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靑岩) 박태준 정신 잇는다···포스코, 인도 最古 제철소 생산기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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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입력 2017-10-1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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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IL 자회사 ISP와 선재생산 기술협력

포스코 선재공장에서 선재코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제철소의 생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지도를 맡아 인도 철강산업 경쟁력 향상을 꾀한다.
포스코는 인도 최대 국영제철사인 세일(SAIL)과 SAIL의 자회사인 ‘IISCO 제철소(ISP)’에 대한 제품 생산 기술 서비스 제공 협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포스코와 SAIL은 지난 2016년 11월 제철소 운영개선 및 인력개발 등 기술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으며, 이후 후속 논의를 거쳐 이번에 첫 성과물을 도출했다.

협약에 따라 포스코는 △고로에서 쇳물생산을 위해 투입하는 원료인 ‘코크스’ 제조 △쇳물을 식혀 만든 선철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강을 만드는 ‘제강’ △쇳물을 틀(Mold)에 넣고 물로 냉각시키면서 고체로 만드는 ‘연속주조’ 공정 △냉연 분사작업 △선재공장의 운영 및 유지 관련 노하우 등 상·하공정을 망라한 철강제조의 전 과정을 감독한다. SAIL과 ISP는 사실상 포스코의 노하우를 습득해 회사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것이다.

◆선재 생산 ‘상·하공정’ 노하우 전수
지난 1918년 설립된 IISCO는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제철소다. 1922년 서부 벵갈 번푸르 지역에 고로를 건설해 철강재를 생산하고 있으며, 2006년 2월 SAIL에 합병됐다. 이 제철소의 주력 생산제품인 ‘선재’는 철망·철사·못·볼트 등을 비롯해 자동차와 전자제품에 적용되는 특수강, 교각에 사용되는 고강도 코일, 태양광 전지에 쓰이는 실리콘 웨이퍼를 잘게 썰어주는 ‘소잉 와이어’ 등 고정밀 철강제까지 수백~수천종에 달하는 제품을 만드는데 쓰이는 철강재다.

ISP는 인도 선재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품질 수준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속적인 설비 업그레이드로 연간 제품 생산량 크게 증가했다. ISP가 포스코에게 기술 지원을 요청한 것은 후방산업 발전에 맞춰 고기술·고부가가치 선재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생산 기술의 최적화를 이루기 위한 의도로 분석됐다. ISP는 포스코의 지원을 글로벌 수준의 최고급 선재를 연산 550만t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것을 알려줘라” 청암의 가르침
이번 제휴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모디노믹스’를 통해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 철강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지원하고자하는 포스코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포스코는 설립자인 청암(靑岩) 박태준 명예회장 시절부터 해외진출 추진의 1순위를 ‘진출국가의 산업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었다. 청암은 생전 “그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면 뭐든지 알려줘라. 대신 포스코는 더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경제가 낙후된 국가에 진출했을 때에는 숟가락, 포크, 그릇 등 생활필수품을 제조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스틸(STS) 제철소를, 개발이 한창 진행중인 국가에는 건축용 철근을 만들 수 있는 열연공장을 짓는 식이다. 또한 공장을 짓고 제품을 팔아 수익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 국민들에게 기술을 전부 전수하고 복지시설과 교육시설을 건립해 지역경제가 상생하는 터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해서 경제·산업 수준이 올라가면 공장 추가 투자를 통해 업그레이드 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HW에서 SW로···인도 공략 전략 변화
이번에 ISP에 전수하는 선재생산 노하우는 포스코에게 있어서도 핵심 기술이다. 이런 기술을 인도에 전수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일 수 있지만 포스코는 결정했다. 최악의 상황을 딛고 선재사업을 일으켜 세운 자신감 덕분이었다.

2000년대 초반 연간 1억t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의 가격·물량 공세 때문에 국내 선재업체들은 대부분 퇴출됐다. 마지막으로 남은 국내 생산업체였던 포스코도 손을 떼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었으나 일반강을 최소로 줄이고 특수강을 대폭 늘리는 뼈를 깎는 생산 합리화 조치를 단행했다. 덕분에 2009년부터 선재사업은 판재류에 매출 규모는 작아도 훨씬 높은 수익률은 올리는 효자 사업군으로 부활했다. 특히, 소잉 와이어는 반도체의 나노공정과 유사할 만큼 초정밀 작업인데, 이러한 제품을 양산하는 철강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포스코가 유일하다.

2013년 철강가공센터 준공식을 끝으로 포스코는 인도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가 이번 SAIL과의 제휴로 더디게 진행중인 현지 사업의 새로운 물꼬를 텄다.

즉, 그동안 하드웨어(HW) 위주의 진출 전략에서 벗어나 인도 제철사에 포스코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철강생산 노하우, 즉 소프트웨어(SW)를 전수해 인도 철강산업의 부흥을 꾀함으로써 인도와의 인연을 강화해 향후 중장기 미래에 고로 제철소 건설을 포함한 더 큰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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