안 마련할 것”

지역과 시민단체의 대립관계가 팽팽하게 이어지자 시선은 정부로 쏠리고 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정감사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견해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 장관은 “환경부에서는 그동안 잘못된 제도 등에 대해서 전체적인 개선 방안을 만들고 있다”며 “굳이 적폐라고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왜곡된 행정에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전체적으로 조사를 펼치며 대응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들이 참여하고 조사해 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전체적인 기준에서 볼 것이다. 케이블카 사업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선 그 결과가 나온다면, 어떤 수준에서 만들지 같이 검토해 결론을 내고 정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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